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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선인싸] 카톡 이모티콘으로 억대 수익을…새로운 꿈 펼친 작가 3인

최민지
-‘늬에시’ 철새, ‘베니’ 구작가, ‘옴팡이’ 애소…3인3색 인터뷰②
왼쪽부터 애소, 구작가, 철새 작가.(사진 제공 카카오)
왼쪽부터 애소, 구작가, 철새 작가.(사진 제공 카카오)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전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에서 ‘이모티콘’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이모티콘은 텍스트로 전하기 어려운 감정 표현을 대신하는 의사소통 수단이자, 사용자 개성까지 표출하는 도구로 널리 이용되고 있다.

벌써 카카오 이모티콘이 세상에 빛을 보인지 10년이 넘은 가운데, ‘이모티콘 작가’라는 새로운 직업이 탄생했다. 이모티콘 산업 종사자 수만 약 1만명에 이르며, 누적 매출 10억원 이상 이모티콘 수는 92개에 달한다.

이과 관련 <디지털데일리>는 이모티콘 작가 3인 철새, 구작가, 애소 작가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들은 각각 늬에시, 베니, 옴팡이 캐릭터를 창조했으며 인기 이모티콘으로 자리를 잡았다. 작가 3인 역시 이모티콘 작가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옴팡지게 귀여운 ‘옴팡이’는 카카오 이모티콘을 넘어 다양한 기업과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상품화까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옴팡이를 그린 애소 작가는 연간 억대 수익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큰 걱정 없이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감을 내비쳤다.

내시를 얄밉고 코믹하게 표현한 ‘늬에시’는 누적 매출 10억원을 넘었다. 작가 철새는 미국과 한국에서 주방용품 디자이너로 근무하다, 2018년 전업 이모티콘 작가로 전향했다고 한다. 회사 다닐 때보다 일을 더 많이 하고 있지만, 직장 상사 눈치를 볼 일도 없을뿐더러 경제적으로도 여유로워졌다. 토끼를 캐릭터로 형상화한 ‘베니’를 그린 구작가는 그림에세이를 출간하는 등 일러스트 작가이자 에세이스트로도 활동하고 있다.

물론, 이모티콘 시장은 경쟁도 치열할뿐 아니라 이들처럼 인기 이모티콘 대열에 합류하지 못하면 수익도 들쑥날쑥하다. 그럼에도, 이들 작가는 이모티콘 시장에 도전해보기를 권한다. 내가 그린 그림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전달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점이 무엇보다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꼭 그림을 잘 그리지 않아도 된다. 사실, 애소 작가도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지만 미술을 전문적으로 배우지는 않았다. 충분히 부업으로 취미 삼아 도전해볼만 한 시장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자기만의 색깔 있는 캐릭터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앞으로 디지털이 훨씬 더 활발해지는 시대가 될 거예요. 그림을 반드시 잘 그려야 가능한 이야기는 이미 옛날이 된 것 같아요. 여러분께서 전하고 싶은 진심만 있다면 문이 열릴 거예요. 당신의 꿈, 당신의 앞날을 응원합니다.(구작가)“
왼쪽부터 옴팡이, 베니, 늬에시 캐릭터.(사진 제공 카카오)
왼쪽부터 옴팡이, 베니, 늬에시 캐릭터.(사진 제공 카카오)

다음은 구작가, 애소, 철새 작가와의 서면인터뷰.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애소) 옴팡이라는 캐릭터를 창작한 이모티콘 작가 애소 정다슬입니다. 저는 미술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은 없지만 어렸을 때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해서 만화와 그림을 계속 그려왔습니다. 그러다가 카카오 이모티콘이라는 시장을 알게 됐고, 사람들에게 제 캐릭터를 내보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어요. 그래서 옴팡이 캐릭터를 창작해 이모티콘을 도전하게 됐고, 지금은 이모티콘 작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철새) 철새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는 박철연(32)입니다. 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하면서 3D작업과 제품 생산 및 마케팅 등을 공부했습니다. 대학 졸업 후 미국 및 한국에서 주방용품 디자이너로 근무하다 2018년 4월부터 퇴사하고 전업 이모티콘 작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구작가) 안녕하세요. ‘베니’라는 토끼 캐릭터로 이모티콘을 만들고 에세이도 쓰면서 활동하고 있는 구작가라고 합니다.

