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배터리 소재 독립 절실한데…’귀한 몸’ 흑연 어쩌나 [소부장박대리]
- 흑연, 배터리 핵심광물 중 중국 영향력 가장 막강…수요도 급증
- ‘흑연 유망국가’ 외교, 기업 투자 등 강화해야
미국이 중국을 자국 2차전지(배터리) 시장에서 배제하는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이어 유럽연합(EU)도 비슷한 카드를 매만지면서 배터리 업계의 탈(脫) 중국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가장 시급한 건 핵심광물에 대한 높은 의존도인데, 그중에서도 흑연은 현재 대체 가능한 국가를 찾기 가장 어려운 광물이다.
IRA 조항 중에는 해외우려국가(FEOC, 중국·러시아·북한·이란)에서 조달된 전기차 배터리 부품은 2024년부터, 핵심광물은 2025년부터 세액공제를 받을 수 없도록 되어있다. FEOC 세부사항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나 IRA는 주요 목표가 중국 견제이므로 이 조항이 바뀔 가능성은 낮다.
핵심광물은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과 같은 삼원계 배터리 양극재용 광물과 음극재 소재로 쓰이는 흑연 등이 대표적이다. 이 중 리튬, 니켈, 코발트는 가격이 비싸고 매장량이 적은 광물이다. 한국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 수산화리튬 84.4%, 코발트 81%를 중국에서 수입했다. 다만 리튬은 호주와 칠레가 주요 생산국인 만큼 대체 가능성이 있으며, 코발트는 이를 사용하지 않는 코발트 프리 배터리가 개발되고 있다.
반면 같은 시기 흑연은 중국 수입 비중이 89.6%에 달했지만 흑연은 조달을 대체할 국가 자체가 많지 않은 상황이다. 다른 핵심광물들과 달리 흑연의 최대 생산국 지위도 중국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지질조사국의 2021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개 국가의 글로벌 흑연 생산량 110만톤 중 65만톤을 중국이 생산했다. 중국 외에 10만톤 이상의 흑연을 생산한 국가는 12만톤의 모잠비크가 유일했다. 이 외 브라질이 9만5000톤, 나머지 국가는 모두 5만톤 미만으로 미미하다.
문제는 글로벌 흑연 수요는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점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배터리 에너지 저장을 위해 필요한 전체 광물 수요 중 흑연의 비중은 53.8%였다. 양극재는 다양한 광물을 혼합해 만들지만 음극재는 흑연 비중이 90% 이상이다.
현재 흑연을 대체할 광물은 실리콘이 유일하지만, 실리콘의 화학적 팽창 문제 해결이 쉽지 않아 지금은 흑연 음극재에 약 약 5% 정도만 함유되고 있다. 흑연 대신 사용 가능한 리튬메탈은 아직 상용화까지 수년 이상이 필요하다.
앞서 블룸버그 통신이 예측한 2023년 전기차용 흑연 수요는 약 50만톤, 2028년에는 100만톤을 넘어설 전망이다. 흑연은 배터리 외에도 다양한 산업에서 널리 쓰인다. 여기에 전기차가 합류하면서 2021년에도 이미 한차례 흑연 공급 부족과 가격 급등 사태가 빚어진 바 있다. 천연흑연 외 ‘인조흑연’도 있지만 가격이 비싸고 생산 과정에서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해 전기차 시장이 추구하는 친환경과 거리가 멀다.
생산량 외 또 하나의 문제는 흑연의 품질이다. 한 소재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배터리에 쓸 만한 양질의 흑연을 생산·가공할 수 있는 문제는 생산량과 또 다른 문제”라며 “이 부분도 중국의 영향력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결국 다른 핵심광물들보다 양질의 흑연을 충분히 수급할 수 있을 만한 대체 국가 발굴과 협력에 기업과 정부가 관심을 집중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를 위한 여러 국가들의 발걸음도 분주해지고 있다. 업계 일각에선 지난 3월 미국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탄자니아를 방문해 5억6000만달러 지원을 약속한 배경에는 ‘흑연 외교’도 포함됐을 거란 분석이 나온다.
탄자니아는 아직 생산량이 미미하지만 매장량은 모잠비크와 같은 1700만톤, 세계 4위 수준이다. 2019년 이래 모잠비크를 따라 탄자니아 정부도 흑연 개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흑연 유망주’로 분류되고 있다. 호주 기업인 에코그라프도 최근 탄자니아 정부와 현지 구형흑연 개발을 위한 ‘에판코 프로젝트’ 가동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 정부도 흑연을 포함한 핵심광물 독립을 가속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월 말 33종의 핵심광물을 선정하고, 특히 8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는 리튬·코발트·흑연 등은 2030년까지 의존도를 50%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한 해외자원 개발 투자 세액공제 재도입, 30여개의 자원보유국과 공급망 협력 강화에도 나선다.
기업 차원의 움직임도 있다. 테슬라는 지난 2월 호주의 흑연 개발업체 ‘마그니스 에너지’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2025년부터 미국 공장을 통해 흑연을 장기 공급받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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