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IT

[주간 블록체인] 대선 D-3…가상자산 공약 및 실현가능성 총정리

박현영


[디지털데일리 박현영기자] 한 주간 블록체인‧가상자산 업계 소식을 소개하는 ‘주간 블록체인’입니다.

20대 대선이 3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번주에는 사전투표도 있었는데요. 사전투표율은 36.9%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이번 대선의 특징 중 하나는 가상자산 관련 공약이 처음으로 등장했다는 것입니다. 비트코인(BTC)을 비롯한 가상자산 붐이 처음 일었던 때가 2017년 말이니, 19대 대선 때만 하더라도 가상자산 관련 공약이 나올 가능성이 없었죠. 5년 만에 세상이 달라졌음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지난 5년 동안 가상자산 시장 규모는 놀라운 속도로 커졌습니다. 이번주 금융정보분석원(FIU)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거래소 등 ‘가상자산사업자’를 이용하는 국내 총 이용자 수는 중복을 포함해 1525만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중복 수를 감안해 짐작해봐도, 국민 5명 중 1명은 가상자산 투자 경험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미성년자는 가상자산 거래를 할 수 없으므로 가상자산 투자자가 유권자의 상당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죠.

이에 후보들도 일제히 가상자산 관련 공약을 제시했는데요. 이번주 <주간 블록체인>에선 가상자산 투자자, 그리고 업계 종사자들이 알아두어야 할 가상자산 관련 공약을 분석해보겠습니다.

이미 사전투표로 투표권을 행사하신 분들도 대선 이후 상황을 예상해보실 수 있도록, 각 공약의 실현가능성과 파급력에 대해서도 알아보겠습니다.

◆양당 후보 “가상자산 과세 유예·비과세 한도 상향”

우선 가상자산 투자자의 최대 관심사는 역시 과세입니다.

가상자산 투자 수익에 대한 과세는 오는 2023년 1월부터 시행됩니다. ‘기타소득세’로 분류돼 수익의 20%를 세금으로 내야 합니다. 비과세 한도는 250만원으로 확정됐습니다. 본래 과세 시점은 2022년 1월부터였으나 과세 인프라 부재, 투자자 보호법 부재 등을 이유로 1년 미뤄졌죠.

가상자산을 구매하는 이용자 대부분은 주식처럼 투자의 용도로 구매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주식에는 양도소득세가 적용되고, 비과세 한도는 무려 5000만원이죠. 가상자산과 너무 차이가 납니다. 특히 가상자산은 비과세 한도가 250만원이라 매우 낮다는 지적이 많았죠. 가상자산 투자로 500만원을 벌었다면, 세금을 50만원 납부해야 하는 셈입니다.

대선 후보들도 이 같은 지적을 받아들였습니다. 지지율이 높은 양당후보 모두 비과세 한도를 높이겠다는 입장입니다. 또 과세 시점도 더 유예하겠다는 공약을 내놨습니다.

중요한 건 차이점이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과세 유예 시점을 구체적으로 제시했고, 비과세 한도는 높이겠다고 했으나 ‘얼마로’ 높일 것인지는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비과세한도를 대폭 상향하겠다”는 정도로 상향 계획을 시사했습니다.

반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비과세 한도를 주식과 같은 ‘5000만원’으로 높이겠다고 했고, 과세 시점은 늦추겠다는 뜻을 시사했지만 구체적인 시점을 밝히지는 않았습니다. “투자환경을 먼저 개선한 후 과세하겠다”는 정도로 유예 입장을 밝혔죠.

심상정 정의당 후보의 경우, 페이스북을 통해 “가상자산 과세는 문재인 정부의 방침이 맞다. 소득이 있는 곳에는 당연히 세금도 있어야 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당시는 가상자산 과세 시점이 유예되기 전이라 2022년 1월부터, 비과세 한도 250만원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게 원칙이었는데요. 이 원칙에 힘을 실은 것이죠.

결론적으로 보면 가상자산 과세 시점은 더 늦춰지고, 비과세 한도는 높아질 가능성이 큽니다. 현재 지지율이 가장 높은 두 후보 중 대통령이 나온다는 가정하에 이 같은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습니다. 과세 시점 유예, 비과세 한도 상향 등은 소득세법 개정으로 가능하므로 과정 상의 어려움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누가 되든 ICO 허용…‘방법의 문제’

각 후보의 가상자산 관련 공약 중 업계에 파급력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공약은 가상자산공개(ICO) 관련 공약입니다.

국내 기업이 발행한 코인, 일명 ‘김치코인’으로 불리는 가상자산들은 엄밀히 말하면 국내 코인이 아닙니다. 국내 기업들이 싱가포르에 법인을 세우고 발행한 가상자산이기 때문이죠.