Q. 인기 이모티콘 작가로 알려졌는데, 지금의 이모티콘을 만들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나요?

▲(철새) 2017년 여름, 주방용품 디자이너로 근무하던 중 우연히 일반인 작가의 대충 그린 ‘B급 감성’ 이모티콘이 크게 흥행했다는 기사를 봤어요.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모티콘을 출시해보기로 했습니다, 처음에는 가볍게 시작했는데, 도전했던 캐릭터가 심사탈락했죠. 더 다듬어서 제안한 캐릭터 ‘늬에시’가 심사를 통과했죠. 출시 동시에 큰 인기를 얻으면서 퇴사하고 전업 이모티콘 작가로 전향하여 활동하고 있습니다.

▲(애소) 저는 이모티콘을 만들기 이전에는 일상만화와 짤을 그리면서 제 감정을 표현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었어요. 일상만화를 그리다 보니 저를 포함한 주변 사람들이 평소에 많이 느끼는 감정을 많이 들여다보고 이미지화하곤 했는데 이모티콘 역시 감정을 전달하는 수단으로 쓰이다 보니 그 시간들이 옴팡이라는 캐릭터를 창작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만화를 그리고 올리면서 사람들이 어떤 그림을 보고 공감하는지를 파악해온 것 덕분에 더 많은 사람에게 공감받을 수 있는 캐릭터를 창작할 수 있었습니다.

Q. 이모티콘 작가로 활동하면서 언제 가장 큰 뿌듯함을 느꼈나요?

▲(구작가) 2016년 ‘베니와 함께 하는 특별한 시작’ 첫 기브티콘이 가장 보람이 컸어요. 그때 청각장애 청소년 50명에게 장학금을 전달할 수 있게 된 일이 참 내 일같이 기뻤어요.

▲(애소) 제가 그린 그림이 다양한 굿즈로 상품화돼 오프라인으로 캐릭터를 만나볼 수 있을 때 뿌듯했고, 옴팡이를 좋아하는 분들의 응원 메시지와 다음 시리즈 기대감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 보람을 많이 느껴요. 옴팡이 이모티콘을 보면서 힘낸다는 분들, 관련 굿즈를 모으고 있다거나 팬아트를 정성껏 그려 전달해주시는 등 옴팡이에 대한 팬심을 드러내는 분들을 보면, 옴팡이를 더 많이 그려 그분들께 옴팡이의 다양한 모습들을 만날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힘내고 있습니다.

▲(철새) 지인들이나 제 이모티콘을 좋아하는 분들이 응원해주거나, 재밌다고 해줄 때가 가장 뿌듯하고 좋습니다. 시간적으로 여유롭다는 점이 가장 큽니다. 물론 직장 상사 눈치를 볼 일도 없어졌고 경제적으로도 조금 더 여유로워졌지만, 아이러니하게 회사 다닐 때보다 일을 더 많이 하는 것 같네요. 제 일이다 보니 더 애정이 생기고 더 노력하고 있습니다.

Q. 카카오에 따르면 10억원 이상 매출을 기록한 이모티콘은 92개에 달한다고 하는데요. 수익은 어느 정도인가요?

▲(애소) 출시하는 이모티콘 수와 시장 상황에 따라 월 수익은 천차만별이지만, 연간 억대 수익은 유지하고 있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큰 걱정 없이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철새) 자세하게 말씀드리기는 힘들지만 92개 안에는 간신히 들어가 있습니다. 어느덧 4년차 전업 이모티콘 작가가 되었는데, 이모티콘 덕분에 수익이 많이 늘어난 것도 사실입니다.

