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스법이 문제로다] ③ 삼성 조단위 수혜 받아도…모호함 속 美 개입 우려
[디지털데일리 김문기 기자] 미국 정부가 반도체 생산지원금 기금지원공고(NOFO)를 공개한 가운데, 조 단위 보조금을 받을 수 있음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표정관리가 어려운 분위기다.
반도체 생태계의 미국 종속화에 빠질 수 있을 수준의 독소조항들이 대거 포함돼 있기 때문. 더욱이 불분명한 기준들로 인해 곳곳에 미국 정부 개입 가능성이 있어, 함정에 빠질 위험도 상당하다는 업계 의견이다.
지난 2월 28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는 반도체지원법(칩스법)과 관련한 보조금 정책 중 반도체 제조시설에 대한 보조금 세부 지원계획을 공고했다.
지난해 8월 발표된 칩스법은 총 527억달러 규모로 이번 공고 내용은 이 중 시설투자와 관련된 보조금 390억달러(한화 약 51조7000억원)다. 공고된 내용에 따르면 미국 내 반도체 제조시설 투자를 추진하는 기업의 경우 미국 정부로부터 보조금, 대출 또는 대출 보증 등의 방식으로 보조금 수혜를 입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 테일러시에 170억달러(한화 약 22조3000억원)을 투자해 반도체 위탁생산 공장(파운드리) 구축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시설투자 보조금을 신청하게 된다면 직접 보조금의 경우 전체 프로젝트 비용에서 5~15% 가량을 지원받을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즉, 약 8억5000만달러(한화 약 1조1000억원)에서 25억5000만달러(한화 약 3조3000억원) 가량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대출 또는 대출 보증 등의 방식으로 총 보조금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다만, 보조금 수혜에 따른 조건이 까다롭다. 게다가 불확실성에 따른 부담도 따른다. 불명확한 기준은 시장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해석되기도 하지만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놓기도 한다.
그 중에서도 초과이익공유 조건은 상당한 우려를 낳고 있다. 1억5000만달러(한화 약 2000억원) 이상의 보조금을 받는 기업은 사전 현금 흐름 등이 포함돼 있는 재정 상세 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만약 실제 발생한 수익이 이를 초과하게 된다면 지원된 보조금의 최대 75%까지 미국 정부에 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원치 않는 극비 사항 등이 미국 정부에 흘러갈 수 있다. 미국 국가 안보기관 등이 ‘국가보안’을 근거로 공급하는 반도체에 대해 신중을 기하겠다는 태도 역시 거꾸로 뒤집으면 반도체 설계나 핵심 공정 기술뿐만 아니라 반도체 공장 자체에 대한 접근을 용이하게 할 수 있다.
실제 수익이 계획된 수익과 어디까지 초과해야 이익공유가 발생하는지 역시 불분명하다. 이는 보조금을 반환하더라도 법인세 외에 준조세까지 요구받는 이중과세에 빠질 수도 있다. 또한 미국 안보기관이 어디까지 반도체 시설에 대해 접근해야 하는지도 명확하게 나와 있지 않다.
이같은 불명확성은 곧 때마다 기준을 잡을 때 외부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보장하기 어렵다. 이는 정부가 언제든지 개입할 수 있다는 당위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 반도체 재정 인센티브의 두 가지 함정’ 보고서를 통해 기술 노출 가능성 및 정보 공개의 위험이 내포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재정 지원을 받기 위해 제조 시설의 세부사항 및 기술 역량이 공개될 가능성이 높다”라며, “경쟁사와의 공정 격차가 중요한 반도체 산업에 있어 정보 공개는 치명적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성공적인 투자로 귀결된다하더라도 초과 수익은 상당부분 반납해야 하는 실효성 문제에 봉착할 수 있다"라며, “포괄적 범위의 재투자는 미국으로 철저히 제한시키며 최대 수요처인 중국에서의 추가 투자는 금지될 가능성이 높아, 이미 중국 내 생산시설을 가동중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관련업체의 경우 가동 유지와 출구전략까지 고심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미국의 보조금 제도는 향후 10년간 우려 대상국에서 반도체 제조 능력 역시 제한하고 있다. 대체적으로 중국과 공동연구나 기술 라이선스가 제한된다. 중국 내 반도체 공장의 설비 증설도 불가능하다. 문제는 그 제한선 역시도 불분명하다는데 있다. 어느 기술까지 첨단으로, 또는 범용으로 볼 지도 명확치 않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과 쑤저우에서 각각 낸드 플래시 메모리와 반도체 후공정을 운영 중이다. SK하이닉스는 우시에 D램 공장을, 훙칭에 후공정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인텔로부터 인수한 다롄 낸드 플래시 메모리 공장도 가동 중이다. 두 기업이 중국 내에서 생산하는 반도체는 전체 수량의 약 40~50%에 달한다.
이뿐만 아니라 미국은 반도체 지원을 통한 일자리 창출까지 고려하고 있다. 보다 많은 여성 인력을 끌어오기 위해 공장 직원을 대상으로 보육 지원 계획까지 제출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미국 파운드리 구축 역시도 미국산 건자재가 쓰여야 하며, 추후 R&D 센터까지 갖춰야 한다는 의도다.
김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의 경우 반도체 특유의 고정비 부담으로 25년부터 가동할 신규팹의 대형 수주 및 가동률 유지 전략이 핵심 논의 과제였다”라며, "하지만 이제 재정 인센티브 기준까지 고려한 다각도 재검토가 필요하리라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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