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현 칼럼

[취재수첩] 개인정보위의 ‘합리적인 과징금’ 산정기준 마련은 성공할까

이종현
3일 열린 개인정보보호법 과징금 부과 기준 연구반 첫 회의
3일 열린 개인정보보호법 과징금 부과 기준 연구반 첫 회의
[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이하 개인정보위)가 개인정보보호법(이하 개보법) 위반시 ‘합리적 과징금 산정기준’ 마련에 착수했다. 지난 9월 30일 국회에 제출된 개보법 개정안에 따른 후속조치 준비의 일환이다.

개보법 개정안의 핵심 내용은 과징금 부과 기준을 관련 매출액의 3%에서 전체 매출액의 3%로 변경하는 것이다. 기존 방식인 관련 매출액의 3% 기준으로는, 매출액 중 법 위반 사업 부문의 매출액을 기준으로 과징금을 산정한다.

가령 온·오프라인 판매 사업을 하는 기업이 온라인상의 개인정보 유출로 과징금을 부여받는다면, 온라인 사업 부문에서 얻은 매출로만 과징금을 부과한다.

지난 10월 27일 발표된 샤넬코리아와 천재교과서의 법 위반에 부과된 과징금이 이를 설명하는 예가 된다. 8만1654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고, 매출 규모도 9400억여원에 달하는 샤넬코리아는 과징금 1억2616만원을 부과받았다.

반면 2만3624명의 개인정보를 유출한 매출 1400억원가량의 천재교과서는 과징금 9억335만원을 부과받았다. 매출·피해 규모가 더 큰 샤넬코리아가 천재교과서보다 적은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관련 사업의 매출 규모면에서 샤넬코리아보다 천재교과서가 컸기 때문이다.

개인정보위는 관련 매출액을 기준으로 과징금을 부과하는 현행법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 전체 매출액 기준으로 변경토록 추진하고 있다. 전체 매출액을 기준으로 한다면 대부분의 경우 현재보다 과징금 규모가 커진다.

산업계에서는 반대하고 있다. 자칫하다간 기업 활동이 억제될 수 있다는 우려다. 다만 개인정보위는 과징금 산정기준을 전체 매출액으로 변경하는 것은 타협의 여지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강대강 대치가 지속하는 상황이다.

소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개인정보위는 법조계와 산업계, 시민사회계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과징금 부과기준 연구반을 구성했다. 국·내외의 과징금 산정기준 및 절차에 대한 입법례를 공유하고 위반행위에 상응하는 비례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연구반에는 개보법 개정안을 강하게 반대해온 한국인터넷기업협회를 비롯해 네이버, 카카오, 아마존웹서비스(AWS), SK텔레콤, KT, 삼성전자, 우아한형제들 등 산업계 10개 기업이 포함돼 있다.

공공과 산업계, 시민들이 모두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 과징금 산정기준’은 존재할 수 없다는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모두가 양보하는 절충안을 찾는 여정이 시작된 셈이다.
이종현
bell@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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