싱가포르 법인을 통해 발행하는 이유는 정부 방침 때문입니다. 법제화된 건 아니었지만, 지난 2017년 말 정부가 “ICO를 금지한다”는 방침을 내놓으면서 우리나라는 사실상 ‘ICO가 불가능한 나라’가 되었습니다.

파급력은 매우 컸습니다. 가상자산 시장이 빠른 속도로 커지면서 국내 기업들도 잇따라 진출했지만, 대부분 코인 발행을 위해 싱가포르 법인을 택했죠. 실제 국내 코인임에도 불구하고 세금이나 경제 활성화, 고용 창출 등 경제적 효과가 모두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또 백서 등 투자자에게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채널이 모두 영어로 제작돼 국내 투자자와 코인 발행 기업 간 정보 비대칭이 심화된다는 비판도 나왔습니다.

대선 후보들은 이런 지적에 주목했습니다. 이번에도 양당 후보가 비슷한 입장입니다. 장기적 관점에서 ICO를 허용하겠다는 건데요.

이 후보는 투자자 보호를 위한 충분한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ICO를 허용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또 ICO뿐 아니라 증권형 가상자산공개(STO) 허용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윤 후보는 안전장치가 마련된 가상자산거래소공개(IEO, Initial Exchange Offering)부터 시작하겠다는 방침입니다. IEO는 신규 발행 코인을 거래소를 통해 첫 판매하는 것을 말합니다. 가상자산 거래소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상 영업신고를 통해 제도권 내로 들어왔으므로, 정식 거래소를 통한 방법은 어느 정도 안전하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이 후보 공약의 경우, 국회에 계류된 법안을 처리한다면 실현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대부분 발의안들이 가상자산 투자자 보호를 위한 내용과 ICO 관련 내용을 함께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국회에는 ICO 개념을 정의하고, ICO 프로젝트 심사 방법을 담은 ‘블록체인진흥원 설립에 관한 법률안(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발의)’이 있습니다. 국민의힘 측 발의안도 있습니다. ICO, IEO 등을 가상자산 산업의 정의에 포함하는 ‘가상자산산업기본법’이 있죠.

윤 후보 공약도 마찬가지로 실현 가능성이 높은 편입니다. IEO부터 허용한다고 해도 투자자 보호 방안은 꼭 필요한데요. 이를 담은 국회 계류 법안을 처리한다면 실현 가능할 전망입니다. 또 IEO부터 허용한다면 FIU에 영업신고를 하고, 신고를 수리 받은 ‘정식 거래소’에서만 코인 판매가 가능하도록 하면 됩니다.

ICO가 국내에서 허용될 경우 파급력은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싱가포르 등 해외에 법인을 둔 국내 코인 발행 기업들이 다시 국내로 법인을 옮겨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해외에 법인을 두면 세금을 비롯해 새나가는 비용이 너무 크기 때문이죠.

따라서 ICO도 가상자산 과세 유예와 상황이 비슷합니다. 현재 지지율이 가장 높은 두 후보 중 대통령이 나온다는 가정하에 국내에선 ICO가 허용될 예정입니다.

◆거래소 실명계좌 발급, 쉬워질까

이 밖에 투자자 및 업계 종사자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공약으로는 윤 후보의 ‘디지털산업진흥청 설립’이 있습니다. 해당 공약의 내용 중 하나는 가상자산 거래소와 은행을 연결하는 ‘전문금융기관’을 설립하는 것인데요.

현재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원화와 코인 간 거래를 지원하는 ‘원화마켓’을 운영하기 위해 은행으로부터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실명계좌)을 발급받아야 하는데요. 문제는 계좌 발급이 지나치게 어렵다는 것입니다. 거래소들은 은행과 협의할 적절한 창구도 없을뿐더러 은행들이 계좌 발급에 매우 부정적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은행으로부터 계좌를 발급받은 거래소는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그리고 최근에 발급받은 고팍스까지 5곳뿐이죠.

윤 후보는 가상자산 거래 계좌와 은행을 연결하는 전문금융기관을 육성함으로써 실명계좌 발급을 수월하게 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는데요. 현재는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은행과 협의하는 게 매우 어려우므로 정부 차원에서 이를 연결한다는 취지입니다.

해당 공약이 실현될 경우 가상자산 투자자들의 거래소 선택지는 많아지고, 중소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고충도 해결될 전망입니다. 하지만 금융기관을 설립한다는 건 인력과 시간이 많이 필요한 일이고, 현재 원화마켓을 운영하지 못해 수익을 내지 못하는 중소 거래소들이 금융기관 설립 때까지 사업을 이어갈 수 있을지가 불투명합니다. 공약의 취지는 좋으나 가상자산 유예나 ICO 허용보다는 실현에 긴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입니다.


박현영
webmaster@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