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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2시간제 개편㊤] ‘크런치 모드’ 부활하나…게임업계 촉각

왕진화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에 ‘스타트업·전문직의 근로시간 규제완화’가 포함됐던 가운데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주 52시간제 근로제 개편을 본격적으로 꺼내자 정보기술(IT)업계 노사 촉각이 곤두세워졌다.

그간 게임업계에는 주 52시간제 도입과 노조 등장 등을 배경으로,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강조돼왔다.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신작 출시 일정도 더뎌졌다. 근로자 건강권 보호와 함께 기업경영에 지장이 없도록 산업 특성별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조절·활용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이영 장관은 최근 게임·소프트웨어(SW) 기업인과 만나 주 52시간제 등 노동정책 유연성 확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직무·업종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주 52시간제가 일률적으로 도입돼 현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근로자 건강권 보호와 함께 기업경영에 지장이 없도록 산업 특성별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장관 후보자 시절에도 주 52시간제 시행에 대해 업종별 적용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인사청문회 준비 당시 국회에 제출한 답변 자료에 따르면, 이 장관은 “제조업 등 근무형태가 정형화된 분야는 유연근로제 등 기존 제도를 보완·활용하되 신산업 분야는 노사합의를 통한 자율성 확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를 바라보는 게임기업 시선은 조심스러워 하면서도, 일단은 부정적이지 않은 모습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최근 정부 관계자 노동정책 유연성에 관한 입장은 원칙적으로 환영한다”면서도 “대부분 게임업체들이 유연근무제를 이미 정착한 만큼, 근무제도 변화 이외에도 채용 장려금 지급 혹은 개발 인력에 대한 교육 증대, 게임 산업에 대한 규제 완화 등 보다 실효성 있는 정책을 제시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전했다.

또다른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업계만큼 사실 크런치 모드가 일상화됐고, 이게 당연시돼야 하는 분위기의 업종도 참 드물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기업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하고,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한 모바일 게임 시대에서 이 안타까운 상황이 더 심화된 것이 지금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크런치 모드란 신작 출시나 업데이트 시즌을 앞두고 야근과 연장근무가 포함된 집중 업무 기간이 늘어나는 것을 뜻한다. 대부분의 근무 외 시간을 희생하며 수면과 위생, 기타 사회활동까지 포기하고 회사에서 숙식하며 연장 근무를 하는 식이다.

라이브 서비스되고 있는 게임을 예로 들어 보자. 이용자 안정적인 유지를 위한 지속적인 게임 업데이트를 반영해야 하는 과정에서 업데이트 버전 개발, 각종 버그 테스트 및 수정, 업데이트 이후 유지 보수 및 안정화까지 주 52시간을 지킨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구조다.

이 관계자는 “대형 기업이라면 높은 연봉에 스톡옵션, 예비 개발 인력이라도 상시 채용 및 투입하는 등 각종 장치를 걸 수라도 있겠지만, 인력 채용에 한계점이 있을 영세한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현 정부 방침을 적극적으로 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물론 크런치 모드의 심각한 문제 및 직원 업무 효율을 위한 워라밸이 보장이 안 된다는 점에서 제도적으로 많은 장치를 걸어야 하겠지만, 많은 게임사 경영진은 현실적으로 주 52시간제 보완 및 이를 진행할 경우 정부에서 지원 및 보상안 관련 다양한 혜택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할 것으로 본다”고 부연했다.

게임업계 개발자 및 IT 개발자 일부는 과거 12주 동안 불규칙한 야간근무와 초과근무를 해온 20대 개발자 돌연사 등으로 인해 게임업계 노동환경 논의가 촉발됐었던 만큼, 주 52시간제 개편 논의 자체를 재고해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게임업계 개발자는 “경쟁이 치열해진 현재 게임산업에서 과거와 같은 대형 성공작이 나오기는 더욱 어려워졌고, 성공하더라도 기업체 구조에서 상위 임직원이 보상을 독식하는 등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라며 “업계 스스로는 과거의 신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근무시간 유연제가 다시 논의된다면 이는 결국 개발 인력의 지나친 초과근무와 보상 부재 문제로도 이어지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왕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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