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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통신장애 복구, 이렇게 이뤄진다고?…극한직업 체험기

대전=강소현

[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추락 시 안전대에 손 넣지 마세요. 손가락 부러집니다.”

지난 26일 LG유플러스 대전 R&D센터에선 가상현실(VR)을 활용한 안전교육이 진행됐다. 모두 안전대를 착용하고, 안전고리에 로프를 연결한 뒤 고압선 작업을 위해 전봇대를 올랐다. 고압선 작업 현장은 VR HMD(안경처럼 머리에 쓰고 대형 영상을 즐길 수 있는 영상표시장치)를 통해 연출됐다.

전봇대를 걸어오르자 로프와 연결된 몸도 함께 붕 떴다. 철컥. 발을 헛디딤과 함께 수미터 아래로 추락했다. 안전고리를 통해 추락의 충격이 그대로 전해졌다. 안전대를 착용하지 않은 채 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상상하니 아찔했다.

기자가 이날 방문한 LG유플러스 대전R&D센터 내 품질안전 종합훈련센터는 임직원과 협력사 직원들이 실제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에 대비하고, 고객에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설립됐다.

품질안전 종합훈련센터는 교육을 위한 시설인 ▲네트워크 안전체험관 ▲광코어 체험관 ▲무선/HFC 실습장 ▲IP/SOHO 실습장 등 4개의 훈련장과, 고객의 품질을 개선하기 위한 시설인 ▲홈IoT 인증센터 ▲네트워크 연동시험실 등 2개의 시험실로 구성됐다.

권준영 LG유플러스 네트워크부문장(전무)는 "네트워크 부문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는 장애 없는 안정적인 통신망을 운영하는 것"이라며 "자사 모든 고객들이 차별화된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현장과 유사한 환경에서 장애를 빠르게 해결할 수 있도록 반복 학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붕 위 통신장비 수리작업, 로프 의지한 채 ‘아슬아슬’

네트워크 안전체험관은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를 미리 체험해, 안전의식을 체화할 수 있는 공간이다. 네트워크 부문 관리감독자가 현장에서 근무하는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안전교육을 진행한다. VR을 활용해 고압선 작업 현장을 연출한 앞선 사례처럼, 각종 ICT 기술을 접목해 실제 현장을 디테일하게 구현해 낸 부분이 인상 깊었다.

이 곳에는 총 14종의 체험시설이 구축돼 있는 가운데, 기자는 총 4가지를 체험해봤다. 사례에서 언급한 안전대 추락 체험과 지붕 미끄러짐 체험, 안전보호구 체험, 심폐소생술 등이다.

특히 지붕 미끄러짐 체험은 서로 다른 재질의 지붕 위에서 진행, 다양한 작업환경을 반영한 부분이 인상깊었다. 관계자는 승주작업·맨홀작업 등과 함께 단독주택 지붕에 무선통신 장비를 수리하는 고소작업에서 안전사고 발생률이 높다고 귀띔했다.

지붕은 각각 기와·샌드위치 판넬·금속 슬레이트 재질로 제작됐다. 안전대에 연결된 안전고리와 생명줄을 로프로 단단히 연결한 뒤 서로 다른 재질의 지붕을 걸어다녔다. 로프를 연결하지 않고도 걸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경사각을 높이자 한 걸음 내딛기도 힘들었다. 자연스럽게 로프에 몸을 의지하게 됐다. 안전대의 중요성을 체감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현장 대응 역량이 크게 향상됐다. 보셨듯이 유사한 사고 사례를 간접적으로 체험하면서 안전 마인드가 많이 향상됐다"며 "또 회사에서 규정한 대로 안전모를 착용하는지 등의 기준들을 세우고 이행력이 얼마나 되는지를 주기적으로 불시에 돌아다니면서 체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네트워크 안전체험관에선 ▲안전화 충격/찔림 체험(안전화 착용의 중요성을 교육) ▲안전대 추락체험(그네식·상체식 안전대 성능을 비교 체험해 올바른 착용방법 및 중요성을 교육) ▲인력운반/중량물 체험(근골격계 질환 예방 교육) ▲베임사고 체험(베임 방지용 장갑 착용의 중요성을 체험장치를 통해 교육) ▲통신주 추락체험(스텝 볼트 꺾임에 의한 추락사고의 위험성을 체험) ▲통신주 전도체험(전도 사고의 위험을 체험하고 이를 예방) ▲사다리·작업발판 전도체험(A형 사다리 안전작업 지침 교육) ▲과전류 및 LOTO 체험(락아웃태크아웃 조치의 중요성 교육) 밀폐공간체험(환기의 중요성 및 질식사고 발생시 대처 교육) 등 다양한 안전교육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머리카락 굵기 코어, 연결하는 데 겨우 ‘5초’

광코어 체험관으로 이동해 끊어진 광케이블을 연결해보는 체험도 진행됐다. 땅에 매장된 광케이블은 도로 굴착공사 과정에서 절단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광케이블 절단은 통신장애로 이어지는 만큼 빠른 복구가 요구된다.

