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中 70조원 투자했는데"…삼성·SK, 리스크 해소 관건은? [소부장반차장]

김도현
- 美 가드레일 세부 규정 공개…삼성·SK, 셈법 복잡
- 반도체 업계 “최악은 피했으나 불확실성 여전”
- 장비 규제 ‘1년 유예’ 연장 여부 주목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반도체 사업에 먹구름이 걷히지 않았다. 미국 발표로 한숨을 돌렸으나 중장기적인 불확실성이 남은 상태다. 미국의 대중(對中) 반도체 장비 제재가 범위에 따라 현지 공장 정상 가동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웨이퍼 투입량 증대 제한 “당장은 괜찮지만...”

21일(현지시각) 미국 상무부는 반도체 지원 및 과학법(칩스법) 안전장치(가드레일) 조항을 공개했다.

이번 조항에 따르면 미국 투자 대가로 보조금 수령 시 다른 국가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이후 10년간 중국, 러시아 등 위험 국가에서 반도체 생산능력(캐파)을 실질적으로 확장하면 보조금 전액을 반환해야 한다. 캐파 증대는 첨단 반도체 5%, 범용 반도체 10%로 제한된다. 10만달러(약 1억3000만원) 이상 거래도 금지된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은 “칩스법은 근본적으로 국가안보계획”이라며 “가드레일 조항은 앞으로 미국이 수십년 동안 적대국보다 앞서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내용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공통적인 의견은 중국 내 반도체 공장을 운영 중인 한국 기업에 숨통을 틔워줬다는 점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 40%, SK하이닉스는 D램 40% 및 낸드 20%를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다. 양사는 중국에 각각 33조원(시안), 35조원(우시·다롄) 이상을 투자한 것으로 전해진다. 총 70조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주목할 사안은 현지 공장의 공정 수준이다. 시안 공장은 128단 낸드, 우시와 다롄 공장은 각각 10나노미터(nm) 중후반대 D램과 96·144단 낸드를 양산 중이다. 미국에서 첨단 반도체 마지노선을 시스템반도체는 28nm 미만, 메모리의 경우 18nm 미만 D램 및 128단 이상 낸드로 설정했다.

가드레일대로면 일부 라인을 제외하면 현상 유지를 할 수 있다. 웨이퍼 투입량을 캐파 기준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공정 미세화를 통해 같은 양의 웨이퍼로 최종 생산량을 늘릴 수도 있다. 최악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결국 美의 대답은…“중국에서 멀어져라”

다만 반대로 생각하면 탈(脫)중국을 서두르라는 의도로도 해석된다. 메모리 세대교체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언제까지는 구식 제품만 만들 순 없는 탓이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당장 중국 사업장에 손실을 입히면 한국 기업이 미국 내 투자를 재검토할 수 있어 당장 공장을 문 닫게 하지는 않은 것 같다”면서 “멀리 보면 ‘시간을 줄테니 중국에서 나와라’는 메시지가 함축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문제는 지난 10월부터 미국이 중국으로 들어가는 반도체 설비를 규제한 부분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 정부 허가를 통해 ‘1년 유예’를 받았으나 오는 10월 만료 시 중국 공장 내 신장비 투입이 전면 통제된다. 미국에 이어 네덜란드, 일본 등까지 동참한 만큼 우회로 모색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재차 유예가 주어지지 않으면 중국 공장은 점점 무용지물이 되어갈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정부는 미국과 다각도로 논의하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가드레일 조항 등 제반 여건을 분석해 미국 투자 및 인센티브 신청 등에 관한 의사결정을 내릴 것”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기업 전략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발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 향후 대응 방향을 수립할 계획”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최리노 인하대 신소재공학과 교수는 미국 상무부 발표에 대해 “장기적으로는 중국을 배제하라는 의도”라며 “당장은 영향이 없더라도 장기적으로 중국과 거래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으며 SK하이닉스는 첨단 패키징 및 연구개발(R&D) 시설을 미국에 구축할 계획이다. 향후 추가 투자도 유력한 것으로 관측된다. 양사 모두 칩스법에 따라 지원을 받게 된다.
김도현
dobest@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