[취재수첩] ‘게임위 개편’ 국회도 팔 걷었는데, 문체부는 뭐하나
[디지털데일리 오병훈 기자]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커지자 국회가 팔을 걷었다. 그간 ‘깜깜이 규제’로 지적받은 게임 등급분류기준을 명확하게 설정하기 위해 위원 구성 방법과 등급 판정 규정을 손본다.
게임위가 소속된 정부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보다 국회가 게임위에 더욱 신경을 쓰는 모양새다. 유동수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게임위 위원 중 최소 3분의1을 게임 산업 종사자로 위촉하고, 이를 통해 등급분류기준을 보다 명확하게 세우는 것을 핵심으로 삼는 게임산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게임위의 모호한 게임 등급분류기준 문제는 지난 2006년 출범 이후부터 꾸준히 제기돼왔다. 2010년 게임위는 블리자드 ‘스타크래프트2’에 대해 폭력성을 이유로 청소년 이용 불가 판정을 내렸다. 전작 ‘스타크래프트’는 출혈 묘사 장면이 포함됐지만, 15세 이용 가능 판정을 받은 바 있다. 폭력성 기준이 모호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지난해에는 아케이드 게임 ‘바다신2’가 과거 사행성 논란을 빚었던 ‘바다이야기’와 유사한 콘셉트를 지니고 있음에도 전체 이용가 판정을 받았다.
해당 문제에 대한 원인도 공론화된 지 오래다. 등급분류 판정 결정권자인 게임위 위원의 산업 관련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실무자인 연구원 인력도 부족하다. 게임위 연구원 1인이 1주일 동안 심사를 진행하는 게임 수는 20~30개 수준이다. 연구원 1인이 심사를 진행하는 게임 수가 지나치게 많으니, 정확한 심사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연구원 수를 늘리고, 게임 산업 종사자를 위원으로 섭외하기 위해서는 게임위에 대한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문체부는 오히려 게임위 지원 예산을 삭감했다. 문체부는 올해 예산 편성 과정에서 게임위 지원에 대한 예산을 전년 대비 6% 삭감한 125억2200만원으로 책정했다. 이는 문체부 전체 예산이 전년 대비 3.9% 줄어든 것에 비해 높은 삭감폭이다.
당초 문체부에서 게임 산업 지원에 편성한 예산 자체가 적다는 문제점도 있다. 문체부는 올해 총 6조7076억원 예산을 집행한다. 게임 관련 예산은 총 642억원으로 전체 예산 1%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지난해보다 31억원 늘었지만, 지난 2021년 기준 수출 20조원에 달하는 국내 게임시장 규모를 생각하면, 여전히 부족하다.
문체부가 게임 산업을 대하는 태도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대목이다. 문체부는 이전부터 K-콘텐츠 대표 주자로 게임 산업을 내세운 바 있다. 지난 2021년 기준 국내 게임 해외 수출 규모는 86억7287만달러(한화 약 9조9254억원)를 기록했다. K-콘텐츠 수출액 대부분을 게임 산업이 견인했다.
문체부가 게임산업 발전을 위해 주도해야 할 게임위 개편 작업은 뒤로 밀려났고, 국회가 더 관심을 가지고 개선 의지를 보이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졌다.
게임은 더 이상 단순한 오락 수단이 아니다. 올해부터는 법적으로도 문화·예술 범주에 포함됐으며, 경제적 가치도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 유망 산업이다. 문체부도 말로만 게임 산업 발전을 독려하는 ‘게임 산업 패싱’을 멈추고 적극적인 지원 및 개선책을 보여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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