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코로나19 기간 급격히 성장했던 주요 명품 플랫폼 3사가 지난해 모두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발란은 매출이 전년대비 71% 성장하며 적자 규모도 2배 늘어난 반면, 트렌비는 매출이 감소했지만 영업손실을 100억원 가량 줄였다. 올해 명품 플랫폼은 모두 ‘흑자전환’을 목표로 한다.
17일 발란과 트렌비, 머스트잇 등 주요 명품 플랫폼 3사 감사보고서를 비교하면 외형적으로 가장 크게 성장한 곳은 발란이었다. 발란 지난해 매출은 891억원으로 전년대비 71% 증가했다. 그러나 영업손실 역시 373억원으로 전년(185억원)대비 2배 커졌다. 발란이 밝힌 지난해 총거래액은 6800억원으로 전년대비 116% 증가했다.
발란이 지난해 영업손실이 크게 증가한 이유는 경쟁사 대비 지난해 상반기까지 TV CF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발란 광고선전비는 385억원으로 전년(190억원)보다 2배 늘었다. 판매촉진비 역시 2021년 16억원대에서 지난해 19억원대로 20% 확대했다.
발란은 지난해 ‘업계 1위’ 타이틀을 가져가기 위해 영업손실 확대를 감수, 외형성장에 집중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IFC몰 내 오프라인 매장을 만들면서 소비자 접점을 늘리기도 했다.지난해 4분기 부턴 고객유지에 집중하면서 수익 개선 기조로 전환했다는 설명이다.
발란 측은 “지난해 적자는 주주와 약속한 계획된 범위 내 속한다”며 “작년 4분기부터 수익 개선에 집중해 큰 이변이 없는 한 올해 상반기 손익분기점(BEP)을 넘고 연간 흑자전환을 기대한다”고 전했다.
트렌비는 지난해 각종 비용을 줄이며 영업손실을 개선했다. 트렌비 해외지사 5개 포함한 연결기준 매출 882억원으로 전년대비 8% 감소했지만, 같은기간 영업손실은 207억원으로 전년(303억원)대비 32% 줄었다. 명품 플랫폼 3사 중에서 유일하게 적자 규모를 줄였다. 트렌비 지난해 거래액은 5000억원으로 전년대비 60% 성장했다.
거래액이 늘었지만 매출액이 줄어든 부분에 대해 트렌비는 직매입 비중을 줄이고 입점판매 비중을 늘리는 등 사업모델 구성이 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직매입 판매는 상품 가격 전체가 매출로 잡히지만 입점 매출은 수수료만 매출로 산정된다. 트렌비에 따르면 직매입 상품 매출(상품매출)은 12% 줄고, 입점판매 매출(수수료매출)은 92% 상승했다.
트렌비는 발란과 반대로 작년 광고선전비를 298억원으로 전년대비 122억원 가량 줄였고, 판매촉진비 역시 2021년 24억원에서 작년 17억원으로 축소했다.
트렌비는 “작년 하반기부터 흑자전환을 준비해 올해 상반기부터 흑자전환을 이뤘다”며 “작년부터 무리한 마케팅을 멈추고 효율과 이익에 매진한 결과”라고 전했다.
머스트잇은 지난해 매출 330억원으로 전년대비 39% 증가했지만, 영업손실은 168억원으로 40% 확대됐다. 광고선전비도 157억원 규모는 전년대비 15% 가량 커졌다. 머스트잇 전년도 거래액과 거래건수는 성장했다. 다만 머스트잇은 회사별 집계 방식이 다르다는 이유로 전년도 거래액 수치를 공개하지 않았다.
손실이 늘어난 배경에 대해선 “플랫폼 성장을 위해 서비스 기획·개발, MD·운영, 마케팅 등 인력 투자에 많은 비용을 들였다”며 “또 지난해 상반기까지 대규모 브랜딩 마케팅과 온라인 마케팅을 계속해 광고선전비가 늘었고, 사업 성장에 따른 운영비(지급 수수료, 서버비, 운송비)도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머스트잇과 트렌비, 발란은 각각 설립된지 올해로 12년차, 8년차, 9년차를 맞았다. 이들 3사는 올해 공통적으로 수익성을 개선해 흑자전환 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지속해서 투자를 받으며 성장하기 위해선 최우선 조건이 ‘수익성 검증’이기 때문이다. 단 올해 들어 고물가 장기화와 명품 가격 인상, 해외여행 재개 등으로 온라인 명품 플랫폼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감소추세다.
가령 트렌비는 올해 중고거래 사업에 집중, 명품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트렌비에 따르면 지난 2월 중고상품 거래액은 전년동월대비 400% 성장했다. 명품 가격 인상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면 오히려 중고 시장이 성장할 것이라는 데 기대를 걸고 있다.
머스트잇은 올해 1월부터 수수료율을 8.8%에서 12.1%로 인상했다. 발란과 트렌비가 직매입 비중을 낮추고 있는 반면, 머스트잇은 직매입 상품 판매를 확대하고 풀필먼트 서비스 등 신규 사업을 개시해 매출 확대를 노린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엔데믹 이후 온라인 명품 시장에 역기조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오히려 이런 상황일수록 상품 경쟁력이나 특화 서비스를 강화해 승부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