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도체 특별법에 디스플레이·인력 양성 규모 제외…업계 “아쉽다” - 美·中·EU 등 공격적 정책 앞세워
[디지털데일리 백승은 기자] 지난 21일 열린 한미정상회담 이후 국내 대기업은 장기 투자 계획을 속속 공개하고 있다. 특히 삼성 SK 그룹은 앞으로 5년간 반도체 분야에 442조원을 쏟을 계획이다. 이에 발맞춰 정부는 오는 하반기부터 국가첨단전략산업 특별법(반도체 특별법)을 시행한다.
그렇지만 핵심 요구가 제외되거나 축소됐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미국 등 타국 정책에 비해 규모가 적다는 아쉬움도 존재한다.
◆올 8월부터 반도체 특별법 시행…디스플레이·인재 육성 제외 한계=코로나19 이후 정보통신기술(ICT) 기기 판매가 늘며 반도체 수요 역시 확장됐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며 세계적으로 반도체 수급난이 발생했다. 이에 세계 각국은 국가 차원에서 반도체 공급망 강화에 나섰다.
한국은 오는 8월부터 반도체 특별법을 시행한다. 반도체와 2차전지, 바이오 등 첨단 산업 분야에 대한 투자에 대해 ▲인·허가 신속 처리 특례 ▲기반 시설 구축 ▲민원 처리 ▲펀드 조성 ▲세액 공제 등을 제공할 계획이다. 전략산업종합교육센터를 구축하고 학과를 신설하는 인재 양성에 대한 내용도 포함됐다.
다만 첨단 산업 분야에 디스플레이가 제외됐다. 또 지난해 6월 공개된 K-반도체 전략에는 10년 동안 반도체 인력 3만6000명을 양성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으나 반도체 특별법에는 관련 내용이 빠지며 한계를 드러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업계가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분이 인재 확보 및 양성인 만큼 관련 부분이 제외된 것에 아쉬움을 느끼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美·中·EU의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 계획은?=미국 중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핵심 국가들은 국내보다 공격적인 지원책을 앞다퉈 선보이고 있다.
미국의 경우 지난해 4월 ‘미국 혁신경쟁법’을 발의해 올해 2월 통과를 마쳤다.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미국 내에서 반도체 공장을 신설하는 기업에 520억달러(약 65조9360억원)를 지원하는 게 골자다. 작년 6월에는 반도체 제조 설비·장비 투자에 대해 최대 25%의 세액을 공제하는 ‘미국 반도체 촉진법’이 발의됐다.
중국은 지난 2015년 '중국제조 2025'를 통해 2030년까지 반도체 자급률 70%를 목표로 향후 10년 동안 총 1조위안(약 186조9200억원) 투자를 감행하는 등 각종 혜택을 제시했다. 아울러 지난 2020년 12월에는 '제 14차 5개년 규획'에서 반도체 기업에 대한 세제지원 내용을 포함했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2월 '유럽 반도체법'을 발의했다. 현재 매출액 기준 세계 첨단 반도체 생산에서 EU의 점유율은 9%다. 2030년까지 총 430억유로(약 57조5146억원)를 투자해 유럽 그 해까지 EU 반도체 생산 점유율을 2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아울러 EU의 첨단 반도체 생산능력을 현재에서 4배 확대하고 전문인력을 양성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대만과 일본 역시 지원에 앞장서고 있다. 대만 행정원은 지난해 4월 '인공지능(AI) 반도체 제조공정 및 칩 시스템 연구개발(R&D) 프로젝트'를 통해 ▲규제 완화 ▲인력 양성 ▲과학단지 확장 등 정책을 마련했다. 일본은 자국 반도체 산업 지원을 위해 6000억엔(약 5조 9203억원) 규모 기금을 조성했다.
업계에서는 앞서 언급한 타국의 적극적인 정책과 비교했을 때 국내의 반도체 특별법은 ‘아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기업 친화 행보 보이는 인수위=지난 4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110대 국정과제에 반도체·배터리 등 국가첨단전략산업과 관련한 내용을 포함했다. 인수위는 ▲반도체 설비투자 시 과감한 인센티브 제공 ▲전략산업 생태계 및 종합 지원 ▲인재 양성 등 보다 기업 친화적인 전략을 앞세웠다.
인수위는 디스플레이를 국가첨단전략기술로 추가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반도체 특성화대학 지정 및 관련학과 정원 확대 역시 검토 대상이다. 인수위는 관련 정책을 통해 반도체 수출액이 2021년 1280억달러에서 2027년 1700억달러로 30% 이상 확대할 것으로 기대했다.
또 다른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인수위가 반도체 산업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라며 “업계에서는 반도체 특별법 시행 전 그간 아쉽게 느껴졌던 부분이 보강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보이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인수위의 행보에 따라 지난 2019년 SK하이닉스가 발표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같은 관계자는 “인수위가 그간 지연됐던 용인 클러스터 지원을 서두르겠다는 태도를 보이는 만큼 착공에 속도가 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