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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방의 변신上] 소통만 하면 재미 없지…실시간 방송에서 ‘콘텐츠’로

이안나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여러분, 제가 질문 하나 드려도 되겠습니까? 배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은 몇 가지 맛을 즐길 수 있는지 아십니까?” (쇼호스트 최해정)
“제가 맞춰버렸는데 괜찮으시겠어요?”(배우 권혁수)
“제가 원샷 중이고 촬영 중이라 방해하지 말아주시겠어요?”

이는 최근 11번가 라이브 방송 ‘라이브11’에서 배우 권혁수와 쇼호스트 최해정이 배스킨라빈스 제품을 팔며 나눈 대화다. 권혁수 유튜브 채널 ‘권혁수감성’ 속 코너 ‘애드리브싸이퍼’에 배우 주현영이 나와 유머 콘텐츠로 인기를 끌자 라이브커머스 방송(라방)에서 이를 패러디한 것. 이런 ‘밈’을 알고 있던 소비자라면 방송을 보면서 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급성장한 ‘라이브커머스’가 진화하고 있다. 판매자와 소비자가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상품을 살펴보는 데서 나아가 재미·전문성·힐링 등 다양한 요소를 가미해 소비자를 유입한다. 그간 라이브커머스는 소비자와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이 주목받았다. 기존 일방적 상품 소개에 그쳤던 TV홈쇼핑과는 그 자체로 확연한 차이였다.

현재는 상품에 대한 정보를 실감나게 전달한다는 것 외에 소비자들을 붙잡아 둘 수 있는 다른 요인이 필요하다. 라이브방송에 예능과 토크쇼를 접목하거나 유튜브 채널과의 연계, 10분 내외 ‘숏폼’ 형식 적용 등 틀을 깨는 시도도 이뤄진다. 모바일 콘텐츠 역량을 강화하는 움직임 속에서 이커머스 기업과 TV홈쇼핑 간 경계도 희미해졌다.

◆힐링·개그 프로 접목...‘젊은층’ 공략하는 TV홈쇼핑=5060세대가 주 소비자층이던 홈쇼핑 업체들은 라이브 방송을 통해 젊은층 고객 확보에 주력한다. 지난해 G마켓·옥션에서 선보인 예능형 라방 ‘장사의신동’을 시작으로 디지털 콘텐츠와 연계한 라이브 방송 시도는 홈쇼핑 업계에서도 활발하다. 유튜브 혹은 자체 앱에서 웹예능 전문 콘텐츠를 먼저 선보이고 여기서 등장한 상품을 라이브 방송에서 구매할 수 있도로 유인하는 방식이다.

CJ온스타일도 올해 처음 선보인 디지털콘텐츠 ‘브티나는 생활’이 방송 중 25억원 주문금액을 달성하며 역대 최대 수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처음 시도했던 디지털 콘텐츠 ‘유리한 거래’ 대비 두배 이상 증가했다. 가수 브라이언과 인테리어 전문 유튜버가 인테리어 팁을 제공하는 ‘재미+전문성’에 집중했다. 주문 고객 중 30~40대 초반 젊은 고객층이 80%를 넘었다는 게 유의미하다.

CJ온스타일은 “오랜 기간 축적해온 방송 제작 능력을 기반으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며 “미디어 시청 및 소비 패턴 변화에 맞춰 유튜브-라이브커머스를 연계한 콘텐츠 커머스를 적극 확대할 것”이라고 전했다.

NS홈쇼핑 ‘엔라방’은 개그 프로에 커머스를 더한 콘텐츠 커머스에 도전한다. ‘엔라방x개커스’는 개그콘서트 등에서 활동했던 개그맨들이 유머 콘텐츠에 더해 상품을 소개하는 콘텐츠 커머스 방송이다. ‘재미’를 최우선으로 찾는 젊은층 고객에 NS홈쇼핑 브랜드와 상품을 알릴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롯데홈쇼핑은 지난해 11월 초록뱀미디어와 콘텐츠 플랫폼 확장, 콘텐츠 지적재산권(IP) 및 신규 사업에 대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은 후 예능 콘텐츠를 공동 제작한다. 첫 번째는 뷰티 예층 콘텐츠다. 2030 여성들에게 인기를 모았던 TV 리얼 뷰티쇼 제작진을 섭외해 홈쇼핑 여성 시청률이 가장 높은 뷰티 프로그램 판매 노하우를 접목시킨 ‘랜선뷰티’를 선보인다. 모바일TV 엘라이브에선 춘천 여행상품을 소개하며 가이드가 동행해 안내 투어하는 ‘힐링’ 콘텐츠도 선보인다.

◆이커머스, 취향 존중 콘텐츠로 충성 고객층 확보=이커머스 업계에서도 콘텐츠 역량 강화가 이어진다. 여러 콘셉트를 정해 고정적으로 진행하는 라이브 방송 코너를 만든다. TV방송사들이 ‘킬러 콘텐츠’를 만들어 고정 시청자 수를 확보했듯, 모바일 라이브 방송에서도 충성 고객층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티몬은 보다 넓은 범위 소비자층을 라이브방송으로 유입하기 위해 재미와 전문성을 갖춘 콘텐츠를 준비했다. 이달 처음 선보인 ’게임부록‘은 올해 불혹을 맞은 김희철과 김성회·성승헌 3명 MC가 90년대부터 현재까지 게임과 업계 경험담을 나누는 토크쇼다. 콘텐츠 후반부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상품을 주로 연계한다는 게 특징이다. ‘만렙에듀’는 상품 소개는 물론 유익한 정보도 함께 전달하는 교육방송으로 학생과 학부모, 자기계발이 필요한 성인들까지 공략한다.

11번가는 하루에 하루 4~6번 방송을 통해 7개 예능형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을 습격하는 매장 털기 방송 ‘털업’과 신상품 리뷰 방송 ‘찐텐리뷰’ 등 재미·정보에 이어 힐링형 콘텐츠도 확대했다. ‘펫취존중’은 쇼호스트가 반려동물 관련 상품을 소개하면서 자연스럽게 동물들이 스튜디오 안을 돌아다니는 모습을 함께 볼 수 있다. 뷰티·도서·반려동물 등 사용자 취향에 맞춘 고정 코너들을 운영하는 것.

업계 관계자는 “모바일 라이브방송에서 콘텐츠 역량이 중요해지면서 PD 인력 쟁탈전도 치열하고 취업하기도 유리한 직군이다”라며 “라이브커머스 초창기엔 무작정 힘을 줘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쉽지 않았지만 이젠 검증된 시장이다보니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안나
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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