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신제인 기자] 일본에서 엔화 가치 급락으로 '아이폰 14시리즈'의 판매실적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달러 대비 엔화가 급락하면서, 아이폰14 시리즈의 엔화 기준 가격이 만만치 않아졌기 때문이다.
마치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 주유소 휘발유 가격이 급등하듯 '킹달러' 현상이 지속되면서 미 달러화로 환산돼 수입된 제품에 대한 일본인들의 소비 부담이 만만치 않은 것이다.
이와 관련 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최신 전자기기에 대한 일본 시장의 관심이 최근 들어 하락하고 있다며, 엔화 가치가 32년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것이 소비심리를 옥죄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올들어 달러화 대비 엔화 가치는 약 22% 급락했다. 바꿔 말하면 같은 달러 가격으로 수입된 제품이라도 엔화로 지불할때는 기존보다 22%나 가격이 급등해버린 셈이다.
이같은 미국와 일본의 환율 격차는 미 연준(Fed)의 기준 금리 급등과 일본 금융 당국의 저금리 기조가 극대화되면서 더욱 심화됐다.
미 연준이 기준 금리를 올리면 일본 중앙은행도 이에 따라 금리를 같이 올려야 달러의 국가 간 이동을 막을 수 있지만, 일본은 기준 금리를 올릴 경우 경기침체의 쓰나미가 덮칠 것을 우려해 저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 엔화 폭락... 일본내 아이폰 가격 인상은 ‘불가피’
엔화 가치가 하락하자 지난 7월 애플은 일본에서 판매하는 아이폰 가격을 인상하고 나섰다.
애플의 입장에서는 일본시장에서 제품을 엔화로 판매한 뒤 이를 다시 달러로 환전해야 하기 때문에 달러 기준 판매가격을 맞추려면 엔화 소비자 판매가격을 부득이 올려야한다.
현재 신제품인 '아이폰 14' 보급형이 미국에서 799달러에 출시됐지만 일본에서는 814달러(약 11만9800엔)로 책정됐다. 이는 일본 내서 판매되고 있는 기존 '아이폰 13'시리즈보다도 약 20% 비싼 가격이다.
이 같은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환율을 고려하면 아이폰이 출시된 37개국 중 일본 내 판매가는 여전히 가장 낮다. '아이폰14 프로' 기준 일본은 14만9800엔이지만, 일본을 제외한 36개국의 평균가격은 엔화로 환산했을 때 18만6648엔이다. 한국도 15만5440엔으로 일본보다 높다.
◆ 콧대 높던 소비자들, 주머니 사정에 중고시장 발길
그럼에도 아이폰 가격에 부담을 느낀 일본인들은 결국 중고 스마트폰을 찾기 시작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각국의 금리가 인상되고 있는 시점에서 일본이 선택한 통화 정책 역주행이 오히려 인플레이션을 가속화하고 있어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이 더욱 딱해진 것이다.
일각에서는 10만 엔이 일본 내 소비자들이 느끼는 '심리적 장벽'이라며, 현재 아이폰 신제품의 가격은 이를 상회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일본의 시장조사업체 MM연구소에 따르면, 일본 내 중고 스마트폰 판매량은 지난 회계연도에 사상 최대치인 210만대를 기록했다. 반면, 지난 9월 애플은 일본 내 매출이 9%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일본 소비자들이 전통적으로 중고품을 경계해 오던 것과는 사뭇 달라진 풍경이다.
이와 더불어 코로나19 규제 완화와 외국인 관광객의 급증도 일본 내 중고 전자기기 시장의 활성화를 돕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엔화가 약세를 보일수록 일본에서 중고 아이폰을 사는 현상이 늘어난다는 설명이다.
또 엔화 가치 하락세가 계속되면 애플 뿐만 아니라 해외 제품의 일본 가격이 일제히 오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일본 소비자들은 신규 제품 구매는 고사하고 당분간 중고 전자기기 시장을 이용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미 연준의 기준 금리 인상, '자이언트 스텝'이 그저 먼 나라 얘기인줄 알았지만 개방경제사회에서는 절대 그렇지 않다.
특히 기축통화국인 미국의 달러화는 이처럼 직접적으로 국가간 환율에 영향을 미쳐, 결국 우리 삶의 일부를 지배하게 된다. 이미 기준 금리가 급격하고 올라감에 따라 부동산 시장이 급락하고 있는 우리 나라의 상황도 현재로선 결코 녹록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