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인공지능(AI)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오픈AI의 대화형 인공지능(AI) 서비스 ‘챗GPT’의 영향이다. 거의 모든 기업들이 자사 기술에 AI를 덧입히고 있다. 그간에는 AI가 핵심 기술의 뒤를 받쳐주는 상황이었다면, 이제는 기존 기술와 AI가 나란히 서는 듯한 모습이다.
AI에 대한 관심이 전 산업 영역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오픈AI의 최대 투자자로 알려진 마이크로소프트(MS)는 챗GPT를 비롯해 대규모 언어 모델(LLM) GPT-4를 적극 이용 중이다. ‘알파고’ 등으로 AI 최대 강자로 꼽혔던 구글의 경우 챗GPT의 반격 카드로 내세운 ‘바드(Bard)’가 시연 과정에서 잘못된 답변을 하며 체면을 구겼다.
이와 같은 AI 경쟁에 긴밀하게 반응하는 산업계가 있다. 바로 클라우드다. 아마존웹서비스(AWS), MS, 구글 등 ‘클라우드 빅3’ 기업들은 모두 AI를 위한 여러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자체 AI 서비스를 만드는가 하면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대체할 신경망처리장치(NPU)도 개발 중이다. 3사 모두 세계 최고 수준의 AI 기술력을 갖췄다.
이들 기업이 AI에 집중하는 것은 AI 자체가 가진 경쟁력도 있겠으나, 자사 클라우드를 이용하도록 유도하는 ‘킬러 콘텐츠’를 만들기 위함이라는 시각도 있다. 고성능컴퓨팅(HPC)이 필수적인 AI 특성상 대부분의 경우 클라우드 기반의 서비스형 인프라(IaaS)에서 구동될 수밖에 없고, 이는 클라우드 기업들의 수익으로 직접 연결된다.
이 경쟁에서 한발 앞선 것은 2위인 MS로 보인다. MS는 한국시간으로 17일 오전12시 자사 생산성 플랫폼 ‘M365’에 AI 기능 ‘코파일럿(Copilot)’을 추가한다고 밝혔다. M365는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 아웃룩, 팀즈 등 업무에 필요한 여러 솔루션을 묶은 것이 특징이다.
코파일럿은 기존 작업자가 수행하던 작업들을 대신 하는 ‘부조종사’ 역할을 맡는다. 가령 엑셀에서 코파일럿 기능을 이용할 경우 입력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자동 분석 및 그래프를 제공하는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 별다른 스킬이 없더라도 데이터 분석과 자동화를 가능케 해 준다. 이런 기능을 이용하려면 MS의 클라우드 애저(Azure)를 쓸 수밖에 없다.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는 “키보드나 마우스, 멀티터치가 없는 컴퓨팅을 상상할 수 없는 것처럼, 앞으로 우리는 사고 추론, 검토, 수정 및 행동의 연속을 직관적으로 돕는 보조 조종사와 자연어를 이해하는 컴퓨팅이 없는 것을 상상할 수 없을 것”이라며, 컴퓨팅 이용 환경의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음을 강조했다.
오픈AI를 등에 업은 MS가 AI 기술을 연거푸 선보이는 것이 IaaS 점유율 확대로 이어지리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오픈AI는 챗GPT의 기반이 되는 GPT-3.5에 이어 GPT-4도 선보였는데 이들은 GPT-3와 달리 오픈소스로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MS와 오픈AI의 관계를 고려하면 AWS, 구글 등이 GPT-4를 이용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MS 디자인 및 연구 기업 부사장 존 프리드먼(Jon Friedman)은 미국 IT 매체 더버지(The Verge)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코파일럿을 확장할 수 있는 모든 종류, 장소와 방법을 찾고 있다. 나는 이것이 컴퓨터의 다음 주요 물결이라고 믿는다. 앞으로 우리의 일하는 방식을 바꾸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코파일럿을 비롯한 AI 기술의 전 분야 확대 적용을 시사하는 말이다.
AWS나 구글 등 경쟁 기업들이 MS의 독주를 지켜만 보지는 않으리라는 것이 업계의 일관된 시각이다. 반격의 기회를 모색 중일 것으로 추측된다. GPT-4를 기반으로 빙 AI, M365 코파일럿 등을 선보이며 연타석 홈런을 친 MS가 정보기술(IT) 업계의 메가 트렌드로 거듭난 AI 시장에서 독주 체제를 이어갈지, AWS나 구글이 반격에 성공할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