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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돕지 않으면 리걸테크 시장 말라죽어” 규제혁신 촉구 한 목소리

이나연

[디지털데일리 이나연 기자]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것만으로는 소비자에 닿는 데 한계가 있어 (변호사) 선배들 추천으로 로톡에 가입하게 됐습니다. 지금까지 서비스 이용 내역을 살펴보니 의뢰인 6700명과 상담을 진행했고, 3150명에게 고맙다는 후기를 받았죠. 그런데 대한변호사협회(이하 변협)이 로톡을 탈퇴하지 않으면 징계하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동안 쌓인 상담일지 데이터와 이용자 후기를 지워야 한다는 것에 부당함을 느껴 탈퇴하지 않았습니다.”

법률 서비스 플랫폼 로톡 이용자인 이재희 법무법인 명재 변호사는 18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국민의힘 규제개혁추진단이 개최한 리걸테크 스타트업 규제혁신 현안 간담회에서 이같이 토로했다.

이재희 변호사는 광고 없이는 도저히 일할 수 없는 현실을 강조하며 “지금 로톡에 반대하는 자들은 이미 충분히 많은 사건을 해결해 인지도가 높은 변호사 또는 로톡 이용자들이 법률시장을 장악할까봐 우려하는 개업을 앞둔 변호사들”이라고 말했다. 변호사들조차도 로톡 서비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변협 징계 의결 당사자인 민태호 법무법인 선승 변호사는 “법령을 보면 리걸테크 산업 규제할 근거 없는데도 변협이 변호사를 상대로 징계한다는 건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태호 변호사에 따르면 징계를 받은 변호사는 공공기관 등에 자문하는 기회를 사실상 박탈당한다. 자문 일을 의뢰받기 위해서는 신상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데 징계받은 사실이 하나라도 존재하면 자문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민 변호사는 “이 때문에 변호사들은 법률 사무가 위축되고 상담 부분 매출이 감소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날 로톡 운영사인 로앤컴퍼니 김본환 대표는 정부와 여당에 리걸테크 규제 혁신에 힘을 실어주기를 호소했다.

김본환 대표는 “창업 첫날부터 변호사법을 모두 인쇄해 벽에 붙이고 합법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2021년 변협의 갑작스러운 광고 규정 개정 이후 이렇게까지 막무가내로 변호사들에게 부당한 제재를 강행할 줄은 예상치 못했다”고 말했다.

앞서 검찰과 법무부, 헌법재판소, 공정거래위원회 등 모든 사법기관과 공공기관에서 로톡이 합법 서비스라고 판단했음에도 불구하고, 변협이 일방적인 제재를 강행하며 최후 수단으로 로톡 이용 변호사들을 징계하는 우회 방식으로 로앤컴퍼니를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대표에 따르면 2014년 출시된 로톡은 2년마다 약 200%씩 성장하는 서비스였지만 변협의 규제 방침이 본격화된 이후 직격탄을 정면으로 맞고 있다. 실제로 4000여명에 달하던 로톡 이용 변호사들 절반이 하루아침에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지금까지 100억원대 이상 매출 손실도 발생했다.

김 대표는 “전 세계적으로 온라인 플랫폼 내 변호사 광고를 금지하는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며 “변협의 부당한 제재 행위는 우리 사업 존폐뿐만 아니라 국내 리걸테크 발전을 가로막는 것이다. 법률 서비스 조력을 받을 국민 권리와 변호사의 영업 자율 또한 침해한다”고 비판했다.

또 “이 문제를 자율권이라는 미명하에 방치하는 건 우리 같은 스타트업의 생사를 협단체에 쥐여주는 것과 다름없다”며 “정치권에서 해결해주지 않는다면 지금까지 법률 서비스 분야에서 그래왔듯 한국 전문직 분야 혁신을 이뤄내는 스타트업은 싹조차 틔우지 못하고 말라 죽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의원들도 정보기술(IT) 시대변화에 따라 리걸테크 규제혁신을 위한 지원에 앞장서겠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간담회를 주관한 한무경 의원은 “이전까지는 공급자 위주였지만 이제 소비자 중심으로 정책 방향성을 틀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앞으로도 소비자 입장을 듣는 자리를 많이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원장도 지원사격에 나섰다. 성일종 정책위원장은 “규제 개혁은 변화하는 과학 문명에 따라 새롭게 옷을 갈아입어야 하는 필수 산업”이라며 “로톡 이슈 역시 많은 대형 로펌들의 반대가 심한데, 국민 편리성 측면에서 주저하거나 늦출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홍석준 국민의힘 규제개혁추진단 단장은 “이번 사안은 국민 법률 서비스 접근성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문제”라며 “특히 한국은 재판 지연이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인데, 법률시장에 로톡 같은 기술을 적용하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최근 변협 회장이 바뀌었으니 회징단과 관련 문제를 적극 논의해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하겠다”고 부연했다.

한편, 올해부터 규제개혁위원회는 변협과 로톡 양측 입장을 균형 있게 경청하고 갈등 해결을 위한 여러 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다.
이나연
ln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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