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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WC서 '망 이용대가' 논의…ISP-빅테크기업 갈등 조짐

강소현

[디지털데일리 강소현기자] 오는 28일 열리는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2’에서 빅테크기업의 망 이용대가 지급 의무와 관련한 논의가 오갈 예정이다. 글로벌 차원에서 망 이용대가와 관련한 논의가 이뤄지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행사 이후 망 이용대가를 둘러싼 통신사업자(ISP)와 빅테크기업 간 논쟁에도 불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16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는 ‘MWC 2022’에서 디지털전환을 위한 자금조달(Financing the Digital Transformation)을 주제로 장관급 협의를 가질 예정이다.

행사 둘째날인 1일 진행되는 이 세션에서는 인도 통신사 바르티 에어텔의 수닐 바르티 미탈(Sunil Bharti Mittal) 회장과 디지셀그룹의 데니스 오브라이언(Denis O'Brien) 회장 등이 참여해 향후 디지털전환을 위한 자금조달 방안에 대해 논의한다. 투자재원 확보를 위한 수단으로는 망 이용대가 등이 언급될 것으로 관측된다.

GSMA 측은 “증가하는 초고속인터넷의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통신사업자가) 2025년까지 네트워크에 투자해야 할 비용은 9000억달러(약 1080조원)로 예상된다”며 “초고속, 최고 품질의 인터넷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전통적인 파이낸스 모델과 라이센스 분야에서 많은 기여와 장려를 가능하게 할 수단을 검토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이전에도 망 이용대가를 둘러싼 산발적 논의가 있었지만 큰 진전은 없었다. 계약상 비밀유지의무 탓에 빅테크기업이 ISP에 망 이용대가를 지급한 선례는 물론, 지급 근거가 될만한 데이터 역시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통신업계 전문가는 "특정 빅테크기업이 ISP에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고 있냐, 아니냐는 기업과 기업간 계약 내용으로 알기 힘들다"며 "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당사자들이 망 이용대가를 내고 있는지 이야기하지 않으니 빅테크기업이 망 이용대가를 낸 적 없다고 말해도 진위여부를 파악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행사에서 빅테크기업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 ISP들이 목소리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 보면서도 망 이용대가 논의가 세계적으로 활성화되는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봤다. 특히 국내 통신사업자들은 내심 반기는 분위기다. GSMA 차원에서 논의가 이뤄지는 것이기에 개별사업자가 가지는 부담감도 오히려 덜하다는 입장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빅테크기업과 제휴관계에 있는 ISP여도 네트워크 서비스를 제공하는 입장에선 망 이용대가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며 "GSMA 차원에서 망 이용대가와 관련한 이야기가 나와도 개별 ISP의 제휴관계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유럽 내 통신사들을 중심으로 빅테크기업이 네트워크 개발 비용의 일부를 부담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유튜브·페이스북 등 빅테크기업으로 인해 트래픽이 급증한 만큼 이에 따른 네트워크 개발 비용도 공동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유럽 4대 통신사는 지난 14일 빅테크기업의 네트워크 개발비용 공동 부담 규칙을 제정해달라는 내용의 공동 성명서를 유럽연합(EU) 의회에 냈다. 보다폰(영국)·텔레포니카(스페인)·도이치텔레콤(독일)·오렌지(프랑스)의 최고경영자(CEO)는 “모바일 트래픽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에서 네트워크에 대한 투자 부담 역시 크게 늘었다”며 “소수의 디지털 콘텐츠 플랫폼이 전체 트래픽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거대 플랫폼들과 공정한 조건으로 협상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트래픽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런 불균형적인 상황을 해결하지 않는다면 유럽은 다른 국가들보다 뒤처지고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의 경험의 질도 떨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소현
ksh@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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