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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과0의전쟁①] 금융 핵폭탄 ‘스위프트’ 제재, 글로벌 결제망 전쟁 시발점 되나?

이상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세계의 눈과 귀가 현장에 쏠려 있다. 전쟁은 비극적이지만 국가와 국가 간 대립의 최종적 형태인 전쟁을 통해 시대상 변화를 감지할 수도 있다. 이번 전쟁을 통해 실제 사상자와 물리적, 인적 피해가 발생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사이버 공격, 금융 결제망 제한, 가상자산을 통한 모금 및 탈 중앙 금융거래, IT기업의 비대칭 정보 해결 움직임 등 디지털 시대에 새롭게 변화된 전쟁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디지털데일리>는 5회에 걸쳐 이번 전쟁으로 인한 디지털 세계의 영향을 알아본다<편집자>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러시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 중 한축으로 스위프트(SWIFT) 제재가 본격화되면서 영향과 파장이 주목되고 있다.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는 러시아의 특별군사작전 개시에 따라 매우 심각한 국면에 돌입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하이테크 품목 수출금지, 러시아 은행 금융거래 중지, 국채발행 금지, 천연가스관 승인 중단 등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를 높여가고 있다.

특히 이번 러시아에 대한 금융 결제망 스위프트(SWIFT) 퇴출은 촘촘하게 연결된 디지털 금융 결제망이 얼마나 복잡한 파급력을 가지고 있는지 다시 한번 상기할 수 있는 사례가 됐다.

주요 7개국(G7) 정상들이 서방 동맹국들은 일부 러시아 은행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에서 배제하기로 결정했다. 스위프트(Society for Worldwide Interbank Financial Telecommunication)는 금융 기관이 국경을 넘어 서로 안전하게 통신할 수 있도록 기술 인프라를 제공한다.

달러화 기반으로, 현재 200개국 1만1500여개 기업이 가입해 있는 사실상의 글로벌 금융결제 표준이다.

◆세계 2위 거래국 러시아에 타격=개인이 해외로 돈을 송금할 때도 스위프트 코드가 적용돼 해당 결제망에서 퇴출되면 사실상 해외 송금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번 제재가 러시아에 대한 재제에 있어 ‘핵폭탄’급으로 관측되는 이유는 러시아 금융거래 80%가 스위프트 결제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러시아는 세계 2위의 스위프트 거래국으로 특히 러시아의 대외 수출의 절대량을 차지하는 천연가스 수출대금을 스위프트를 통해 주고받고 있다.

하지만 이번 제재를 통해 러시아가 갖고 있는 외환보유액 774조원에 대한 접근이 제한됐다.

이번 스위프트에서 러시아 은행 배제는 국경 간 지불 능력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미 2014년 스위프트에서 러시아를 제외할 때 러시아 정부는 러시아 GDP의 최대 5%가 손실될 수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한편, 이러한 조치는 중장기적으로 스위프트의 신뢰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벨기에에 본사를 두고 있는 스위프트는 EU 관할권에 속하지만 미국의 압력을 따르고 있는 형국이다.

스위프트 제재는 미국의 달러 기반의 국제 금융질서가 여전히 공고함을 드러내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제재를 통해 스위프트가 특정 국가에 대한 소프트 파워 측면의 공격수단으로 자리매김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스위프트 제재를 통해 이란과 북한의 해외 대금 결제도 막혀 있는 상황이다.

스위프트 제재는 금융계의 핵무기로 불리워진다. 이는 다시 말해 회복하는데 오래 걸린다는 의미와 함께 부수적인 피해도 입을 수 있다는 의미다. 스위프트 제재가 이번 전쟁 이후 미칠 영향에 대해 고민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러시아도 가만히 있지는 않고 있다. 러시아는 중국과 함께 새로운 결제 시스템 시험에 나섰다. 앞서 중국은 미국과 유럽의 제재와 관련해 러시아를 지원하도록 공산당 차원의 지시가 내려진 것으로 파악된다.

◆탈 스위프트 움직임도 거셀 것=중국과 러시아는 이번 제재를 계기로 미국 달러 대신 자국 통화를 활용한 글로벌 결제 시스템 확충에 나설 전망이다. 스위프트와 비슷하게 유니온페이 카드 결제망을 글로벌 시장에서 활용하는 중국 결제망에 러시아가 올라탈 가능성도 높다.

이러한 움직임은 결제 시장에서 탈 스위프트 움직임이 서서히 일어나고 있는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미국연준은 실시간 결제시스템인 ‘페드나우(FedNow)’를 2023-24년까지 출시한다고 발표했고 일본은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허가를 받고 가상화폐 중심 SWIFT를 구축하고 있다.

기존 스위프트 체계에서의 높은 수수료율과 실시간 이체가 반영되지 못하는 단점을 탈피하기 위해 핀테크 기술과 결합된 새로운 글로벌 송금 시스템에 대한 시험과 상용화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스위프트의 강력한 파괴력을 안 각 국가들은 ‘플랜B’에 대한 끈을 놓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스위프트 제재에 대한 위력을 실감한 러시아를 비롯해 미국과 패권을 다투고 있는 중국의 움직임이 뚜렷해질 전망이다.

실제 지난해 여름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제재가 (오히려)도움이 되었다”고 밝힌바 있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이 최근 몇 년간 자국에 가한 제재에 대해 긍정적인 면이 있는 것으로 평가하며 특히 다수의 방면에서 러시아 기술을 발전시킨 측면이 있다는 입장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진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여름 러시아 시민들과의 텔레톤에서 “우리는 제재 압박에 순응한 것만은 아니라, 어떤 면에서는 제재가 심지어 우리에게 좋은 결과를 주기도 했다. 수입된 기술을 우리 기술로 대체함으로써 우리는 생산에 박차를 가하게 되었고, 미르(MIR) 결제 시스템과 금융 시스템의 전반적인 강화와 같은 다른 긍정적인 요소들이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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