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이 374억원 규모의 주식을 임직원에게 증여했다. 최근 주가 하락으로 인한 임직원의 저하된 사기를 진작시키는 한편, 최근 정보기술(IT)·게임업계 개발자 영입 전쟁이 한창인 가운데 인재 이탈을 막기 위한 노력 일환으로 분석된다.
크래프톤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지난 15일 장 의장 부인 정승혜 씨가 지난 10일 보유 주식 42만주 중에서 12만6955주의 주식을 증여했다고 공시했다.
크래프톤 10일 종가는 29만5000원이다. 약 374억5172만원 규모를 증여한 셈이다.
당초 장 의장은 지난해 5월 최대 1000억원의 주식 증여를 시사했다. 장 의장은 이메일을 통해 “글로벌 전체 구성원에게 감사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방법으로 증여를 결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크래프톤은 “최근 크래프톤 주가를 반영해 증여 규모가 변경됐다”며 “장 의장의 주식 경우 매도가 용이하지 않아 부인 정승혜 씨의 주식으로 증여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는 최근 주가 하락으로 침체된 분위기를 쇄신하겠다는 장 의장의 의도가 읽힌다. 다만 증여 시점이 당초 지난해 5월에서 멀어진 건, 증여 과정이 생각보다 복잡해 시일이 걸리게 됐다는 설명이다.
크래프톤이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증여 시점은 IT·게임업계 처우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시기와 맞물리게 됐다. 최근 크래프톤은 우수한 인력을 확보함과 동시에, 경쟁력을 갖춘 직원들에게 동기 부여하기 위한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일례로 지난 10일 크래프톤은 자율 공시를 통해 주식기준성과보상제도(Restricted Stock Unit, 이하 ‘RSU’) 도입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RSU를 부여받은 임직원이 기간 및 성과 요건을 달성할 시, 크래프톤은 보유 중인 자기주식을 교부해 해당 임직원에게 지급할 수 있다. RSU 부여로 교부될 최대 자기주식 수는 11만주다.
한편, 올해도 개발자 품귀 현상 심화로 연봉인상 경쟁이 재점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지난해 게임업계엔 3N(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을 필두로 연봉인상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산업 전반에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IT 개발자 영입 경쟁도 지난해보다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남궁훈 카카오 대표 내정자는 최근 사내 게시판에 올해 연봉 총액을 15% 인상하고, 내년에는 이에 더해 6%를 추가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최근엔 직방이 개발직군 신입 사원의 연봉을 8000만원으로 인상해 화제를 모았다.
스타트업 당근마켓과 채널톡은 공개적으로 개발자 초봉 6500만원을 제시했다. 지난해 하반기 대대적으로 구인 공고를 낸 게임사 쿡앱스는 ‘전 직군 신입 사원 최소 연봉이 5000만원부터 시작한다’는 슬로건을 내걸기도 했다. 게임사들이 인력 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분주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