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韓美 반도체 동맹 상징 '삼성 테일러 공장' 구축 늦어지나

김도현
- 삼성전자, 인위적 감산 대신 투자 속도 조절
- 반도체 업황 부진·美 칩스법 후폭풍 '이중고'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삼성전자가 국내외 반도체 생산라인 투자 속도 조절에 나섰다. 재고가 대폭 늘어나고 글로벌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등 반등이 어려운 탓이다. 미국 반도체과학법(이하 칩스법)이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까지 더해졌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공장의 장비 협력사 선정을 늦추고 있다. 이곳은 삼성전자 평택사업장과 함께 한·미 반도체 동맹 상징으로 꼽힌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당초 지난 1월 테일러 파운드리 1라인 클린룸을 담당할 업체를 결정할 계획이었으나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다. 명확한 이유를 공유하진 않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클린룸은 먼지 등 외부 이물질(파티클) 유입을 막고 온도, 습도, 압력 등을 미세 제어하는 공간이다. 매우 작은 파티클만으로도 반도체 생산 과정에 영향을 미쳐 수율(완성품 중 양품 비율) 이슈를 일으킬 수 있다. 이에 반도체 제조설비 등을 반입하기 전에 클린룸 확보는 필수적이다.

통상 클린룸 구축 기간은 6개월~1년이다. 기존 일정대로면 연내 클린룸 설치가 완료될 예정이었으나 해를 넘길 가능성이 생긴 것. 이렇게 되면 인프라 설비를 비롯해 증착, 노광, 식각 등 공정 장비 투입 시점도 미뤄진다.

삼성전자는 2024년 하반기를 테일러 파운드리 1라인 가동 시점을 설정했다. 회사는 “목표한 대로 차질 없이 진행 중”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해를 넘길 수도 있다. 반도체 장비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8~9월만 해도 설비를 빨리 넣어달라고 하다가 10월부터 보류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올해 들어서도 재차 발주 시기를 연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국내 평택 반도체 공장도 생산 시점이 밀릴 것으로 예측된다. P3 내 D램 라인 투자가 늦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불황이 이러한 움직임을 유발한 것으로 추정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 반도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사업부 재고는 29조576억원으로 전년(12조6025억원)대비 약 77% 늘었다. 메모리 수요가 급감한 데 따른 결과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1분기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이 1조~2조원 수준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경쟁사와 달리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한 바 있다. 웨이퍼 투입량을 축소하는 대신 공정 전환, 장비 투입 지연 등으로 추가적인 손실을 막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편 지난달 28일(현지시각) 미국 상무부는 칩스법 관련 가이드라인을 공개했다. 10년간 중국 투자 제한, 초과이익 환수 등이 골자다. 이는 삼성전자 등에 부정적인 내용이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미국 생산기지 설립 일정은 미루는 것도 이같은 조치가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국내 반도체 산업에 피해가 불가피해지자 정부는 해당 조항에 대한 협상을 진행할 방침이다. 우선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을 찾았다. 다음달 말 국빈 방미할 윤석열 대통령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관련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김도현
dobest@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