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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계 VS 소상공인, 온플법 놓고 갈등 증폭

최민지, 임재현
[디지털데일리 최민지 임재현 기자] 온라인 플랫폼 규제 관련 법(온플법)을 놓고 정보통신기술(ICT)‧플랫폼 산업계와 소상공인‧시민단체 간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6일 한국인터넷기업협회에서 열린 ‘온플법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긴급 토론회에 참석한 학계‧법조계 전문가들은 온플법을 제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디지털 생태계에 미칠 효과를 고려해, 차기 정부에서 면밀한 검토를 거쳐 시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반면, 이날 토론회가 열리기 직전 민변 민생경제위원회‧전국가맹점주협의회 등 중소상인·시민단체들은 온플법 제정을 가로막는 플랫폼 기업에게 항의 입장을 전달하고 조속한 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들은 플랫폼 기업이 법 제정을 가로막아 불공정 생태계를 고수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는 입장이다.

◆“트릴레마에 빠질라, 플랫폼 규제 거버넌스 후진화”=
이번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온플법을 3가지 딜레마를 뜻하는 ‘트릴레마’로 표현하며 성급한 법 제정에 우려를 전했다. 트릴레마는 하나의 정책목표를 이루려다 두가지 목표를 이룰 수 없는 3중고 상태를 의미한다.

서종희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입점 사업자와 운영 사업자 외 플랫폼을 활용하는 소비자 입장에 대한 분석이 없다”며 “플랫폼 경제는 이같은 면을 모두 고려해야 하는데, 세 가지 측면의 이익관계를 어떻게 조율할 것인가. 트릴레마에 빠지는 사업을 종전의 규제 입법으로 재단하는 실수”라고 말했다.

이어 “플랫폼 시장 특수성 고려해야 하는데, 국내 시장에 머무르라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국내 사업자 점유율이 지배적이지 않은데, 오히려 법안 제정으로 도태시킬 수 있다는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연아 법무법인 위어드바이즈 변호사에 따르면 미국에서 논의되는 플랫폼 규제 대상 기업과 비교해 네이버와 카카오 매출액은 100분의 1수준이다. 해외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만큼 이를 더 지원해 글로벌 빅테크 기업으로 육성할 수 있는데, 규제를 들이밀어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라는 설명이다.

미국 규제 사정권 내에 있는 구글, 애플, 아마존 등을 보면 운영체제(OS)‧앱마켓‧이커머스 등에서 명백한 지배력을 갖춘 사업자다. 하지만, 한국 이커머스와 검색 사업자 현황을 보면 지난 몇 년간 순위가 바뀌는 등 치열한 경쟁을 전개하고 있어 독과점으로 정의내리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또, 절차적 정당성을 위한 실태조사와 영향평가도 미미했다는 지적이다.

정신동 강릉원주대 법학과 교수는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간 협의와 당·정·청 회의 등을 거쳐 조정 협의가 완료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수정안을 보면 부처 간 협의 의무를 신설했을 뿐 중복 사항은 여전하다”고 비판했다.

김현경 서울과기대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도 “온플법은 플랫폼 규제 거버넌스를 후진화했다”며 “규제 주체가 많으면 많을수록 수범자 입장에서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플랫폼 규제 마련할 때까지 투쟁 계속할 것”=이와 달리 시민단체는 하루빨리 온플법이 제정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를 비롯해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쿠팡 시장침탈 저지 전국자영업 비상대책위원회 ▲한국중소상인사영업자총연합회 등 5개 단체는 기자회견을 열고 온플법의 조속한 제정을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같은 날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주최한 토론에 항의한다는 의미로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실 앞에서 진행됐다.

배재홍 전국유통상인협회 본부장은 “중소상공인 입장은 상생을 위한 최소한의 규제 장치를 마련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 폐업자 수가 140만명에 이를 정도로 자영업자가 힘든 시간을 보내는 동안, 쿠팡과 배달의민족 등 플랫폼은 대기업 반열에 올랐다는 것이다. 배재홍 본부장은 “플랫폼 기업 때문에 납품업체 매출은 30% 이상 줄어 폐업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태까지 이르렀다”며 규제가 마련될 때까지 투쟁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양흥모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집행위원은 플랫폼으로 새로운 유통 채널이 생겼고, 덕분에 자영업자가 코로나19 팬데믹을 이겨내는 데 도움이 됐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렇지만, 플랫폼 시장 역시 무한 경쟁에 들어서 마케팅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지고 있으며, 이 비용이 고스란히 자영업자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어 “플랫폼 근간은 600만 자영업자다. 플랫폼 탐욕이 이들 생존권을 박탈하고 있다”며 “새로운 시장에 맞는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참여연대는 온플법이 혁신을 저해한다는 업계 주장을 반박했다. 온플법 규제 대상은 중개거래액 1조원 또는 매출액 1000억원 이상 대형 플랫폼에만 적용되며, 대기업이 중소 IT 업체를 방패 삼아 이를 반대한다는 것이다.

김은정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간사는 “온플법은 단순히 서면 계약서를 작성한다는 내용의 법이다. 서면 계약서를 작성하면 일방적인 정책 변경이 어려우니 혁신이 저해된다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민지, 임재현
cmj@ddaily.co.kr, jaehyun@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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