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과컴퓨터는 국내 대표 SW기업으로 손꼽힌다. MS워드 등 전 세계 오피스 SW시장이 사실상 독점 체제를 맞이한 가운데 독자적인 오피스 SW 비즈니스를 전개하고 있는 나라로 우리나라와 일본 정도가 꼽히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한컴이 지대한 역할을 해 온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그동안의 한컴의 행보는 SW기업의 궤를 벗어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최근에는 새로운 시험대에 오른 상황이다. 한컴의 사업재편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 이는 국내 SW시장의 미래를 가늠해 볼 수 있는 가늠자 역할을 할 것으로도 관측된다<편집자>
[디지털데일리 이상일, 이종현기자] 한글과컴퓨터(이하 한컴)의 사업 재편이 일단락됐다. 자회사인 한컴MDS(현 MDS테크)를 매각하며 950억원의 자금을 확보한 한컴의 재투자가 어떻게 이뤄질지가 관건이긴 하지만 적어도 SW기업으로서의 정체성을 다시 찾으려 하는 시도는 주목되고 있다.
무엇보다 업계에선 한컴의 사업재편이 국내 SW시장의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SW시장은 변화의 소용돌이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엔터프라이즈 SW의 대표였던 티맥스소프트가 사모펀드에 인수되면서 새로운 성장 가능성을 실험하고 있으며 회계SW로 성장해 온 더존비즈온은 클라우드와 디지털 전환을 새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다.
특히 SaaS의 열풍은 그 자체로 SW기업에 혁신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구축형(온프레미스) 위주의 사업구도가 구독형으로 전환되면서 SW생태계는 물론 영업 방식까지 변화하고 있다. 무엇보다 SaaS는 그동안 국내 SW업체의 해외진출을 가로막았던 다양한 장애물을 우회할 수 있는 발판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한컴은 이번에 확보한 자금을 미래성장전략인 ‘글로벌-데이터-서비스’ 구현을 위해 재투자한다는 계획이다. 관건은 현 오피스 SW기업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어떻게 사업을 확장해 나가느냐다.
한컴은 한컴오피스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오피스SW 및 솔루션 개발 및 판매를 주요 사업으로 하고 있다. MDS 매각으로 MDS 사업부문을 떼어낸 한컴의 매출 규모를 살펴보면 올 상반기 문서기반 서비스 및 SW (클라우드 업무지원 플랫폼, SaaS, API, 서비스)에서 742억원, 소방용호흡기, 보호의 등 제품이 37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결국 SW사업만 놓고 보면 올해 하반기까지 매출액이 기준점이 될 수 있다. 일단 SW분야에서 1000억원 매출 돌파는 무난해 보인다.
SW산업협회는 2013년부터 매년 SW기업 실적을 종합해 1조원·5000억원·1000억원·500억원·300억원 등 구간별 집계 자료를 내놓는다. 이 중 지난해 매출 1000억원을 넘어선 국내 SW 기업 수는 103개다.
한컴은 2017년 처음 1000억 클럽에 진입했다. 하지만 연결기준의 매출이었던 만큼 올해 1000억클럽 재진입이 필요한 상황이다.
매출 비중을 보면 SaaS 전환 자체는 순조로워 보인다. 올 상반기 SW 부문의 구독형 매출 비중은 53%를 넘어섰다. 구축형 SW에서 구독형, SaaS로의 매출 전환이 절반을 넘어선 셈이다. 한컴의 SW사업부문의 매출은 한컴오피스 및 이지포토를 중심으로 한 사무용 패키지 소프트웨어 제품 매출이 대부분을 차지하며, 모바일 및 웹 오피스 등의 매출을 포함하는데 한컴은 지난 2013년 클라우드 오피스 서비스 ‘넷피스24’를 출시 하면서 이미 클라우드 문서 시장에 진입한 바 있다.
2019년 3월에는 기존의 온라인 오피스 서비스를 ‘한컴스페이스’ 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리뉴얼하기도 했다.
한컴은 국내 문서 시장에서의 지위를 바탕으로 일본을 비롯 유럽 등 해외 주요 지역에 진출하고 있다. 하지만 올 상반기 SW매출 중 수출이 차지한 비중은 1%(7억원)에 불과하다. 전년도 MDS를 포함한 매출로 비교해 봐도 1.6%에 불과해 해외 시장에서 그다지 힘을 쓰지는 못한 상황이다.
때문에 김연수 대표의 글로벌 시장 개척과 한컴 오피스의 협업 솔루션으로의 발전을 위해선 오피스 제품 본연의 경쟁력 외에 또 다른 인수합병을 통한 경쟁력 강화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한컴은 국내 협업툴 업체인 잔디에 지분 투자를 하는 등 오피스와 협업을 아우르는 시도에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