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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뿔난 야놀자 직원들…재택 폐지는 트리거일 뿐?

이나연
야놀자가 직원들에게 제공하는 웰컴키트 안내문 (사진 제공=익명 제보자)
야놀자가 직원들에게 제공하는 웰컴키트 안내문 (사진 제공=익명 제보자)
올해 초부터 정보기술(IT)업계를 들썩이게 한 뜨거운 감자는 다름 아닌 ‘재택근무’(원격근무)다. 업무 효율 등을 이유로 전면 재택근무를 철회한 일부 기업은 새로운 근무제가 사무실 출근과 재택근무를 병행하는 유연 근무제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직원들의 불만은 잦아들 기미가 없어 보인다.

최근 야놀자도 재택근무 이슈로 극심한 내홍을 겪었다. 야놀자는 상시 재택근무를 기업 특장점으로 홍보했던 만큼, 반발은 더 거셌다. 기자가 내부 반응을 취재하기 위해 다양한 채널에서 야놀자 관계자와의 접촉을 시도한 이유도 바로 그래서다. 그런데 취재하면서 개인적으로 놀랐던 점이 있다.

인터뷰에 응한 일부 관계자 중 상당수는 현재 내부 분위기가 부정적인 이유에 대해 장문의 답변을 써줬다는 것이다. 직원만 볼 수 있는 블라인드 글 캡처부터 댓글 반응, 새로운 근무제 논란 타임라인, 관련한 자기 생각까지 꼼꼼히 정리해 알려줬다. 사실 사내에서 촉발한 논란은 민감한 지점이 많아 아무리 화가 나는 사안이라도 당사자가 직접 내부 고발이나 제보를 하기란 쉽지 않다.

기자로서는 너무 감사했지만, 한편으로는 의아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이 준 회신을 찬찬히 살펴보니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야놀자 직원들은 단순히 ‘상시 재택근무 폐지’에만 분노한 게 아니었다. 누적된 내부 불만이 폭발하기까지 보상과 평가, 연봉인상률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먼저, 이들이 입을 모아 지적하는 부분은 새로운 근무제 도입을 경영진이 기습 통보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야놀자는 어떤 의견 수렴도 없이 사무실 용도 건물까지 이미 임대를 마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야놀자가 상시재택근무를 직원 복지처럼 내세운 탓에 직원 중에는 지방에 거주 중인 사람이 적지 않다.

하지만 경영진은 타운홀미팅과 이후 이어진 질의에서 사옥과 먼 거리에 있는 이들을 위한 대안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했다. 재택근무가 직원 생산성 저하에 영향을 끼쳤다는 구체적인 근거나 데이터도 보여주지 않았다. 또 다른 제보자에 따르면 야놀자는 상시 재택근무 폐지를 알린 당일 연봉 계약서를 발송했는데, 평균적인 연봉 인상률도 낮은 수준이었다고 한다. 그야말로 불난 집에 부채질한 셈이다.

회사 사정도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데다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국내 대표 IT기업들도 올해 긴축 경영을 선언한 바 있다. 하지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야놀자 등기이사(사외이사, 감사위원회 위원 제외) 6명의 평균보수액은 64억원을 웃돈다. 네이버가 등기이사 3명 평균보수액이 약 13억원, 카카오는 등기이사 3명 평균보수액이 약 26억원인 것과 비교해도 높은 수치다.

직원들 입장에서는 생산성을 더 높인다고 해도 경영진 배만 불려주는 것과 다름없다는 배신감이 들 수밖에 없다. 업계에 따르면 야놀자는 그동안 재택근무가 활성화된 대신, 근무 강도는 매우 높은 기업으로 유명하다. 다수 제보를 종합하면 야놀자에는 주 52시간 이상을 근무하는 직원도 더러 있는데, 회사 방침이 포괄임금제인 탓에 야근 수당과 성과급도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기업이 힘든 시기에는 임직원 모두가 힘을 합쳐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 야놀자 경영진은 직원들이 지금껏 표출해 온 불만들에 제대로 응답하지 않았다. 그에 따른 날 선 비판은 이들이 감내해야 할 몫이다. 요즘 야놀자를 보면 ‘수신제가 치국평천하’(修身齊家 治國平天下)라는 고사성어가 떠오른다. ‘글로벌 여가 플랫폼’이라는 타이틀에 맞게 외형 확장도 좋지만, 결국 미국 나스닥 상장에 성공하려면 집안 분위기부터 살피는 게 우선이다.
이나연
ln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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