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게임쇼 ‘E3’ 취소사태가 韓게임사에 전한 메시지
[디지털데일리 오병훈 기자] 팥 빠진 단팥빵, 앙꼬 없는 찐빵.
올해 E3(Elctronic Entertainment Expo)가 처한 상황이 딱 그렇다. 주요 참여사 부재로 포장도 뜯지 못한채 행사가 취소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지난 2020년과 2022년에 이은 세 번째 취소다. 이전엔 코로나19 확산 때문이라는 명분이라도 있지만, 이번엔 업계 반응부터 사뭇 다르다.
엔데믹(풍토병화) 기조에도 불구하고 주요 참여사인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MS), 닌텐도, 유비소프트 등 기업이 모두 불참 선언을 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3대 게임쇼 자리가 위태롭다는 평가다.
E3는 전자엔터테인먼트박람회로 콘솔게임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행사다. 팬데믹 상황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E3는 게임사에게 글로벌 콘솔 게임 시장 진출 및 확장을 위한 전초기지 역할을 해왔다. 소니와 MS, 닌텐도 등 3대 콘솔회사가 신작 타이틀 및 제품을 선보이는 무대가 됐다.
그런 E3에 기존 참여사가 불참 선언을 한 원인은 명료하다. 비대면 중심 마케팅 효과를 체험한 기업 입장에서 E3 참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 침체 기조에서 굳이 비싼 돈을 들여 E3에 참가하는 것보다는 저렴하고, 효과적인 비대면 마케팅에 집중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는 판단이다.
팬데믹 이전에는 글로벌 게임쇼와 같은 오프라인 무대에서 신작 및 신제품을 발표하는 것이 글로벌 이용자 유치를 위해 필수적인 과정이었다. 하지만 팬데믹으로 오프라인 활동이 중단되고, 게임사들은 자체 온라인 쇼케이스를 통해 신작 라인업을 발표하는 등 비대면 중심 마케팅 활동을 전개했다.
소니는 지난 2월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에서 ‘플레이스테이션(PS)5’에 출시될 신규 타이틀 트레일러 영상을 최초 공개했으며, MS 또한 지난해 6월 ‘엑스박스(Xbox) 게임 쇼케이스2022’에서 신작 정보를 공개하는 등 자체 행사에 힘을 주는 모습을 보였다.
그 과정에서 기업들은 각종 영상 기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발달한 상황 속에서 팬데믹으로 본격화된 비대면 중심 마케팅 활동 효과를 체감하기 시작했다. 소니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 영상 조회수는 100만명을 넘겼으며, 엑스박스 게임 쇼케이스 조회수는 400만명을 넘겼다. 한번 게시해 두면, 제한 시간 없이 누구나 시청이 가능하다.
반면 E3 경우 마지막 오프라인 행사가 개최된 2019년 참가자 수는 6만6100명으로 전년대비 3100명이 줄어들었다.
물론, 글로벌 게임쇼 참가를 통해서만 가능한 마케팅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전 세계 게임사들이 모이는 만큼 단기간에 전 세계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으며 화제를 모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팬데믹 특수가 끝나고, 경제 침체 신호가 지속되는 상황에서는 무리하게 비용을 들여 게임쇼에 참가하기보다, 광범위하고 지속성이 뛰어난 온라인 비대면 행사를 택하는 것이 더 합리적인 판단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네오위즈, 엔씨소프트, 크래프톤 등 국내 주요 게임사 다수가 글로벌 콘솔 시장 진출 의지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현 상황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일까.
팬데믹을 거치면서 글로벌 게임 산업 마케팅 전략 흐름이 보다 효율적인 ‘이용자·비대면 중심 활동’으로 전환됐다는 것이다. 국내 게임사들도 글로벌 시장 확장하는 과정에서 게임쇼에만 의지하기보다는 이용자 중심 게임사 자체 홍보 채널을 다각화해야 한다는 숙제를 받아든 셈이다.
동시에 기회이기도 하다. 3대 글로벌 게임쇼가 최고의 글로벌 진출 무대라는 공식이 깨진 상황은 게임사가 새로운 마케팅 전략을 시도해 볼 수 있는 명분이 됐다. 국내 게임사들은 이 기회를 발판 삼아 글로벌 트렌드에 촉각을 세우고 비대면 중심 마케팅을 비롯한 다양한 전략을 연구할 때가 왔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면, 게임사 스스로 완성도 높은 신작 타이틀과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으로 풍족한 잔치를 만들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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