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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데이] 1997.08.30. 넷플릭스의 탄생

권하영
디데이(D-Day). 사전적 의미는 중요한 작전이나 변화가 예정된 날입니다. 군사 공격 개시일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엄청난 변화를 촉발하는 날. 바로 디데이입니다. <디지털데일리>는 정보통신기술(ICT) 시장에 나름 의미 있는 변화의 화두를 던졌던 역사적 디데이를 기록해 보고자 합니다. 그날의 사건이 ICT 시장에 어떠한 의미를 던졌고, 그리고 그 여파가 현재에 어떤 의미로 남았는지를 짚어봅니다. <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미국시간으로 1997년 8월29일. ‘넷플릭스’라는 이름이 처음으로 등장한 날입니다. 지금 우리가 아는 넷플릭스는 글로벌 1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지만, 당시만 해도 작은 DVD 대여 업체에 불과했죠. 넷플릭스 웹사이트에 접속해 보고 싶은 영화를 우편으로 DVD를 배달해주는 서비스가 초기 넷플릭스의 사업모델이었습니다. 월정액 서비스도 이때 처음으로 시작됐고요.

하지만 ‘넷플릭스’라는 이름을 보면 시작부터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넷플릭스는 ‘인터넷(net)’과 ‘영화(flicks)’를 합친 말이거든요. 넷플릭스의 두 창업자인 리드 헤이스팅스와 마크 랜돌프가 소프트웨어 개발사 ‘퓨어 아트리아’의 소유주였다는 사실만 봐도 그렇습니다. 넷플릭스가 후에 인공지능(AI) 추천 서비스 등 IT 기술의 집합체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이죠.

어쨌든 DVD 대여 서비스로서 넷플릭스는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DVD 보급이 늘어나며 2003년에는 첫 흑자를 낼 수 있었고, 2004년에는 가입자가 190만명에 이르렀습니다. 잘 나가던 이때 두 창업자는 ‘유튜브’를 주목하게 됩니다. 스트리밍 서비스의 필요성을 확인한 것이죠. 2011년까지 DVD 대여 사업이 주된 사업모델이었던 넷플릭스는 그러나 곧 과감하게 기존 사업을 접고 스트리밍 서비스에 본격 뛰어듭니다.

그 이후는 여러분이 아시는 것처럼 넷플릭스는 승승장구하게 됩니다. 그 배경에는 가입자 개개인을 상대로 하는 1대1 맞춤 서비스가 주효했습니다. 넷플릭스는 DVD 대여 서비스 시절부터 이러한 맞춤 서비스를 발전시켜왔는데, 2006년부터 이미 영화 추천 시스템 ‘시네매치’ 알고리즘을 두고 있었죠. 고객이 선호하는 콘텐츠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고객에게 추천하는 기능은 넷플릭스의 대표 강점이 됐습니다.

이후 2016년에는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서비스가 시작됐고, 곧 전 세계 190여개국 2억2100만 유료 구독 가구와 만나는 스트리밍 서비스로 성장했습니다. 넷플릭스는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콘텐츠를 볼 수 있는 새로운 시청 환경을 탄생시켰고, 뒤이어 디즈니플러스와 HBO맥스 등 전통적인 콘텐츠 강자들의 후속 추격에도 한동안 끄떡 없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러니까, 올해 1분기 이전까지만 해도 말이죠.

하지만 넷플릭스는 올해 1분기 10년 만에 처음으로 가입자 수가 줄어들었고, 이어 2분기에는 97만명의 가입자 감소를 기록했습니다. 팬데믹 특수가 끝나고 엔데믹으로 전환되면서 OTT 수요가 급감했고, 이에 따라 가입자가 빠지기 시작한 겁니다. 영원할 것 같던 넷플릭스의 독주도 속도를 잃고, OTT 후발주자들과의 가입자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졌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입니다.

넷플릭스는 구독 서비스 부진을 상쇄하기 위해 한국을 포함한 다수 국가에서 구독료를 인상했습니다. 또한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구조조정도 진행 중입니다. 지난 5월 북미 직원 150명과 시간제·계약직 직원을 해고했고, 한 달 만에 직원의 3% 수준인 300명을 추가 해고했습니다. 이와 함께 최근에는 ‘광고’ 카드까지 꺼내들었습니다. 시청 전 광고를 보면 구독료를 할인해주는 요금제를 준비 중입니다.

과연 넷플릭스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해갈지, 경쟁 OTT들의 추격을 따돌릴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은 높아지고 있습니다. 과거 DVD 대여 업체로 돈을 벌던 시절 과감하게 스트리밍 서비스에 뛰어든 것처럼, 넷플릭스의 성장 동력은 언제나 ‘선택과 집중’이었습니다. 이번에도 기존 구독 모델을 버리고 광고라는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으로 생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까요? 귀추가 주목됩니다.
권하영
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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