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부장 유망기업탐방] 동화일렉, '日 독점 소재' 국산화…유럽 찍고 미국행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는 세계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를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만들기 위한 소재·부품·장비(소부장)는 해외의존도가 높다. 지난 10여년 줄곧 지적했던 문제다. 일본 수출규제는 한국 기업의 약점을 부각했다. <디지털데일리>는 소부장 육성을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지, 우리 기업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등 유망기업을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전해액 시장에서 중국은 가격경쟁력, 일본은 품질이 우위다. 한국은 샌드위치 신세인데 동화일렉트로라이트는 규모의 경제와 첨가제 등 핵심 기술을 확보해나가고 있다. 이를 통해 여러 고객사로부터 제안을 받고 있다. 수년 뒤 주요 전해액 기업으로 살아남는 게 목표다.”
지난 12일 만난 이시준 동화일렉트로라이트 대표<사진>는 이같이 말했다.
동화일렉트로라이트의 전신은 지난 2009년 설립된 파낙스이텍이다. 이 회사는 배터리 4대 소재 중 하나인 전해액을 생산하는 업체다. 전해액은 리튬이온이 양극과 음극 사이를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물질이다. 전해액은 리튬염과 용매, 첨가제 등을 조합해 만든다.
파낙스이텍은 2010년 중국 톈진, 2011년 한국 논산, 2014년 말레이시아 세나이 등에 전해액 공장을 세우면서 일찌감치 국내외 생산거점을 마련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소형 전자기기,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에 투입되는 전해액을 생산했다. 2010년대 중후반부터 전기차 시장이 꿈틀대면서 관련 제품 비중을 늘렸다.
그동안 전해액 분야는 중국과 일본이 강세였으나 최근 한국 배터리 3사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국내 소재 기업 역시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동화일렉트로라이트도 마찬가지다.
이 대표는 “한국은 중국 대비 높은 기술력과 품질관리 능력, 일본 대비 높은 가격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며 “특히 더욱이 일본 기업들과 기술격차는 거의 없다고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전해액 첨가제인 ‘PA800’ 개발한 것이다. 이 제품은 중대형 배터리 전해액용 핵심 첨가제로 일본에서 전량 수입하던 품목이다. 구체적으로 2차전지 충·방전 시 전극 표면에 SEI(Solid Electrolyte Interphase) 피막을 형성해 전극 내부 구조 안정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이를 통해 배터리 수명을 연장하고 출력 및 고온 안정성을 개선한다. 기존 첨가제인 바닐렌카보네이트(VC), 플로로에틸렌카보네이트(FEC) 등과 물성 조합도 좋은 것으로 전해진다.
동화일렉트로라이트는 국내 최초로 PA800을 개발한 데 이어 국내 특허 등록 및 국제특허(PCT) 출원까지 완료했다. 현재 시생산 단계다.
이 대표는 “수입 제품 대비 우수한 경제성을 갖췄다. 현재 고객사들에 프로모션 중으로 일부에는 PA800이 포함된 전해액을 공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동화그룹은 작년 11월 중앙연구소를 준공했다. 동화일렉트로라이트는 논산 등지에 퍼진 연구조직을 이곳으로 통합했다.
동화일렉트로라이트의 차별화 포인트는 전해액 3대 요소 중 난도가 가장 높은 첨가제 설계 능력을 갖춘 부분이다. 이 대표는 “고객 요구사항을 충족할 수 있는 전해액 조성 개발 역량을 확보한 점이 경쟁력이다. 연구소 내 자체 합성으로 신규 첨가제를 개발할 수 있는 노하우도 있다”고 이야기했다.
또 다른 강점은 글로벌 생산기지와 생산능력(캐파)이다. 동화일렉트로라이트는 지난해 4월 헝가리에 연산 2만톤 규모 공장을 완공했다. 헝가리는 주요 고객사인 삼성SDI를 비롯해 SK온, 완성차업체 등이 위치한 곳이다. 전해액의 경우 액체라는 특성 때문에 배터리 소재 중 부피가 큰 편이며 유통기한이 길지 않다. 이에 따라 접근성이 중요하다.
회사는 미국 테네시주 투자도 확정한 상태다. 오는 2024년 가동 예정이다. 지난해 기준 5만톤 내외에서 2025년경 10만톤 내외 캐파를 갖출 것으로 관측된다. 1기가와트시(GWh)당 전해액 650~700톤이 소요되는 것을 고려하면 10만톤은 적지 않은 수준이다. 전해액은 리튬 등 원재료 비중이 높아 일정 물량이 확보되지 않으면 수익을 내기 힘든 아이템이다.
동화일렉트로라이트는 차세대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전지 핵심인 고체전해질도 개발 중이다. 이 대표는 “지난 2017년부터 관련 기술 개발에 돌입했다. 유관 국책과제도 수행하는 등 상당한 수준까지 올라온 상태다. 양산화를 위한 공정 및 물성 확보도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신규 사업으로는 ‘NMP(N-Methyl Pyrrolidone)’를 낙점했다. NMP는 전극 공정에서 쓰이는 양극 바인더 용매 소재다. 동화일렉트로라이트는 배터리 공장에서 나오는 폐기물을 회수해 NMP로 가공하는 정제 시설을 헝가리, 미국 등에 구축할 계획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인수합병(M&A), 상장 등도 검토한다. M&A는 매출처 다각화 차원이다. 상장은 ▲기업 가치 ▲조달 필요성 ▲자본 시장 투자 수요 ▲유동성 등을 고려해 타이밍을 잡겠다는 심산이다.
이 대표는 “지난해 포트폴리오(전해액 라인업) 다변화로 장기적 매출 성장을 위한 채비를 마쳤다. 국내 3사 외에도 글로벌 배터리사, 전기차 OEM 등과 배터리 설계부터 양산까지 모든 단계에 걸쳐 협업을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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