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시가총액 3위 기업인 국내 최대 인터넷‧플랫폼사 네이버가 새로운 최고경영자(CEO)를 통해 조직쇄신에 드라이브를 건다. 과거 ‘초록공룡’이라는 비판에서 ‘소상공인 놀이터’로 변모한 네이버가 새 CEO를 맞아 또다른 성장 페이지를 열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신임 대표로 내정된 최수연 책임리더는 1981년생 법조인 출신이다. 일각에서는 IT산업 현안 해결 능력과 빠른 세대교체에 따른 안정감 부족을 이유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네이버는 급성장하면서 조직문화를 재정비해야 할 필요성에 직면했다. 일부 조직개편을 넘어 전면적인 조직 변혁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최수연 신임 대표 내정자는 네이버 조직문화를 경험한 MZ세대(밀레니얼+Z세대)다. 동시에 법조인으로 대형 로펌에 몸담으며 리스크 관리를 배웠다. 2019년 11월부터는 네이버 글로벌사업지원 총괄을 맡으며 경영진과 사업부서 간 이견을 좁혀 긍정적으로 해답을 풀어내는 역할을 해냈다. 조율하는 리더십을 갖췄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네이버 이사회는 세대교체를 통한 조직쇄신을 이룰 수 있는 인물로 최수연 내정자를 꼽았다는 설명이다.
현재 네이버는 조직 곳곳 홍역을 풀어내고 새롭게 탈바꿈해야 하는 지점에 서 있다. 이는 기존 경영진이 아닌 새 리더십 구축을 통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지난 5월 네이버 한 임직원은 직장 내 괴롭힘으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 사건 후 네이버 곳곳에서 곪아 숨어 있던 조직문화 문제점이 수면 위로 부상했다.
이와 관련 네이버 창업자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는 지난 6월 임직원에 메일을 보내 “더 젊고 새로운 리더들이 나타나 회사를 이끄는 전면 쇄신만이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해결책”이라고 언급했다. 이러한 가운데, 빅테크 플랫폼 기업을 향한 정부와 국회 공세도 거세졌다.
성장가도를 빠르게 달리면서 겪을 수밖에 없는 일이지만, 이 또한 조속히 해결하지 않으면 조직원과 다음 미래를 향한 성장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네이버는 이미 이러한 경험을 했기에, 그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지난 2013년 네이버(구 NHN)는 소상공인들의 뭇매를 맞았다. 소상공인들은 네이버를 불공정행위와 인터넷 골목상권 침탈의 전유물로 삼았다. 집중 포화를 맞은 네이버는 논란을 일으킨 서비스를 대거 정리하고 상생 협력안을 연이어 내놓았다. 당시 김상헌 네이버 전 대표는 소상공인 상생협력기구를 설치해 지원을 약속하는 등 진정성을 호소했다.
이후 한성숙 대표는 소상공인(SME) 중심 커머스 사업을 본격화해 과실을 맺었다. 대표 상생 전략인 ‘프로젝트 꽃’은 45만 소상공인 디지털 전환을 지원한 사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소상공인 대상 분수펀드는 만 4년만에 3200억원 이상 집행됐다. 올해까지 3600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는 소상공인 대표 플랫폼으로 자리잡았다. 입점 수수료도 없고, 정산도 빠르다. 현재는 배송 완료 다음날 정산을 받을 수 있으나, 12월부터 집하 완료 다음날로 더 빨라진다. 누구나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해 정당한 대가를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창업 붐이 일어나기도 했다. 그 결과, 지난 3분기 네이버 커머스 사업 매출은 3803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33.2% 늘었다. 스마트스토어 수는 37만개에 이르다. 상생을 했더니 성과도 뒤따랐다.
최근 플랫폼 골목상권 갑질을 논할 때 소상공인 단체들이 네이버를 공격적으로 겨냥하지 않은 이유다. 이제 소상공인에게 네이버는 초록공룡이 아닌 상생 플랫폼에 가깝다. 이렇듯, 네이버는 역경 속에서 성장하며 더 강한 기회를 찾아왔다. 이에 최 내정자 중심 새로운 네이버 경영진 또한 더 나은 조직문화를 형성하기 위해 담금질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최 내정자는 김남선 최고재무책임자(CFO) 내정자와 ‘NAVER 트랜지션(Transition) TF’를 가동한다. 경영쇄신을 위해 인사권도 움켜쥐었다. 내년 3월 최수연호 닻이 오르면 본격적인 조직개편을 통해 네이버 세대교체 청사진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