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재계

車 향한 삼성 내부 어깨동무…반도체 보릿고개 넘기 [소부장박대리]

백승은
전세계적으로 반도체와 전기차 분야의 산업적 가치가 중요해졌고 소재·부품·장비(소부장)산업에 대한 관심도 어느 때보다 높아졌습니다. <디지털데일리>는 소부장 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 동향과 다양한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 '소부장박대리'(배터리)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소부장 산업계의 보이지않는 소식들까지도 충실히 전달하겠습니다. <편집자주>

- 美 암바렐라 수주 맡은 삼성 파운드리, 차량용 FC-BGA 개발 성공한 삼성전기

[디지털데일리 백승은 기자] 삼성이 반도체 보릿고개를 넘어서기 위한 비책으로 전자장비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전기차와 자율주행 시대가 가까워지면서 차량용 반도체를 비롯한 전장 영역은 대표적인 성장 사업으로 손꼽힌다. 이에 관련 사업 역량을 키워 미래 시장에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27일 시장조사기관 옴디아 등에 따르면 올해 전체 반도체 시장은 전년대비 한 자릿수 역성장할 것으로 보이지만 반면 차량용 반도체 시장은 전년대비 두 자릿수 성장세를 드러낼 것으로 예측된다.

2023년 차량용 반도체 예상 매출은 760억2700만달러로 전년대비 13.6% 오를 것으로 예측된다. 한화로 100조원이 넘는 수준이다. 미래 상황도 밝다. 옴디아는 2025년까지 줄곧 두 자릿수 성장을 보일 것이라고 봤다. 흐름에 맞춰 차량용 반도체 기판 등 관련 부품 시장도 몸집이 커지는 중이다.

성장 사업을 잡기 위해 삼성의 발걸음도 바빠졌다. 작년 10월에는 그룹 차원에서 ‘두뇌’ 역할을 하는 삼성글로벌리서치에 전장 관련 팀을 신설하며 힘을 싣기도 했다.

올해 들어 삼성전자 수탁생산(파운드리) 사업부는 미국 인공지능(AI) 반도체 전문업체 수주를 맡으며 결실을 맺었다. 삼성전기 역시 주요 사업부에 전장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전장용 반도체 기판을 개발하는 등 내실 다지기에 집중하는 중이다.

◆암바렐라 수주 맡은 삼성전자 파운드리…차량용 메모리, 2025년 1위 목표

지난주 삼성전자는 인공지능 반도체(AI) 전문 기업 암바렐라의 최신 시스템온칩(SoC) ‘CV3-AD685’을 5나노미터(nm) 파운드리 공정으로 생산한다고 발표했다.

자율주행 자동차가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라고 불리는 고성능 자율주행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여러 기능을 갖춘 시스템을 하나의 칩으로 구성한 시스템온칩(SoC)가 필요하다. 이때 성능이 다양하고 고도화될수록 반도체 칩당 중앙처리장치(CPU) 코어 수가 많아져 개발이나 생산이 까다롭다.

암바렐라는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4대 자율주행 기업으로 손꼽히는 기업이다. CV3-AD685는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에 탑재되는 SoC로, 자율주행차에서 운전 상황을 스스로 판단하고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 삼성전자는 5nm 공정 활용 등으로 CV3-AD685의 AI 성능을 전작대비 20배 향상하는 데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파운드리뿐만 아니라 차량용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도 두각을 드러내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차량용 메모리 부문은 마이크론이 선두지만, 오는 2025년까지 차량용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1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앞세우고 있다. 역량 강화의 일환으로 이달에는 퀄컴에서 ADAS 등 자율주행 시스템을 담당했던 베니 카티비안 전 퀄컴 엔지니어링 부문 부사장을 삼성전자 미국 법인 부사장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여권 사진 크기의 전장용 FC-BGA 개발한 삼성전기…車 영역 확대에 집중

차량용 반도체 부품 영역도 적극적으로 늘리고 있다. 삼성전기는 최근 ADAS에 적용하는 전장용 플립칩(FC)-볼그리드 어레이(BGA) 개발을 마쳤다.

FC-BGA는 한 마디로 반도체에서 ‘매개체’ 역할을 담당한다. 반도체가 한 폭의 그림이라고 가정하면, 실리콘 웨이퍼라는 도화지 위에 노광, 식각, 증착 등 공정을 반복하며 그림을 그려나간다. 마지막으로 외부 충격으로부터 보호하고 반도체가 투입되는 기기와 연결해 주는 포장(패키징)을 통해 액자를 만들면 된다.

이때 반도체 단자와 기기의 메인보드가 연결될 수 있게 해 주는 매개체가 반도체 패키지 기판인데, 액자 위에 유리를 덮는다고 생각하면 쉽다. FC-BGA는 반도체 패키지 기판의 한 종류로, 더 많은 입출력(I/O)을 형성할 수 있는 대신 제작이 어려운 제품이다.

삼성전기는 기존 회로 선폭과 간격을 크게 줄여 여권 사진 크기의 한정된 공간에서 약 1만개 이상 단자를 구현하는 제품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여러 개의 칩을 쌓으면서 부각된 기판 대형화에 따른 휨강도 등도 개선하며 기술력을 한층 높였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및 자율주행차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대부분 전자·부품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차량용 반도체를 비롯해 전장 사업은 기술 난이도가 높고, 안전 문제도 있어 진입장벽이 높아 후발주자가 도전하기 어려운 시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 계열사는 기존에 쌓아둔 기술력을 바탕으로 공격적으로 경쟁력 확장에 나서고 있다”라며 “앞으로 차량용 메모리 반도체 및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 반도체 기판 등 다양한 영역에서 포트폴리오를 넓혀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백승은
bse1123@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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