"시력 좋으신 분 계신가요."

광케이블 연결 체험에 앞서 지원자 몰색에 나선 관계자는 ‘시력 2.0’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처음엔 의아했지만, 광케이블을 구성하는 코어의 굵기를 보자 이해가 갔다. 코어는 머리카락보다도 얇았다. 끊어진 광케이블을 연결하려면, 서로 다른 색의 코어를 하나하나 찾아 연결해야 한다. 광케이블을 이루는 코어의 수는 무려 288개다.

야간작업이 이뤄지는 경우, 난이도는 더욱 올라간다. 실제 교육생들은 어둠 속에서 광케이블 연결 연습을 진행한다. 기자가 방문한 이날도 교육생 4명이 1조를 이뤄 버켓(작업대) 위 끊어진 광케이블을 놓고 작업하고 있었다. 유리섬유로 된 코어가 흙에 닿으면 쉽게 끊어지는데, 이에 실제 현장과 같이 버켓을 두고 연습한다는 설명이다. 12차수의 교육생들은 평균 1시간이 안걸려 복구 작업을 끝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LG유플러스는 매년 사내 통신기술경진대회 개최해 복구 작업시간을 단축시키고 있다. 지난해 경진대회에서 1등을 수상한 팀은 무려 26분만에 작업을 끝냈다. 코어가 288개라고 한다면, 하나의 코어를 연결하는데 약 5초가 걸린 셈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광케이블 연결은 실제 고객 서비스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현장에서 장애가 났을 때 신속하고 정확하게 복구하기 위해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며 "계속 반복 훈련 하다보면 습관이 되고, 또 어떻게 하면 빨리 복구할 수 있는 노하우도 생긴다"고 말했다.

◆“아파트 주민, 동시에 서비스 이용하면” 다양한 사례 연출해 테스트

안전 교육 외 고객에 높은 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다양한 테스트와 교육도 이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아파트와 동일한 환경을 조성해 와이파이 제품을 실험하는 ‘고객실환경시험실’이나, 동일 장비 내 트래픽 과다 상태에서 고객 서비스 영향을 확인하는 ‘네트워크 연동 실험실’이 대표적이다.

특히 네트워크 연동 실험실에선 셋톱박스와 WIFI 공유기 등 18개의 단말모델을 두고, 모든 단말 조합별로 서비스 품질을 검증하고 있다. 예컨대 아파트 같은 동에서 고객 20명 이상이 동시에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을 때 한 고객이 트래픽을 과하게 이용하는 경우 등 다양한 상황을 연출해 이용자 서비스에 지장이 없는지 실험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내부에 무선망과 HFC망 장비의 이론과 실습을 동시에 진행 가능한 테스트베드도 구축하고 있다. 망 구조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현장에 운영 중인 장비 28대를 보유하고 있다. 교육생은 이곳에서 HFC 상용망 서비스에 장애가 발생한 경우 신속하고 정확한 복구 방법 등을 실제 장비를 활용해 연습할 수 있다.

◆수치적 성과도종합훈련센터 외부 개방 계획

품질안전 종합훈련센터의 교육 성과는 실제 수치로도 드러났다. 먼저, 회사가 정한 안전기준 위반 수치가 크게 줄었다. 과거 월 두 자릿수 이상 보고됐던 위반 건수는 월 1~2건으로 감소했다.

이에 LG유플러스의 안전교육에 대한 타 업체의 수요도 늘었다. 향후 LG유플러스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차원에서 지역사회와 다른 영세기업들에게도 종합훈련센터를 확대 개방할 방침이다. 현재는 매해 2000명 안팎의 LG유플러스의 협력사·자회사 직원들을 대상으로만 연 1회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양무열 네트워크인사지원 담당은 "우리 직원들에 대해 먼저 교육을 실시한 뒤, 여력이 생기면 외부 업체에도 개방하려고 준비 중이다"라며 "내년부터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대전 R&D 센터와 같은 환경을 구축해 교육하려는 기업이 있다면 벤치마킹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LG유플러스는 ESG 경영의 관점에서 안전보건 경영을 체계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올해 초에는 CSEO(최고안전관리책임자)를 신설하고, 무재해 사업장 구축을 다짐하는 ‘안전보건 경영방침’을 발표했다.

대전=강소현
ksh@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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