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

[IT클로즈업] 통신3사, 서로 달랐던 28㎓ 전략…3.7㎓는?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정부가 KT와 LG유플러스에 할당된 5G 28㎓ 주파수를 회수한 가운데, 3사별 주파수 전략에는 차이가 있었다. 일각에선 아직 생태계가 활성화되지 않은 28㎓ 주파수를 놓고 KT와 LG유플러스가 출구전략을 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반면 SK텔레콤의 경우 3.7㎓ 추가할당을 위한 배수진을 쳤다는 분석이다.

2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지난 18일 KT와 LG유플러스에 대한 5G 28㎓ 주파수 할당이 취소된 것은 이들 기업의 28㎓ 장치 구축 이행 실적이 심사 기준에 미달됐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SK텔레콤은 30.5점, LG유플러스는 28.9점, KT는 27.3점을 각각 획득했다. 결과적으로 30점 미만인 곳은 주파수 할당이 취소됐고, 70점 미만인 곳은 주파수 이용 기간(5년)이 10% 단축됐다.

심사 기준은 계량지표(60%)와 비계량지표(40%)로 나뉘었다. 계량지표는 지난해 12월31일까지 통신사들이 구축한 28㎓ 기지국 장치 실적에 따른 것이다. 지난 2018년 당시 과기정통부는 5G 주파수를 할당하면서 28㎓의 경우 3사당 1만5000개씩 총 4만5000개 장치를 작년까지 구축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3사는 주파수 할당 취소를 면하는 기준인 이의 10%를 간신히 넘긴 수준으로 조건을 달성했다.

결국 주파수 할당 취소 처분이 내려진 가장 큰 이유는 비계량지표에서의 미달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비계량지표는 앞으로의 28㎓ 장치 구축 이행 계획서에 따른 것이라고 과기정통부는 설명했다. 과기정통부는 구체적인 심사 기준을 밝히지 않았지만, 결국 28㎓ 구축과 관련해 사업자가 얼마나 ‘의지’를 보였느냐가 중요했던 것으로 짐작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KT와 LG유플러스가 28㎓ 구축과 관련해 정부 기대만큼 적극적이지 않았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실제 28㎓ 주파수는 직진성이 강한 반면 장애물을 피하는 회절성이 낮아 기지국을 더 촘촘히 구축해야 하고, 이는 곧 어마어마한 투자 지출로 이어진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28㎓를 구축한다고 해서 당장 어떤 유즈케이스(Use case)나 수익모델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부담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그러나 통신사들의 계속된 투자 부족이 주파수 할당 취소라는 초유의 사태로 이어졌다고 강조한다. 박윤규 과기정통부 제2차관은 지난 18일 미디어 브리핑을 통해 “미국과 일본 등 활용사례가 있는데 (투자가) 어렵다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홍진배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정책실장 역시 “정책적 문제라기보다 사업자들이 투자비를 아끼고자 했던 노력들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본다”며 책임 소지를 사업자들에 넘겼다.

◆ 혼돈의 28㎓…SKT 요청 3.7~3.72㎓ 대역은?

SK텔레콤은 어떨까. SK텔레콤은 주파수 할당 취소는 간신히 면했지만 역시 심사 미달로 주파수 이용 기간 단축이라는 처분을 받았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은 내년 5월31일까지 1만5000개의 28㎓ 장치 설치를 완료해야 하고, 그러지 못할 경우 역시 정부로부터 주파수를 회수당하게 된다. SK텔레콤은 “이번 정부 조치의 의미를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라며 “향후 사업 방향은 정부와 협의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그럼에도 SK텔레콤이 28㎓ 구축과 관련해 정부에 ‘성의’를 보인 것은 이유가 있다고 본다. SK텔레콤은 현재 3.7~3.72㎓ 대역 20㎒ 폭을 추가로 할당해 달라고 과기정통부에 요청 중이다. 해당 대역은 SK텔레콤이 이미 보유 중인 대역(3.6~3.7㎓)과 바로 붙어 있어, 투자를 많이 하지 않고도 통신품질 개선 등의 효과를 볼 수 있다.

반면 KT(3.5~3.6㎓)나 LG유플러스(3.4~3.5㎓)는 인접대역이 아니기 때문에 해당 대역을 사용하려면 서로 떨어져 있는 대역을 묶는 주파수집성(CA) 기술이 필요하고 결국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이들이 SK텔레콤의 추가할당 요구를 반대하는 이유다.

SK텔레콤 입장에선 정부가 3.7~3.72㎓ 추가할당을 고심하고 있는 상황에 28㎓ 주파수 정책에 대해서도 최대한 호응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반면 이를 바라보는 KT와 LG유플러스의 시선은 곱지 않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정부가 28㎓와 3.7㎓ 문제를 연계해서 보지 않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과기정통부는 SK텔레콤의 추가할당 요청에 대해 연구반을 꾸려 검토하고 있다. 연구반은 지난달 27일 통신3사로부터 이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받았으며, 당시 “조속한 시일 내 결론을 내겠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정확한 일정은 연구반이 정할 문제로, 알 수 없다”고 밝혔다.
권하영
kwonhy@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