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취재수첩] 오로지 한국에서만 멈춰있는 P2E의 시간

왕진화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무한돌파삼국지리버스’ 공식카페가 다시 한 번 시끄러운 모양새다. 오는 4월 아시아 전역을 대상으로 한 신규 서버 오픈을 준비 중이란 소식이 알려지면서다.

국내만 서비스되고 있는 무한돌파삼국지리버스(이하 무돌삼국지)는 게임 이용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만한 P2E(Play-to-Earn·돈 버는 게임)다. 지난해 말 ‘게임을 하는데 돈도 번다’는 개념이 낯선 이들 사이에서 특히 광풍이 불었다. 일일 퀘스트를 일정만큼 수행하면 가상자산인 ‘무돌(MUDOL)’ 토큰을 얻을 수 있었던 게 핵심이다.

그러나 환금성 우려에 대한 게임물관리위원회 제재로 인해 게임사 나트리스는 P2E 서비스를 접어야 했다. 대신, 타이틀에 ‘L’을 붙여 P2E를 제외한 게임을 운영 중이다. 원작 사용 계정을 그대로 가져올 수 있게 하면서 이용자 피해를 줄였다.

무돌삼국지L은 타 게임사처럼 글로벌 진출을 준비 중이다. 게임 플레이를 통해 획득 가능한 특정 재화를 특정 토큰으로 교환하는 거래소를 오픈할 예정이다. 다만 국가별 정책상, 한국에서 거래소 이용은 어렵다.

무돌삼국지L을 순수하게 게임만을 즐긴 이용자를 제외한 일부 국내 이용자에게는 혼란이 생겼다. ‘언젠가 다시 가상자산 지급을 시작할 것’이란 막연한 기대감에 한국 서버에서 계정을 키워오고 있었던 이들의 노력이 하루아침에 무력화 된 셈이다. 이들 사이에선 신규 서버가 생기면 다시 키우자는 이야기가 돌 정도다.

이러한 이용자 양상을 보면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지만, 가장 큰 줄기는 역시 국내 P2E 규제다. P2E 관련 정책 논의는 무돌삼국지 국내 제재 이후 사실상 멈춘 상황이다. 그러나 글로벌은 어떠한가. 현재 미국에서 열리고 있는 ‘게임개발자콘퍼런스(GDC) 2022’에선 전 세계 게임 개발자들이 모여 블록체인과 대체불가능한 토큰(Non-Fungible Token, 이하 NFT) 관련 이야기 논의가 한창이다.

국내 게임사도 각 사의 기축통화를 내세운 블록체인 생태계를 적극적으로 선보이고 있지만, 정작 국내 이용자는 전혀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모두 막연할 뿐이다. 게임사도 답답한 상황이다. 글로벌 공략에만 집중한 채 세계 게임시장 4위인 한국을 감싸지 못하고 있다. 국내 규제를 풀어달라는 데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냈지만, 지금은 체념한 듯하다.

게임을 통해 표심을 적극 사로잡으려고 했던 윤석열 당선인이야말로 해당 산업에 끊임없는 관심을 쏟아야 할 때다. 그것이 신중론이든, 개방론이든 중요하지 않다. 여행자가 나침판을 갖고 움직이는 것과 그렇지 않는 것은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신중해야 한다’고 말한 뒤 아무 언급이 없다면 그것은 방치다. 윤 당선인이 강조한 ‘이용자 보호’를 위해서라도, 빠른 시일 안에 돌아볼 필요가 있다.

단, 국내 게임사도 P2E가 게임 재미를 더해주는 하나의 장치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P2E를 P&E(Play and Earn)로 고쳐 쓰는 마음을 기억해야 한다. 또한 국내법에 가로막혔다고 상심하기보다, 이용자와 국회, 정부에게 꾸준히 목소리를 내는 것도 필요하다. 중국 외자 판호 발급처럼, 이야기가 나올 때만 일희일비할 순 없지 않겠는가.
왕진화
wjh9080@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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