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K-배터리 수주잔고 760조원
- 정부 지원보다는 기업 개인기로 성장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지난해 7월, 당시 문재인 정부는 ‘K-배터리 발전 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2030년 차세대 2차전지 1등 국가 대한민국’이라는 비전 아래 민관 협력 대규모 연구개발(R&D) 추진, 글로벌 선도기지 구축, 공공 및 민간 수요시장 창출 등을 실현하는 게 목표로 제시됐다.
그로부터 약 1년4개월 동안 많은 것이 바뀌었다.
정권 교체가 이뤄졌고 코로나19 국면은 소강상태로 접어든 가운데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는 분위기다.
배터리 업계로 한정하면 주춤하던 전기차 수요가 살아나는 시점에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유럽 원자재법(RMA) 등이 연이어 등장했다.
두 법안은 공통적으로 자국 중심 배터리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게 골자다. 전기차 시장 1위 중국을 견제하는 동시에 아시아 국가에 편중된 배터리 산업 주도권을 가져오려는 의도다.
안팎으로 여러 이슈가 휘몰아친 상황에서 국내 배터리 3사 위상은 더욱 높아졌다.
해당 전략이 공개된 당시 LG에너지솔루션 180조원, SK온 130조원, 삼성SDI 80조원 내외 수주잔고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시점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 370조원, SK온 270조원, 삼성SDI 120조원 수준으로 총 760조원에 달한다. 각각 1.5~2배 가까이 늘어날 정도로 상승 폭이 컸다.
일련의 과정에서 국내 소재 및 장비사도 존재감을 나타냈다. 이례적으로 완성차업체와 직거래를 트고 해외 배터리 제조사로부터 러브콜이 쏟아지기도 했다. 대응 차원에서 미국과 유럽 투자를 본격화하고 인수합병(M&A)을 성공시켰다.
이러한 성과는 글로벌 완성차업체와 연이어 합작법인(JV)을 설립하고 미국과 유럽 등지에 증설 작업을 이어가는 등 분주하게 움직인 결과다.
유럽 신생 배터리 업체가 생산라인 마련에 차질을 빚으면서 우리나라 기업의 가치는 더욱 올라갔다. 미국의 중국 배터리 저격이 노골화하면 사실상 유일한 대안인 한국에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제 관건은 작년 정부가 선언한 발전 전략 이행 여부다.
대통령이 달라지는 등 여러 변화 속에 지원책이 제대로 이행되지 못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분야와 마찬가지로 특정 기업의 개인기에 의존하고 있다는 의미다. 대규모 지원이 이어지는 주요국과 비교하면 한국 업체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하는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는 현재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로 보고 있다. 중국 의존도 탈피, 미래 수요 대비를 위한 연구개발(R&D) 및 시설 투자 등이 핵심 과제로 꼽힌다. 배터리 초격차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범정부 차원의 지원이 확실하게 진행돼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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