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CEO 잔혹사]② 반복된 낙하산 논란...KT는 왜 타깃이 되었나
민영기업 KT를 향한 ‘외풍’ 논란은 CEO 교체기마다 끊이지 않고 반복돼 온 일이다. 이번에도 구현모 대표를 이을 차기 대표이사 후보 1인이 최종 확정되었지만, 정치권 일각에선 여전히 불만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를 두고 정부와 여당이 소위 ‘낙하산’ 인사를 내려보내기 위해 KT를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과 함께, KT 또한 불완전한 지배구조 문제로 빌미를 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디지털데일리는 KT의 ‘CEO 잔혹사’를 살펴보고, 현 상황에 대한 분석과 앞으로의 개선 방안에 대해 심도 있게 다뤄본다. <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민영화 20주년이 무색하다. 공기업에서 출발한 KT는 2002년 민영화됐지만 정치적 외풍으로부터 줄곧 자유롭지 못했다.
취임 당시 “KT그룹을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기업으로 만들겠다”라고 공언했던 구현모 KT 현 대표 마저 최근 연임 포기 의사를 밝힌 상황이다. 연임에 실패했거나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던 역대 KT 대표이사(CEO)들의 수난사를 살펴봤다.
구 대표는 지난달 23일 차기 KT 대표이사 후보에서 사퇴하기로 결정했다. 그는 주주가치를 훼손하면 안된다고 생각해 연임을 자진 포기한다는 입장을 취했지만, 업계 내외부에선 계속된 정치적 외압을 견디지 못하고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이라 보고 있다.
그도 그럴것이 정치권이 KT 대표 인선에 관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2년 공기업에서 민간기업으로 전환됐음에도 불구, 새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친여 성향의 인사를 KT 대표로 앉히려는 정치권의 후진적 관행은 반복됐다.
실제 민영화 이후 KT 대표를 역임했던 인물은 구 대표를 비롯해 이용경·남중수·이석채·황창규 등 총 5명이지만, 연임 임기를 다 채운 이는 직전 대표인 황창규 전 회장이 유일하다.
특히, 연임 도전을 중도 포기한 이용경 전 사장을 제외하곤 모두 불명예 퇴진했다. 2005년 취임한 남중수 전 사장은 2008년 재선임됐지만, 그해 11월 돌연 납품 비리 혐의로 구속되면서 연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퇴진했다. 2008년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해다.
그리고 이듬해 1월 친이계 인사인 이석채 전 회장이 남 전 사장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하지만 이 전 회장도 연임 임기를 채우는 데는 실패했다. 취임 3년 만인 2012년 연임에 성공한 그는 이듬해 11월 배임 혐의에 대해 검찰의 대대적인 압수수색이 이어지자 결국 사의를 표명했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8개월 만이었다.
KT 대표 중 유일하게 연임 후 임기를 무사히 마친 황 전 회장도 ‘국회의원 쪼개기 후원’ 사건과 관련 정치자금법 위반과 업무상 횡령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
이런 맥락에서 이전 정부에서 KT 대표에 오른 구 대표 역시 연임 임기를 채우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던 가운데 KT 대표의 수난사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이어졌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의 한 전문가는 “한 회사의 대표는 주주의 이익을 대변해야 하며, 구 대표는 임기 동안 KT의 주가를 거의 두 배 이상 올리며 경영 능력을 입증해 보인 인물”이라고 평가하면서 “KT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로부터 두 번의 연임 적격 판정을 받은 후보에 대해 KT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부족한 명분을 가지고 지속 반대하는 배경을 살펴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업계전문가도 “집을 이미 팔고난 뒤 새로운 집주인에 가구를 이렇게 배치하라, 저렇게 배치하라 지시하는 게 말이되냐”라고 반문하며 “마찬가지로 과거의 주인이었다해도 주식회사에서 현재 주식을 가지지 못한 사람이 의견을 개진할 수 없는 것은 상식임에도 불구, 정부가 KT의 경영에 지속적으로 간섭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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