Q. 카카오톡에서 이모티콘을 선보인지 10년, 이제 이모티콘은 남녀노소 모두 즐기는 의사표현 수단이 됐습니다. 작가님이 보기에, 이모티콘이 어떤 소통 수단으로 자리했다고 생각합니까?


▲(구작가) 7년째 카카오톡 이모티콘 작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는 청각장애인인데요. 어릴 때만 해도 이모티콘은커녕 문자로 연락을 주고받는다는 자체가 상상되지 않았었는데 채팅기능이 생기고, 핸드폰으로도 채팅할 수 있는 지금이 참 놀랍고 감사하기도 해요. 하지만 비장애인도 통화를 꺼릴 수 있고, 통화할 수 없을 때 채팅으로 나누는데 글자만으로 단순히 표현할 수 없잖아요. 같은 말이라도 다양한 뉘앙스가 있기 마련인데 이모티콘은 오해를 줄일 수 있고 마음을 잘 전달할 수 있는 참 좋은 수단이라고 생각해요.

▲(철새) 이모티콘은 텍스트만으로 전달하기 힘든 감정이나 디테일을 그림으로 생동감 있게 전달하기도 하죠. 어색하고 딱딱한 대화를 부드럽게 이어주는 윤활유 같은 역할도 하고, 친구들끼리 가지고 노는 장난감처럼 쓰이기도 해요. 좋아하는 가수, 크리에이터들을 덕질하는 용도로도 쓰일 만큼 다양하게 사용됩니다. 이제는 하나의 문화로 카카오 메신저 사용자 사이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자리잡았습니다.

▲(애소) 이모티콘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친근감과 유대감을 형성하는데 좋은 수단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텍스트만으로는 감정 전달에 한계가 있는데 반해 나의 감정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뿐 아니라 대화를 더욱 생기있고 풍부하게 하는데 이모티콘이 큰 활약을 합니다. 사람들마다 각기 다른 취향에 따라 대화 때 사용하는 이모티콘 역시 다르다 보니 나의 개성을 드러내는 수단이 되면서 서로를 더 잘 알 수 있게 됩니다.

Q. 이모티콘 작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전해줄 말이 있다면요?

▲(철새) 최근 이모티콘플러스가 도입됐고, 플러스구독을 하게 되면 여러 이모티콘을 쉽게 사용해 볼 수 있게 됐어요. 그 덕에 새로운 사용자가 많이 늘어났습니다. 하루 이모티콘 출시량도 기존 4~5개에서 20개 가까이 대폭 늘어났고, 그만큼 수많은 작품과 작가들이 유입될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이 열리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심사 장벽 또한 아주 약간 낮아지지 않았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봅니다. 자기만의 색깔이 있는 캐릭터, 아이디어가 있다면 통과하기 조금 더 수월할 것 같아요. 미술 전공자,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부업, 취미 삼아서 도전해 볼 만한 시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애소) 창작활동 특성상 작가 성격이나 성향이 캐릭터에 투영되는데, 스스로 솔직하게 느껴본 감정이 더 효과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잘 전달되고 공감받게 되는 것 같아요. 저는 평소에 어떤 감정을 잘 느끼는지, 또 그것을 어떻게 이미지화해 표현할지를 고민하는데 많은 시간을 쏟는데 그게 큰 도움이 됐어요. 본인이 창작한 캐릭터를 가지고 혼자서 고민하기보단 주변 사람들과 공유하면서 객관적인 시각에서 캐릭터를 발전시키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의 그림이 여러 사람들이 활용하는 소통의 수단으로 빛을 볼 수 있기를 응원하겠습니다.

▲(구작가) 앞으로 디지털이 훨씬 더 활발해지는 시대가 될 거예요. 그림을 반드시 잘 그려야 가능한 이야기는 이미 옛날이 된 것 같아요. 여러분께서 전하고 싶은 진심만 있다면 문이 열릴 거예요. 당신의 꿈, 당신의 앞날을 응원합니다.

최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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