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는 진짜 친환경일까? “제조단계 CO2 줄여야…대안은 건식공정” [소부장박대리]
- 습식 공정 기반 배터리 전극 제조 중 다량의 CO2 배출...건식공정 전환 필요
- 기술적 난제 많아...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도로 포장"과 유사한 건식 공정 연구 중
[디지털데일리 이건한 기자]“전기차가 진짜 친환경적인지 본질적 의문을 가진 이들이 수년 전부터 있었다. 관련해 확인해보면 실제로 전기차 배터리 제조 단계에서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이 생각보다 많은 점이 확인된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김진수 선임연구원은 13일 SNE리서치가 주최한 ‘넥스트 제너레이션 배터리 세미나(NGBS) 2023’에서 전기차 제조 중 CO2 배출 상당 부분은 배터리 공정에서 발생함을 지적했다. 대안으론 배터리 전극 제조 시 건식 공정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연구원이 인용한 해외연구 결과에 따르면 전기차 제조 과정에서 배출되는 CO2의 약 40%는 배터리에서 발생한다. 테슬라 모델 S는 전체 제조 과정에서 1만2000톤, BMW 7 시리즈는 8000톤가량의 CO2가 배출된다. 이때 가장 많은 CO2가 발생하는 단계는 막대한 화석 에너지가 소모되는 배터리용 습식 전극공정(양극과 음극 제조)이다.
습식 공정에는 양극 활물질과 음극 활물질을 섞는 믹싱 공정 이후 만들어진 양·음극 슬러리를 코터(Coater, 코팅기계)로 알루미늄이나 구리 포일에 얇게 코팅하는 과정이 있다. 이어 습식 공정에 사용된 유기용매 회수탑을 거친다. 이때 코터의 길이는 약 100미터, 용매회수탑의 높이는 30미터 등 두 공정 장비가 차지하는 공간은 굉장히 넓으며 규모만큼 많은 가동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문제는 이 같은 단점을 지닌 습식 공정이 배터리 에너지 밀도 개선에도 한계를 보이는 것이다. 김 연구원에 따르면 전극은 두께가 두꺼울수록 에너지 밀도 개선에 유리하다. 하지만 습식은 용매를 바르고 건조하는 과정에서 활물질은 가라앉고 도전재 등 요소는 위에 뜨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때 바인더(접착제) 결착력이 낮아져 전극 품질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나아가 전고체전지와 같은 차세대 배터리 소재들은 습식 용매와 반응해 이온전도도 감소 등 이상 현상을 일으키는 단점도 있다.
건식 전극 공정은 습식의 이 같은 단점을 해결할 수 있다. 건식이 주목받기 시작한 시점은 전기차 시장 선도회사인 테슬라가 2019년 건식공정 기술을 보유한 맥스웰 테크놀로지를 인수하면서부터다.
건식의 특징은 유기용매를 쓰지 않아 코터와 용매회수탑이 필요 없다는 것이다. 이는 습식과 달리 제조 과정이 크게 단축되고 관련 장비 구동에 필요한 에너지 및 공장부지 절감이 가능하단 의미다. 김 연구원에 따르면 전극을 두껍게 만드는 일도 습식과 비교해 단순하다. 배터리 성능 개선에도 건식이 습식보다 유리하단 의미다.
그러나 습식 대비 높은 기술 장벽이 건식 공정의 대중화를 막는 장벽이다. 건식은 도전재 코팅 시 액체 대신 가루 형태의 파우더를 사용한다. 코터와 용매회수탑이 없는 대신 전극 재료를 여러 롤에 감아 가공하는 롤투롤(Rool to Rool) 방식 설비에 전극과 파우더를 넣어 코팅을 대신한다. 이때 파우더를 전극에 고르게 바르는 것이 핵심인데, 현재 기술력으론 이 과정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례로 테슬라가 3년 전 인베스터데이에서 공개한 건식 공정은 사람이 파우더를 숟가락으로 직접 투입하는 장면이 있었다. 김 연구원은 “이후 지난 3월 인베스터데이에서 테슬라가 더 이상 숟가락을 쓰지 않는다고 발표했다”며 “건식 공정 기술 고도화는 그만큼 기술적 난제가 많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효율적인 대량 생산 체계를 갖추는 일도 쉽지 않다.
현재 테슬라 외에도 독일 프라운호퍼 등 다수의 기업·연구소에서 건식 공정 상용화를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김 연구원이 속한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도 국가 과제를 통해 건식 공정 기술을 개발 중이다. 목표는 믹서, 코터, 프레스 등 장비가 하나의 연속식 라인으로 연결된 전극 장비를 개발하는 것이다. 현재 공정 콘셉트에 따른 시제품 및 스케일업 설계를 진행 중이다.
김 연구원은 “우리 방식은 건식 파우더를 집전체에 직접 뿌린 후 압착하는 간단한 형태”라며 “도로 포장과 유사하게 생각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소재 및 장비 단에서 다양한 기술 개선이 이뤄지고 있으며 컨소시엄에 참여한 기업 대상으로 장비 개선 작업을 진행 중이다.
그는 “다양한 차세대 배터리를 만들려면 소재뿐 아니라 공정도 같이 혁신되어야 한다”며 “이와 관련해 건식 공정이 굉장히 중요한 기술로 판단된 만큼 국내외의 관심도가 높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도 이 분야에서 기술적 주도권을 가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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