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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정책점검]① 초유의 주파수 할당 취소, 정부 책임은 없었나

권하영

정부가 통신사업자에 할당된 5G 주파수를 회수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KT와 LG유플러스에 대해 5G 28㎓ 주파수 할당 취소를 결정했고, SK텔레콤에 대해선 주파수 이용기간 단축이라는 처분을 내렸다. LTE보다 20배 빠른 ‘진짜 5G’로 알려진 28㎓ 대역은 향후 메타버스와 자율주행 등 미래 사업에 필수적인 만큼, 파장은 클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디지털데일리’는 전례 없는 주파수 회수 사태를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하고, 이것이 이용자와 생태계에 미칠 영향까지 전망해본다. <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지난 18일 KT와 LG유플러스에 대해 5G 28㎓ 대역 주파수 할당 취소를 결정했다. SK텔레콤은 그나마 주파수 이용기간 단축이라는 처분으로 그쳤지만, 내년 5월까지 1만5000개의 28㎓ 기지국 장치를 모두 설치해야만 주파수 취소를 면할 수 있다. 정부가 통신사에 줬던 5G 주파수를 다시 회수하기로 결정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과기정통부는 왜 이런 결정을 내렸을까. 일단 통신사들이 28㎓ 대역 투자를 게을리 했다는 게 이유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2018년 5G 주파수를 할당하면서, 28㎓ 대역에 대해선 작년 연말까지 3사 합쳐 4만5000개 장치를 구축할 것을 조건으로 달았다. 그런데 통신사들은 주파수 취소를 면하는 기준인 이의 10%, 즉 4500개를 간신히 넘긴 수준으로 28㎓ 장치를 구축했다. 통신사들이 비판을 부르는 대목이다.

실제 홍진배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은 “통신사당 1만5000개의 장치를 설치하는 부분은 국 수로 따지면 7500국에 불과하다”며 “(사업자들이 의무 수량에 미치지 못한 것은) 사업자들이 투자비를 아끼고자 했던 노력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본다”며 책임소지를 사업자들에 넘겼다. 박윤규 과기정통부 제2차관은 “주파수 할당 당시부터 28㎓에 대해서는 정책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부분을 다 고려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5년간 사업자들이 지속적으로 28㎓ 투자 어려움을 호소해왔다는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28㎓ 대역 주파수는 전파 도달거리가 짧고 장애물을 피하는 회절성이 낮다. 때문에 기지국을 더 촘촘히 구축해야 하고, 이는 곧 어마어마한 투자 지출로 이어진다. 반면 28㎓ 대역을 활용한 수익모델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돈은 많이 쓰는데 돈을 벌 수는 없으니, 통신사들이 투자에 난색을 표한 것이다.

단순히 통신사 잘못으로 그치기엔 정부도 책임이 없다고 말할 수 없다. 할당 당시인 2018년, 과기정통부는 사업자에 28㎓ 대역 2400㎒ 폭을 할당키로 하면서 4만5000개의 장치 구축 의무를 부여했다. 이 같은 결정은 사업자들의 의견도 있었겠지만 결국은 주파수정책자문위원회를 거친 과기정통부의 판단이기도 했다. 잘못된 시장 예측의 책임은 당초 계획을 수립했던 관할부처인 과기정통부에도 있는 셈이다.

정부가 정책적 유연함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정부는 UHD 용도로 700㎒ 주파수를 가져간 지상파 방송사들이 투자를 제대로 이어가지 못하자, 전국 서비스 일정을 2년 늦춰준 적이 있다. 지난 2018년 KT가 800㎒ 대역에서 LTE 망 구축을 전혀 못했을 때도, 정부의 처분은 이용기간 단축으로 끝났다. 이번에도 아직 성숙되지 않은 28㎓ 생태계에 대한 고려가 있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다만 과기정통부는 이에 대해 “지상파 방송사의 경우 수도권과 광역시 위주로 투자를 이행했고, 지역방송사들이 구축을 못했던 문제”라며 “주파수를 직접 요청한 통신사들과 비교할 대상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KT의 이용기간 단축 사례 역시 “할당공고에 주파수 취소에 관한 부분이 없었기 때문에 이용기간 단축 처분이 내려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번 주파수 할당 취소와 관련해 통신사들의 당락을 가른 게 ‘정성 평가’였다는 점도 아리송한 대목이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이번 심사는 ▲작년까지의 28㎓ 구축 이행 실적에 따른 정량 평가(60%)와 ▲앞으로의 구축 계획에 따른 정성 평가(40%)로 진행됐다. 이행 실적은 적어도 최저 기준을 통과했으니, ‘앞으로의 계획’에 있어 심사 미달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과기정통부의 이번 조치가 통신사업자들을 겨냥한 ‘군기 잡기’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과기정통부가 2018년 공고된 내용에 따라 원칙적인 행정 집행을 내린 것이라곤 하지만, 충분히 정책 전환을 할 수 있었다고 본다”며 “이번 브리핑을 보면 통신사들에게 강하게 책임을 묻고, 또 스스로도 ‘엄중한 판단’이라고 표현했다. 통신사들에 대한 경고 메시지”라고 말했다.

김용희 동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디바이스나 콘텐츠가 준비 안 된 상황에서 무조건 네트워크만 투자하기 보다 실제로 시장 수요가 생길 때 설치를 해도 늦지 않다”라며 “통신사들이 3.5㎓ 대역의 경우 이행률이 높은데, 결국 시장 수요에 공급이 따라간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장과 정부의 협의와 소통 과정이 (부족했던 것이) 아쉽다”라며 “좀 더 많은 노력을 공동으로 했어야 했다”고 진단했다.

권하영
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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