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

[망사용료 팩트체크]④ 네이버도 해외에서 돈을 내야 한다?

강소현

최근 망이용대가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콘텐츠사업자(CP)가 인터넷사업자(ISP)에 망이용대가를 지불해야 하는가를 두고 갑론을박이 팽팽하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입증되지 않았거나 그릇된 주장들이 마치 사실처럼 전달되기도 한다는 점이다. 이에 ‘디지털데일리’는 망이용대가 논란을 둘러싼 팩트체크를 통해 합리적 사실관계를 따져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글로벌 콘텐츠제공사업자(CP)들의 망 무임승차를 막자는 일명 ‘망무임승차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추진에 제동이 걸렸다. 해당 법안이 오히려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CP의 해외 진출 시 불이익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다. 이에 입법에 따른 영향이 충분히 논의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 가운데 일각에선 입법에 따른 국내 CP의 추가 피해는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회에는 망 무임승차와 관련한 7건의 법안이 계류 중이다. 전혜숙 의원(더불어민주당), 김영식 의원(국민의힘), 김상희 의원(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더불어민주당), 양정숙 의원(무소속), 박성중 의원(국민의힘), 윤영찬 의원(더불어민주당) 등이 각각 발의했다.

이들 법안은 넷플릭스 등 소수 글로벌 CP가 망사용료 부담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 속에 일정 규모 이상의 CP가 통신사업자(ISP)에 망사용료를 내거나, 망사용료 계약을 의무화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다만 업계와 학계에선 이런 법안들이 국내 CP의 해외 진출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CP 측을 대변하는 정인석 한국외국어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 진행된 ‘망이용대가의 본질과 그 쟁점’ 토론회에서 “전세계가 CP가 ISP에 입장료를 내면 그 이후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은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는 ‘제로 프라이스 룰(Zero Prcie Rule·ZPR)’을 지키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이를 파기하면 글로벌 ISP·CP가 국내 ISP와 연결하는 것을 주저할 것”이라며 “최악의 경우 우리들만의 인터넷이 되는 시나리오도 상상 가능하다”고 경고했다.

같은 자리에서 조영기 인터넷기업협회 사무국장도 “망사용료 지불이 의무화되면 국내CP가 해외에서도 지불해야 하는 근거가 될 것”이라며 “이는 창작자에 비용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하지만 이런 우려와 달리, 망무임승차방지법이 통과된 뒤에도 국내 CP의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국내 CP의 경우 이미 해외에서 망사용료를 지불하고 있기 때문이다.

로컬 가입자망과의 연결은 현지 서비스를 하기 위한 필수적인 절차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CP가 로컬 가입자망과 연결해 해외에 트래픽을 착신시키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현지 ISP와 직접 연결하거나,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 업체를 통해 현지 ISP와 연결하는 방법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직·간접적인 비용은 반드시 수반된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예컨대 국내 CP가 글로벌 CDN을 통해 현지 서비스를 출시하는 경우를 살펴보자. CDN 업체는 캐시서버와 로컬 ISP의 망을 확보하고 있는, 콘텐츠 전송 대행 업체다. 이들 업체는 CP로부터 돈을 받고 콘텐츠를 서비스하고자 하는 국가로 전송해주는 동시에, 이 돈의 일부를 로컬 ISP에 지급한다. 즉, 해당 CP는 CDN을 통해 ISP에 간접적으로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국내 CP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국내에서 서비스 중인 다른 해외 CP들도 국내 ISP에 망사용료를 간접 지불하고 있다. 디즈니플러스가 국내에서 CDN 업체를 통해 LG유플러스에 망사용료를 간접 지불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통신업계 전문가는 “넷플릭스는 자체 CDN인 OCA를 설치해 콘텐츠를 서비스 국가 인근까지 가져와 ISP의 트래픽 부담을 줄여왔다”라며 “CDN 업체가 자사와 계약한 CP를 대신해 ISP에 망사용료를 지급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넷플릭스도 오히려 망사용료를 내야하는 것이 맞지 않냐”고 반문했다.

다만 망사용료 논의는 그 계약의 특성 탓에 진전 없이 평행선을 걷고 있다. 통상 망 연동 당사자 간에는 기밀유지 협약(Non-disclosure agreement·NDA)을 체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망 사용료를 지급한 선례는 물론, 지급의 근거가 될만한 데이터를 찾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이 가운데 오히려 망무임승차방지법이 마련되어 해외 CP의 망사용료 계약을 의무화하는 것이 해외 CP와 국내 CP 간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을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ISP와 CP의 대립이 지속된다면 오히려 한국 미디어 생태계의 균형은 쉽게 무너질 수 있다”며 “관련 법안이 조속히 제정돼 이용자와 ISP, CP 간 균형 발전하는 미디어 생태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강소현
ksh@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