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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사 ESG진단⑥] ESG 열등생 벗어나자…주요 게임사 ‘꿈틀’

왕진화
-엔씨 이어 펄어비스·컴투스그룹·넷마블, 지난해 ESG 경영 도입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국내 주요 게임사는 지난해부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시동을 걸고, 강화 태세에 나섰다. 글로벌 게임모델을 채택하는 국내 게임사 수는 눈에 띄게 늘고 있지만, ESG 측면으로 볼 때 아직 글로벌 수준에 못 미치고 있다는 판단이다.

유일한 ‘A’ 등급인 엔씨소프트(이하 엔씨)를 제외한 다른 게임사들은 어떤 모습으로 ESG 경영을 준비하고 있을까.

◆ ESG경영위원회·조직 있는 게임사는 5곳뿐=엔씨 다음으로 ESG경영 관련 행보를 보인 곳은 펄어비스다. 펄어비스는 지난해 6월 ‘ESG 태스크포스(TF)’ 조직을 신설했다. 엔씨가 유가증권시장(KOSPI)에 상장된 게임사 중 처음으로 ESG위원회를 구축했다면, 펄어비스는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게임사 중 최초로 ESG 경영 도입을 위한 선제적 움직임을 보였다.

펄어비스 ESG TF는 허진영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총괄을 맡고 있다. 펄어비스는 해당 조직을 통해 사회적 책임 및 기업윤리를 강화한 투명 경영과 지속가능한 경영체제를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어 컴투스와 컴투스홀딩스(옛 게임빌)는 같은 해 7월 ESG플러스위원회를 신설했다. ESG플러스위원회로 명칭이 정해진 이유는 ESG 개별 항목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것은 물론, 글로벌 문화 콘텐츠 기업으로서 양사가 강점으로 가진 ‘문화 역량’을 더하기 위해서다.

ESG플러스위원회는 컴투스와 컴투스홀딩스가 추진하는 ESG 경영 컨트롤타워로서 주요 전략과 방향을 결정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양사 ESG플러스위원회 위원장은 송병준 의장(GSO, Global Strategy Officer)이다. 각 사 사외이사가 ESG플러스위원회 위원으로 합류했다.

컴투스와 컴투스홀딩스는 ESG 역량을 강화하며 국제 ESG 표준 지침들을 경영 환경에 적용하고, 중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가치를 창출할 계획이다.

지난해 마지막으로 ESG경영위원회 설립 소식을 알린 넷마블은 ESG 경영에 강화에 박차를 가한다. ESG경영위원회에는 위원장인 권영식 대표를 포함해 도기욱 전무(각자 대표 내정자), 김성철 상무(정책담당) 등이 포함됐으며, 위원회 산하에 ESG 실무전담조직인 ESG 경영실을 둔다.

넷마블 ESG 경영실은 사내 ESG 유관부서들에 더해 학계와 기업, 비영리단체(NGO) 등 외부 자문단과 함께 ESG경영위원회를 지원한다. 넷마블은 ESG 경영방향성과 구체적 활동 지표를 담은 첫 번째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올해 1분기 내 발간할 계획이다.

◆사업 규모 대비 걸음마…ESG 경영 생각해야 할 곳은=ESG 관점에서 투자 결정이 이뤄지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국내 주요 게임사 또한 향후 ESG 경영을 펼치기 위해 관련 위원회 및 조직을 꾸려야 한다. 오는 2025년 자산총액 2조원 이상 되는 기업들에 ESG 공시 의무화가 도입되기 때문이다. 이는 2030년까지 자산총액과 무관한 상장사 전체로 넓혀진다.

넥슨 뿐만 아니라 크래프톤, 카카오게임즈 등 대기업·중견 게임사에서도 ESG 조직 신설 또는 이사회 구성 등을 적극 검토할 수밖에 없다는 예측이 나온다. 특히 그간 넥슨은 2N(엔씨·넷마블)보다 ESG 관련 행보에 대해 아쉽다는 평가를 들어왔다. 넥슨은 ESG 경영을 도입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검토 중이다.

넥슨과 크래프톤, 카카오게임즈는 각 사 방식대로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다. CSR은 기업 이해 당사자들이 기업에 기대하고 요구하는 사회적 의무들을 충족시키기 위해 수행하는 활동이다. 다만 투자자의 변화를 전제로 하지 않기 때문에 ESG와 엄연한 차이가 있다.

또한 CSR은 각 국 경제·사회 상황이 다르고 각 기업마다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인식 차이가 존재해 국제적으로 통일된 정의는 없지만, 기업의 ESG 경영에서 사회(S, Social) 지속가능성을 이끌 수 있는 요소로 이어지기도 한다.

넥슨은 전국 장애 아동이 보다 원활하게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을 적극 찾아나서며 기부를 해오고 있다. 또, 넥슨은 아이들에게 지식과 배움의 터를 만들어주고자 2005년부터 ‘넥슨 작은책방’ 사업을 시작했다. 국내 122개, 해외 8개 책방을 개관하고 도서 약 12만권을 기부했다. 지난 2016년부터는 프로그래밍에 대한 청소년 관심 제고와 역량 증진을 위해 매년 ‘넥슨 청소년 프로그래밍 챌린지’를 진행해오고 있다.

이와 함께, 넥슨은 청소년 프로그래밍 저변 확대를 위한 투자도 아끼지 않고 있다. 최근 심화되고 있는 청소년 디지털 격차를 줄이기 위해, 누구나 무료로 프로그래밍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플랫폼 ‘비브라스 프로그래밍(가칭)’을 개발 중이다.

카카오게임즈는 사내 사회공헌팀이 따로 구성돼 있다. 게임이 가진 재미의 힘을 통해 일상을 조금 더 행복하게 하는 ‘다가치 게임’이라는 사회적 책임 비전 아래, 소외된 이들에게 다양한 방면으로 따뜻한 손길을 건네주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크래프톤은 구성원의 자발적인 기부를 장려하는 매칭 그랜트 기부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이 프로그램은 구성원이 기부하는 금액에 대해 회사가 일정 금액을 매칭해 기부하는 방식이다. 크래프톤 구성원 모두가 사회 문제 해결에 참여하는 자발적 기부 문화를 조성하고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자는 취지에서 고안됐다.

이 프로그램은 기부 참여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장벽을 낮추기 위해 개인의 기부 금액별로 매칭 비율을 다르게(1~1.5배) 적용하고 있다. 적은 금액으로도 부담 없이 기부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그 취지다. 단기적으로는 학교 등 인재 양성 및 우수 인재 확보로 연결될 수 있는 곳에 기부하며, 중기적으로 사회적 문제 해결 등 더 넓은 범위의 단체, 영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왕진화
wjh9080@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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