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

한국이 글로벌 스타트업 창업 거점으로 부상한 이유는?

이상일

-KPMG 발표, 세계 5위 R&D 투자가 한국 스타트업 투자 붐 이끌어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자이언트 스타트업’이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이 막대한 R&D 투자 및 인재 발굴 노력과 함께 국제적인 창업 거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KPMG가 HSBC와 공동으로 조사한 ‘아시아태평양 이머징 자이언트 동향 및 전망(Emerging Giants in Asia Pacific)’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2021년 벤처 펀딩이 급증하면서 2017년 3개에 불과하던 유니콘 기업이 2022년 4월 기준 12개로 증가했다.

보고서는 한국을 포함해 중국, 인도, 일본, 호주, 싱가포르, 홍콩(SAR),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베트남, 대만, 태국 등 아시아태평양의 12개 주요 시장에서 최대 5억 달러의 가치로 평가되는 6472개의 기술 중심 스타트업 기업을 조사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상위 100개 성장유망 기업을 공개하는 동시에 각 지역별 10개의 떠오르는 기업 리스트도 발표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자이언트 스타트업’은 중국(32.8%)과 인도(30.1%)에 가장 많았고, 일본(12.7%)과 호주(8.7%), 싱가포르(3.8%), 한국(2.4%), 홍콩(SAR)(1.2%)이 뒤따랐다.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베트남 및 태국 등 동남아시아에서도 전체적으로 약 3%를 차지하며 거대 스타트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 스타트업 중에는 농수산물 무역 플랫폼 트릿지(Tridge/10위), 자율주행 교통시스템 스타트업 포티투닷(42dot/49위), 산업용 로봇 제조기업 두산로보틱스(79위)가 아시아태평양 지역 100대 이머징 자이언트(Emerging Giant)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유니콘 기업은 450개로 전년 대비 25% 증가했다. 전세계 민간 벤처 기업에 투자된 6700억 달러 중 1930억 달러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몰렸고, 전년 대비 65% 증가하며 기록적인 투자를 보였다. 보고서는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벗어나면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는 투자자들의 관심과 함께 시장 및 섹터 별로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한국이 스타트업 거점으로 떠오른 동인으로 디지털 서비스 연구·개발에 대한 막대한 투자를 꼽았다. 2020년 R&D 투자는 830억 달러에 달했는데, 이는 GDP의 4.6%에 해당하는 수치로 전세계에서 다섯 번째 규모다. 보고서는 R&D 투자의 75%에 해당하는 투자금을 민간 기업에서 충당하며 다양한 분야에서 산업 기회를 창출하는 선순환을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한국의 유니콘 기업은 비바리퍼블리카, 무신사, 마켓컬리 등 플랫폼 산업에 집중됐고,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이동 삼정KPMG 스타트업지원센터장은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이 한국의 주요 웹툰 플랫폼 기업들에 해외 판로를 열어 주었다"고 전했다. 네이버가 DC코믹스 등 미국 출판계와 협업 중이고,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2021년 미국 웹툰 플랫폼 타파스를 5억1000만 달러에 인수했다. 해외 기업들도 한국 스타트업의 잠재력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소프트뱅크가 여행 및 레저 플랫폼 야놀자에 17억 달러를 투자한 것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2017년 중소벤처기업부를 신설하고 서울을 세계 5대 창업센터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4년간 1조9000억원의 투자 계획을 밝히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지난 2020년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을 통해 5년 동안 131조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하며 ESG 관련 신규 사업에 힘을 싣기도 했다.

한편, 아시아태평양 지역 스타트업 6472개의 산업을 살펴본 결과 핀테크, 생명공학,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등 전통적인 섹터를 넘어 기술 분야의 다양성이 두드러졌다. 이머징 자이언트 기업의 25% 이상(1780개)이 블록체인 관련 범주인 대체불가토큰(NFT)과 탈중앙금융(디파이, DeFi) 관련 분야로 분류됐다. 블록체인 부동산과 탈중앙화 자율조직(DAO)도 상위 20개 업종에 포함되며, 이머징 자이언트 기업이 메타버스와 웹 3.0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지속가능성 및 ESG 분야도 늘었다. 상위 20개 섹터에 EV 충전 인프라, 재사용 포장지, 지속 가능한 패션 등이 포함되며, 이머징 자이언트 기업의 약 15%가 지속가능성 관련 제품과 서비스를 영위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신경과학기술, 정신건강기술 등 의료 관련 분야도 4개가 포함됐다. IoT 보안,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등 스마트 도시 관련 분야가 상위 10개 분야 내에 진입했다. 양자컴퓨팅(Quantum Computing)와 인지컴퓨팅(Cognitive Computing) 등 첨단 컴퓨팅 기술도 상위 20개 분야에 포함됐다.

김이동 삼정KPMG 스타트업지원센터장은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필두로 한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 의지는 한국 경제에 큰 시사점이 될 것”이라며, “국내 기술 관련 스타트업이 향후 몇 년 동안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넘어선 거대한 동력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나단 입(Jonathan Yip) HSBC코리아 글로벌 뱅킹 총괄은 "한국의 인재풀과 창업 생태계는 창업가에게 이상적인 환경”이라며, “이커머스, 인터액티브(interactive) 엔터테인먼트, 녹색기술과 같은 분야에서 성공하는 스타트업들이 생겨날 것으로 기대하고, 이들 분야의 많은 스타트업들은 사업을 확대할 의지도 있기 때문에 해외에서도 성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상일
2401@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