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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도 때로는 'AI'의 영역밖이다 [디지털 & 라이프]

박기록
2022.11.23 카타르 월드컵 E조 예선 독일 VS 일본 경기후, 일본 선수들이 승리가 확정되자 그라운드로 뛰어가고 있다. <사진>중계 영상중
2022.11.23 카타르 월드컵 E조 예선 독일 VS 일본 경기후, 일본 선수들이 승리가 확정되자 그라운드로 뛰어가고 있다. <사진>중계 영상중
23일 밤 10시 카타르의 도하 칼리파 인터내셔널스타디움에서 열린 E조 조별리그 경기에선 이변이 발생했다. 조별예선 첫 경기인 독일 대 일본의 경기에서 일본이 2대1 역전승을 거둔 것이다. 하루 전 사우디가 아르헨티나를 격파한 것 만큼이나 쇼킹했다.

이 때문에 이 놀라운 승부의 결과를 과연 누가 예측했는지 관심도 커졌다.

그러나 경기에 앞서 유명한 영국의 스포츠 도박업체에서 부터 미국 라스베이거스 베팅업체, 또 이런 저런 기관에서 AI(인공지능)기반 빅데이터가 총동원됐지만 일본의 승리를 예측한 곳은 없었다.

앞서 이번 월드컵에 AI 승부예측 서비스를 선보인 LG유플러스가 지난 15일 예측한 일본의 독일전 승리 가능성도 14%에 불과했었다. 참고로 일본의 2차전 상대인 코스타리카전 승율은 53%, 3차전 상대인 스페인전은 19%로 나왔는데, 일본이 이 예측도 깰 수 있을지 관심이다.

결과만 놓고 본다면 LG유플러스의 AI예측은 크게 빗나갔다. 물론 LG유플러스는 이 서비스의 취지가 예측 결과의 정확도보다 재미에 초점을 맞췄다고 미리 양해를 구했기때문에 크게 정색하고 따질일은 아니다.

사실 어떤 예측 프로그램도 그 근거는 어디까지나 과거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 냉정하게 말하면 미래는 예측할 수 없는 것이다.

지난 2016년,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이후, AI가 거의 신격화됐지만 현실에선 AI도 얼마든지 허술한 존재에 불과할 수 있다.
AI를 이용해 선수의 활동량 뿐만 아니라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오프사이드(Off Side)까지 정확하게 판별해 내고 있지만 승패의 예측은 'AI 영역 밖'이다.
축구의 결과는 비록 스코어로 표현되지만 그 속엔 또 다른 스토리가 농축돼있다. 우리에게 한-일 전이 그렇듯 특히 월드컵과 같은 국가대항전에서 숫자 그 이상의 무엇이 작용한다. '국가 대 국가'로 상징되는 가장 원초적인 국가주의가 농축된 스포츠이기도 하다.

그렇다보니 이번처럼 과거의 데이터와는 전혀 다른 의외의 결과가 나타나기도 한다.

월드컵 역사중 가장 뜨거웠던 경기중 하나로 지난 1986년 6월, 아르헨티나와 잉글랜드간의 대결이 손꼽힌다. 당시 세계 언론은 포틀랜드 전쟁과 오버랩시키며 '진짜 전쟁과도 같은 경기'라고 표현했다.

당시 이 경기에서 축구 신동 마라도나는 불과 4년전인, 1982년 포클랜드 전쟁에서 영국에 패배한 아르헨티나의 국민들을 위로했다. 이 대회에서 아르헨티나는 결승에서 독일까지 제압하고 통산 2번째 월드컵 우승을 차지했다.
1986년 멕시코월드컵 8강전, 아르헨티나 vs 잉글랜드. 마라도나의 '65미터 드리볼' 질주 순간
1986년 멕시코월드컵 8강전, 아르헨티나 vs 잉글랜드. 마라도나의 '65미터 드리볼' 질주 순간
이 경기에서 마라도나가 하프라인 근처에서 불을 가로채 65미터를 질주, 영국의 수비수 5명과 골기퍼까지 제치고 쐐기골을 넣는 명장면이 탄생했다.
톨스토이의 소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등장하는 천사 미카엘이 말했듯 인간에게 허락되지 않는 세가지중 하나는 '미래를 알려고 하는 것'이다.
'인간은 불과 1시간뒤의 미래도 알 수 없다.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오직 신의 영역'이다. 결국 인간에겐 필요한 것은 미래에 어떤 결과가 나타나더라도 이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자세 뿐이다.

AI의 어쭙잖은 예측을 가뿐히 뛰어넘는 결과는 스포츠가 주는 또 다른 원초적인 감동이다. 진부하지만 거기에서 또 다른 위안을 얻는다.
박기록
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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