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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남기고 전사한 ‘키이우의 유령’…온라인엔 “죽지 않았다” 먹먹한 응원

박기록
지난 2월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어 침공하자, 우크라이나 공군 소속의 한 조종사가 홀로 미그-29를 몰고 창공으로 솟아 올랐다.

그는 우크라이나 영공을 침범한 러시아의 수호이 전투기 등 적기 6대를 격추시켰다. 뿐만 아니라 러시아의 공격 헬기 2대와 공중 폭격기 등 모두 11대를 파괴시켰다는 소식도 있었다.

그런데 당시 이 소식은 우크라이나 군 당국의 발표가 아니라 누군가가 트위터에 올린 내용을 통해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 작성자는 이후 “픽션이었다. 하지만 그랬으면 좋겠다”는 글을 올렸다. 이후 ‘키이우의 영웅’은 진위여부 논란속에 그동안 가공의 인물로 치부돼왔다.

실제로 군사전문가들도 구형 미그-29 한 대로 러시아의 최신예 전투기인 수호이를 상대하는 것 자체가 현실성이 없다는 평가가 많았다.

전투기에 장착되는 공대공 미사일의 제원도 수호이 전투기가 우세하다. 더구나 개전초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대공 통신망을 먼저 집중적으로 공격했기때문에 우크라이나 전투기들이 공중전을 위한 통신 전술지원을 받기도 어려웠을 것이란 분석이 많았다.

물론 우크라이나의 군 당국은 ‘키이우의 유령’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은 적이 없다.

다만, 우크라이나의 유력 인사들은 '키이우의 유령'은 사실이라고 강조해왔다. 특히 포로센코 전 대통령은 개인 SNS에 헬멧을 쓰고 전투기 조종석에 앉아있는 스테판 타라발카(29) 소령의 사진을 올리면서 키이우의 유령은 실재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후 그 사진은 몇년전에 찍은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그런데 지난 29일(현지시간) ‘키이우의 유령’으로 불렸던 스테판 타라발카 소령이 지난 3월13일 러시아 전투기들과 공중전 도중 전사했다고 영국의 일간 더 타임스가 전했다. 타라발카 소령은 전사 후 ‘우크라이나 영웅’ 칭호와 함께 최고 훈장을 받았다.

다만 우크라이나 공군은 공식적으로 그가 ‘키이우의 유령’이 아니며 여전히 살아있고, 성공적으로 영공을 지키고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전쟁으로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사기 진작을 위한 차원으로 분석된다.

‘키이우의 유령’ 스토리가 영원히 미스터리 판타지로 끝날 것인지 아니면 다소 과장됐더라도 어느 정도는 사실에 부합한 전공을 거뒀는지는 이제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누구라도 조국을 위해 싸우다 전사했다면 이미 국가의 영웅이기 때문이다.

타라발카 소령의 전사 기사가 나온 이후에도 온라인에서는 ‘키이우의 유령은 살아있다. 계속 응원한다’는 의견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용기와 희망, 위로를 받고 싶은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감정이 표현된 것이다.

박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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