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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앱 딜레마下] 주문 폭증 속 생존 시급한 배달대행업계

이안나
코로나19를 계기로 배달주문 시장이 성장하고 ‘단건배달’이 대세가 되면서 소비자들은 어느 때보다 편리한 생활을 누리고 있다. 그러나 배달업계 속에서 오롯이 웃고 있는 진정한 승자는 없다. 오히려 배달주문 앱과 배달대행, 점주들 고민은 커지고 소비자는 언젠가 닥칠 배달료 인상 폭탄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디지털데일리는 배달업계가 처한 위기상황과 대응 전략을 살펴본다.
- 배민·쿠팡에 라이더 뺏긴 배달대행업계, 고용보험·배달료 인상 요구 ‘겹악재’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배달시장 파괴 주범 배민·쿠팡이츠 프로모션을 법적으로 제재해주세요. 영세한 배달업체는 줄줄이 파산하고 있습니다. 생존이 달린 문제입니다.”

이달 초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경기(화성시 동탄)에서 배달대행업체를 운영한다고 밝힌 청원인이 이같은 글을 올렸다. 대형 배달주문 앱들이 적자를 감수하고 대대적 프로모션으로 라이더들을 데려가면서 중소 배달대행업체들 생존길이 막막해졌다는 주장이다.

최근 경기도 의정부 지역 배달대행 업체들도 배달의민족 보이콧을 선언하며 ‘누가 배달료 인상을 부추기는가?’라는 제목의 전단지를 배포했다. 이유는 비슷하다. 거대 플랫폼 기업들이 라이더에 대한 보수 인상으로 연쇄적 배달료 인상을 불러와 결국 가맹 음식점과 소비자, 배달대행업체 모두 피해를 본다는 내용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배민·쿠팡으로 라이더들이 이동하면서 어려움을 겪는다는 배달대행업체들이 증가했다. 배달주문 앱 간 ‘출혈경쟁’으로 라이더 몸값이 올라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워졌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배달료 인상 문제는 주문 수요에 따른 라이더 공급 부족으로 생기는 시장의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프리랜서인 라이더들이 좋은 조건을 찾아 일하는 것을 두고 비판할 수는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최근 서울·경기·부산 등 다수 지역 배달대행업체들이 배달 기본료를 인상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배달료가 오른다고 해서 배달대행업체들이 웃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오히려 배달주문 폭증 속에서도 이들은 시름에 빠졌다. 배달주문 앱 ‘단건배달’ 경쟁 파급이 배달대행업계에까지 미친 영향이다.

배민과 쿠팡이 단건배달 시장 1위를 차지하기 위해 라이더들 대상으로 막대한 프로모션을 진행하자 배달대행 플랫폼에서 일하던 라이더가 대거 떠나는 현상이 발생했다. 주문 수가 몰리는 시간에 특히 라이더가 많이 필요하지만 정작 이 피크타임에 단건배달로 향하는 라이더가 많아 난처함을 겪는다고 입을 모은다.

배달대행업계 관계자는 “배달료가 높은 시간이 점심·저녁 피크시간인데 이때 배달주문 플랫폼과 배달대행 양쪽에서 라이더가 많이 필요한 상황이다보니 일반 대행을 하던 라이더도 그 시간에 배달비를 더 많이 주는 배민·쿠팡으로 빠져나가 버린다”고 말했다.
바로고·생각대로·부릉 등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배달대행 업체들도 라이더 수급이 어려워진 건 맞지만 그 타격은 경기 등 지역에서 더 극심하다. 소규모 배달대행업체를 운영하는 자영업자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라이더 규모 자체도 수도권보다 부족한 상황에서 배민·쿠팡과 계약해 단건배달로 이탈하는 라이더들을 막기 위해선 이들 역시 배달료를 올리는 수밖에 없다.

배달대행업체들이 배달료를 인상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배민·쿠팡은 인상된 배달료를 점주와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대신 회사 자체적으로 비용을 지불한다. 반면 자금력이 없는 배달대행업체들은 점주들에게 배달료 인상을 요청해야만 한다. 어렵게 배달료를 인상했다 할지라도 대형 플랫폼 업체들과 맞대결하기엔 역부족이다.

배달대행업체들이 어려워진 상황이 배달주문 앱 책임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배달 시장에서 수요가 늘어나면서 플랫폼 업체들도 비용을 감내하며 배달료를 부담하는 상황”이라며 “고객에 양질 서비스를 제공하고 라이어들 수입을 보증해주기 위해 손해를 감수하고 있는 모습을 무조건 비판만 할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한편 배달대행업계 부담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내년 1월부터 배달 라이더들 고용보험가입이 의무화되면서 일부 배달라이더 이탈이 전망되고 있다. 기존 직장을 두고 부업으로 라이더 활동을 해왔거나 소득 공개를 꺼리는 라이더들이 그 대상이다.

설상가상으로 배달업계는 기본 배달료 인상 압박을 받고 있다. 지난 13일 배민 일부 라이더들은 “7년째 기본 배달료가 3000원으로 동일하다”며 인상을 요구, 파업을 예고했다. 노동계 일각에선 최저임금 개념과 비슷한 ‘안전운임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회엔 심상정 의원(정의당)이 지난 8월 발의한 배달 안전운임제 도입 법안이 올라가 있다.

또다른 배달대행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상 ‘안전운임제’는 화물차주 근로 여건 개선,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마련된 제도”라며 “전통적 화물운송업은 성숙기 시점으로 더이상 급격한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지만 배달대행업은 이제 막 태동기를 거쳐 성장기로 진입하고 있는 산업”이라며 섣부른 규제를 우려했다.
이안나
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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