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글로벌 벤처캐피털(VC) 투자가 4분기 연속 감소해 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적인 회계·컨설팅기업 KPMG 인터내셔널(회장 빌 토마스)이 26일 발간한 보고서(Venture Pulse Q4 2022)에 따르면, 2022년 4분기 글로벌 VC 투자는 7641건의 거래로 756억 달러에 그쳤다. 전 분기 9767건, 1022억 달러 대비 거래 건수와 규모가 모두 급감하며, 2019년 2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보고서는 인플레이션 및 급격한 금리 인상 등 글로벌 불확실성으로 인해 VC 시장이 얼어붙어 있으며, 올 1분기까지 전세계적으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및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에너지 자립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전기차와 같은 대체 에너지 기술 및 발전·분배 등 에너지 분야와 ESG 관련 솔루션에 대한 VC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4분기 VC 투자는 미주지역과 유럽, 아시아 등 모든 지역에서 거래 건수와 투자 규모가 감소했으며, 아시아에 대한 VC 투자는 2022년 3분기 3052건, 304억 달러에서 4분기 2157건, 226억 달러로 투자건수가 30%가량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CVC(Corporate Venture Capital,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 투자도 4분기 연속 감소했다. CVC 관련 총 투자액은 2021년 4분기 1080억 달러에서 2022년 4분기 365억 달러로 1년 새 약 70% 줄어든 양상을 보였다.
글로벌 벤처캐피털의 엑시트(Exit, 투자회수) 활동도 2021년 4,174건, 1조4,270억 달러에서 2022년 2997건 3088억 달러로 전년 대비 크게 하락했으며, 엑시트 규모가 7532억 달러에서 714억 달러로 무려 90% 감소한 미국에서 가장 두드러졌다.
2022년은 미국과 유럽의 강력한 자금 조달로 인해 실제 투자 집행이 이루어지지 않은 미투자금을 뜻하는 드라이 파우더(Dry Powder)가 대규모로 축적됐다. 2022년 VC들은 2500억 달러 이상을 모금했으며, 이는 지난 10년 간 세 번째로 큰 규모다. 미국은 1600억 달러의 기록적인 투자금을 유치했다. 반면, 아시아의 자금 조달은 4년 연속 감소했는데, 이는 2014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2023년 1분기를 앞두고 소비재 중심의 기업들이 가장 부담을 느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전세계 벤처캐피털 투자는 여전히 저조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미국의 IPO 장은 올해도 주춤할 것으로 보이며, 기업들의 현금이 마르면서 기존보다 몸값을 낮춰 투자를 받는 다운라운드(Down Round)가 늘고 인수합병(M&A) 활동도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지난해 4분기 중국의 광저우자동차그룹(GAC) 산하 전기차 브랜드인 아이온(Aion)이 25억6000만 달러의 가장 큰 투자금 유치에 성공했고, 온라인 패션브랜드 셰인(SHEIN) 10억 달러, SPIC 수소에너지 6억3100만 달러, 보야카 테크놀로지(Voyah Car Technology) 6억3000만 달러, 에스윈(ESWIN) 머티리얼 5억6200만 달러, 페이홍 테크놀로지 5억3700만 달러를 조달하는 등 중국이 아시아태평양지역 내 10대 메가딜에서 7개를 차지했다. 한국은 토스(4억500만 달러)가 8위에 올랐다.
삼정KPMG 김이동 부대표는 “유럽의 지속적인 에너지 위기와 기후 변화 등 지속가능성을 고려할 때, 투자자들은 대체 에너지 기술, 전기 및 수소 동력 차량, 배터리 저장 기술 등에 계속 눈길을 돌릴 것”이며, “전세계적으로 사이버보안, 생명공학, 레그테크 및 밀리터리 애플리케이션에도 많은 관심이 몰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인공지능(AI)과 대화형 AI와 같은 게임 분야도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