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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앱결제 강제금지법, 이대론 안돼…실효성 증진시켜야” 한목소리

왕진화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모처럼 활기를 되찾은 콘텐츠 시장이 우회적으로 수수료 부담을 높인 글로벌 빅테크 기업 때문에 위축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이른바 구글갑질방지법으로 불리는 ‘인앱결제강제금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입법 전보다 후의 상황이 더 악화돼, 콘텐츠 업계 우려 목소리가 더욱 높은 상황이다.

서범강 한국웹툰산업협회 회장은 27일 ‘인앱결제강제금지법 시행과 향후 과제 논의’ 정책토론회에서 “구글이 인앱결제를 강제하던 시점부터 콘텐츠 업계가 일관적으로 바랐던 것은 사전 대책과 예방이지, 사후규제가 아니었다”며 “결국 ‘누군가는 피해를 봐야 답이 나오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상당수 앱 개발사들과 콘텐츠 업계는 전 세계 앱마켓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구글과 애플이 독점적 지위를 앞세워 부당한 인앱결제를 강요해오고 있다고 호소해왔었다. 이에 국회는 지난해 8월31일 구글, 애플 등 인앱결제 강제를 금지하는 내용이 담긴 인앱결제강제금지법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인앱결제강제금지법이 마련됨에 따라, 앱 마켓에 참여하는 사업자들은 다양한 결제 방식을 선택할 수 있게 되고 수수료 부담도 덜어낼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됐었다. 구글은 이러한 국내법을 준수하겠다고도 입장을 밝혔었다. 그러나 법 시행 당일이었던 지난 3월15일, 구글은 오히려 법을 무력화하는 양면적 모습을 드러냈다. 외부링크를 활용해 웹 결제를 이용할 수 있었던 것을 원천적으로 금지시킨 것.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구글의 이같은 행위가 위법 소지가 있다고 보고 실태점검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방통위는 ‘위법 사항이 발견되면 그때 제재하겠다’고 한 상황이다.

서범강 회장은 이 때문에 “구글이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결국 버티면 이보다 더 큰 이익을 볼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콘텐츠 창작자를 포함한 업계와 소비자 몫이란 주장이다. 서 회장은 “소비자는 자신들의 의사와 관계없이 구글 인앱결제를 쓸 수밖에 없도록 유도 당하고 있다”며 “이러한 점에서 구글의 가장 큰 문제는 ‘강제성’에 있다. 한국 콘텐츠 산업은 구글 손짓 하나로 흔들리고 뿌리까지 들썩이고 있다”고 말했다.

조승래 의원(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현재 방통위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날 조 의원은 토론회 진행을 위해 방통위에 의견을 구했지만, 끝내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조 의원은 “1년 전으로 돌아가봤을 때, 공정위와 방통위가 서로 빅테크 기업(구글·애플) 규제하겠다고 하지 않았느냐”며 “거대 플랫폼 기업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콘텐츠 사업자 대부분이 울며 겨자 먹기로 구글 정책에 순응하고 있어, (인앱결제강제금지법) 입법 실효성은 떨어지고 있다. 지금은 방통위와 정부 모두 국회 뜻을 따라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방통위가 구글을 규제하려고 하는 의지가 약하며 구글 및 빅테크 기업에게 적극 대응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홍정 국회사무처 법제연구분석과 과장도 “앱마켓 사업자가 아웃링크 결제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강제행위에 해당된다”며 “방통위가 보다 적극적으로 임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회장과의 의견과 일치하는 대목이다.

콘텐츠 업계 및 국회 관계자가 아닌 전문가 의견도 궤를 같이 했다. 이날 박지연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구글이 다른 결제 방식 이용 시 앱 개발사에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최경진 가천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인앱결제 강제금지법에서 명시된 ‘앱 마켓 사업자’ 정의가 폭이 넓기에, 국내 포털과 콘텐츠제공업체(CP) 간 관계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며 “초대형 사업자 중심으로 규제할지 타깃팅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정기적인 실태조사 필요성도 강조하며, 가급적 실효성을 증진시키는 방향으로 법안 보완 논의가 됐으면 한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이에 이날 토론회를 공동 주최한 조 의원과 정필모 의원, 윤영찬 의원 및 토론회에 참석한 의원들은 “입법 보완이 필요할 경우 추가 조치와 논의를 통해 인앱결제 강제금지법이 실질적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왕진화
wjh9080@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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