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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넷플릭스는 인터넷 생태계 미꾸라지?

강소현

[디지털데일리 강소현기자] 세계 통신사업자(ISP)들을 중심으로 망(네트워크) 이용대가를 둘러싼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됐다. 유럽 4대 통신사가 지난달 유럽연합(EU) 의회에 빅테크기업의 네트워크 개발비용 공동 부담 규칙을 제정해달라는 내용의 공동 성명서를 냈으며,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도 CP로 인해 트래픽(데이터 사용량)이 급증했으니 이에 따른 책임 역시 공동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을 최근 공식화했다. 이런 ISP의 요구에 대해 CP는 자신들이 제공한 콘텐츠로 ISP 역시 수익을 올렸다며 맞불을 놓았다. 결국 ISP의 망을 이용해 CP가 얻은 수익이 큰지, CP의 콘텐츠를 이용해 ISP가 얻은 수익이 큰지를 따져봐야 한다.

그렇다면 비용을 공개하면 끝나는 문제가 아닐까. 현재로선 CP에 망 이용대가 지급 의무가 있는지 판단할 데이터가 부재하다. 망 연동 당사자 간 기밀유지 협약(Non-disclosure agreement·NDA)을 체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망 이용대가 논의가 평행선을 걷는 이유다. 이에 이해당사자들 간 자율적인 협상에 맡겨야 하지만 한쪽이 협상 의지가 없다면 약자 쪽이 늘 불리할 수 밖에 없다.

분명한 건 이 협상에서 ISP는 지금 유리하지 않은 위치에 서 있다는 것이다. 과거와 비교해 ISP와 CP의 관계는 완전히 달라졌다. CP의 영향력이 작았던 인터넷 초기 시장에서 ISP는 CP로부터 망 이용대가를 적게 받거나 받지 않았다. 당시 CP가 제공하던 콘텐츠는 소설 등 텍스트 형태로 트래픽 부담이 없었을뿐더러, CP가 커야 인터넷 생태계 역시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이런 탓에 CP의 콘텐츠 유치는 ISP의 과제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다르다. 콘텐츠는 무거워졌으며 CP의 영향력은 커졌다. SK브로드밴드에 따르면 넷플릭스가 자사 망에 발생시키는 트래픽은 2018년 5월 50Gbps(기가비트·초당 얼마나 많은 양의 정보를 보낼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단위. 1Gbps는 1초에 대략 10억비트의 데이터를 보낼 수 있다는 뜻)에서 2021년 9월 1200Gbps로, 약 24배 급증했다. 이에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에 청구한 망 이용대가는 700억원이다.

ISP와 CP의 관계가 달라진 만큼 망 이용대가에 대한 논의도 새롭게 이뤄져야 한다. 특히 양측은 과거 망 이용대가 논의가 지속 가능한 인터넷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어떻게 협력해야 하는지에 중점을 두고 있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CP의 과도한 트래픽 유발로 ISP가 한계에 다다른다면 결국 그 피해는 소비자에 오롯이 전가될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CP 뿐만이 아니라 ISP도 콘텐츠 개발비용 확보 조차 어려운 중소 CP들을 배려해야 한다.

내일(16일) 국내에선 망 이용대가를 둘러싼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의 법정 공방 3차전이 예정돼 있다. 결과는 국내 뿐 아니라 전세계에 영향을 미칠 예정이다. 넷플릭스는 당장의 이윤이 아닌, 인터넷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서도 망 이용대가 지급을 거부할 것인지 고민해 봐야할 때다.

강소현
ksh@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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