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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면접에서 등산하고 술 먹고"…취준생이라면 ‘간다’ vs ‘안간다’ [e라이프]

신제인
- 코로나 감소세에 각종 ‘이색면접’ 재개
- 취준생에게 ‘부담’일까, ‘기회’일까...갑론을박

[디지털데일리 신제인 기자] 한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가 채용 과정에서 ‘등산 면접’을 실시한 것을 두고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회사가 원하는 인재상을 추릴 수 있고 신선하다”고 보는 우호적인 반응과 “시대 착오적”이라는 비판이 모두 제기된 것이다.

예전에는 등산을 하고, 술을 마시는 등의 이색 면접이 특별한 경험으로 평가받았지만 어느샌가 ‘꼰대’스러운 구태로도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누리꾼 A씨는 10일 한 채용정보 카페에 “중견기업 서류에 붙었는데 면접을 가지 않기로 했다”라며 글을 올렸다.
논란이 된 기업의 1차 면접 일정표. 취업 커뮤니티 '스펙업' 갈무리.
논란이 된 기업의 1차 면접 일정표. 취업 커뮤니티 '스펙업' 갈무리.
그가 공개한 세부 일정표에 따르면 1차 면접 당일 9시부터 입실이 시작돼 5시 40분에 모든 일정이 종료된다. 사실상 입실부터 면접 종료까지 8시간 이상 소요되는 셈이다.

면접 일정에는 ▲채용 설명회 ▲조별 아이스브레이킹 및 토론 주제 선정 ▲2시간 40분간의 등산 면접 등이 포함됐다.

◆면접 보러 간다 VS 안 간다…네티즌 ‘갑론을박’

이에 누리꾼들은 “저걸 무슨 1차면접에 다 하냐. 지원자를 배려하지 않는 행위”, “등산까지 시키고 떨어트리면 너무하다”, “의자에 경직된 채 앉아 면접 보는 것보다 재밌을 것 같다”, “회사에 충성도가 높은 직원을 뽑겠다는 의미”, “요새 같은 취업난에 중견기업이면 면접 가야한다”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일각에서는 해당 기업이 어디인지에 대한 추측도 언급됐다. 한 누리꾼은 이 기업은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로, 업력 52년 차라며 직원 350명에 평균 연봉이 5500만원 정도라고 주장했다.

2014년도 해당 기업의 등산면접 후기. 채용사이트 '잡코리아' 갈무리.
2014년도 해당 기업의 등산면접 후기. 채용사이트 '잡코리아' 갈무리.

누리꾼들 사이에서 해당 기업이 추려지자 과거 게시물도 다시 주목을 받았다.

2014년 해당 기업의 하반기 채용 공고에 지원해 등산 면접을 봤다고 밝힌 B씨는 조별로 중간 직급의 직원분이 담당 교관으로 배정돼 동행했다”며 “등산하면서 단어, 숫자, 사자성어 등 5개의 키워드를 획득한 뒤, 등산을 마친 후에 조별로 키워드를 조합해 준비한 발표를 하고 질의응답, 개인별 질문을 한다고 부연했다.

같은 해 또 다른 지원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C씨는 면접 분위기는 대체로 좋고 직무 강점보다는 인성에 대해 강조해서 인재를 중요시하는 기업이라는 느낌이 들었다고 전했다.

◆“인성 보는 절차”…지원자 갑질은 ‘사실무근’

여러 논란이 제기되자 해당 기업도 입을 열었다. 기업 관계자는 이번 채용 과정에 대해 “2013년 상반기 공채부터 시작한 인성 면접 형태로, 2019년 하반기에 코로나로 인해 잠시 멈췄다가 2023년 상반기부터 다시 재개했다”고 밝혔다.

또 “면접 전에 설명회를 갖는 건 우리 기업이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보니까 지원자들에게 회사나 직무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라며 “회사 소개, 점심시간 등을 생각하면 실제 면접 시간은 3~4시간 정도”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면접비는 많은 금액은 아니지만 최소 3만원에서 최대 10만원을 지원해주고 있다”며 “입사 후 주말이나 근무 외 시간에는 절대 등산하지 않는다. 면접때만 활용하는 방식”이라고 전했다.

◆ ‘합숙에, 음주까지’ 재개하는 이색면접…지원자는 ‘시름’


이처럼 기업이 채용 과정에서 이색적인 절차를 두는 것은 사실 그리 특이한 일이 아니다.

코로나19 유행으로 비대면 문화가 등장하며 잠시 중단됐지만 합숙 면접, 등산 면접 등 다양한 공간에서 오랜 시간 지원자를 관찰하고자 하는 노력은 이전에도 다양한 기업에서 실시해 왔다.

실제로 방송∙언론사의 경우 직무의 특성상 중요하게 작용하는 협업 능력과 체력을 파악하기 위해 합숙 면접을 실시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최근에는 합숙 대신 실무면접 전형을 두어 정해진 시간동안 업무를 처리하는 능력을 보다 직접적으로 확인하고 있다.

제약회사의 경우도 전통적으로 등산 면접을 보기로 유명하다. 특히 외근이 잦은 영업직의 경우 체력과 인성이 중요하게 작용하는데, 등산 과정에서 이를 어느정도 파악할 수 있다는 이유다.

이외에 식품회사들은 음식에 대한 이해도 확인을 위해 미각 테스트를 하고, 주류 회사는 음주 면접을 보기도 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색 면접이 단순히 ‘지원자를 힘들게만 하는 비효율적인 절차’가 아니라 ‘지원자와 기업 모두 서로를 더 잘 알아가는 시간’이라고 설명한다.

다만 이에 대한 취업 준비생들의 거부감은 이전보다 커지는 모양새다. 한 누리꾼은 “그렇지 않아도 힘든 취업난에 기업마다 원하는 다양한 역량을 모두 준비해야 한다는 것은 큰 부담”이라고 적었다.

취업난이 심하지 않아 상대적으로 적은 원서를 넣어도 합격할 수 있었던 때와 달리 기본 수 십, 수 백 개의 원서를 넣어야 하는 상황에서 특정 기업에만 깊은 이해도와 관심을 갖기는 어려운 현실이라는 의미다.

이에 “채용 시스템은 회사 마음. 을 (지원자) 입장에서 별 수 있나”라는 자조적인 목소리도 전해졌다.
신제인
jan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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