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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분할④] 닻 올린 박정호·유영상號, 각기 다른 리더십 주목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1일 SK텔레콤이 존속법인 SK텔레콤과 신설법인 SK스퀘어로 인적 분할되면서 각각 유영상 대표와 박정호 대표 체제가 출범하게 됐다.

같은 듯 다른 두 대표의 리더십에 업계 안팎의 기대가 모아진다. 유 대표는 그동안 박 대표가 이끌었던 SK텔레콤의 새로운 수장으로, 통신사의 새 먹거리를 발굴할 책임을 안았다. 박 대표의 경우 인수합병(M&A) 전략가로 통하는 만큼, 반도체·정보통신기술(ICT) 투자전문회사 SK스퀘어를 직접 맡게 됐다는 점이 관전포인트로 꼽힌다.

◆ SK텔레콤 전략가 유영상 대표, ‘소탈’ 수평 리더십 주목

유영상 대표는 SK텔레콤 내 명실상부 전략통으로 꼽혀왔다. SK C&C 대표를 맡았던 박 대표가 2017년 SK텔레콤 대표로 오면서 유 대표를 함께 데려올 만큼 서로간 신임이 두터운 관계다. 회사 내부에선 유 대표가 박 대표의 의중을 가장 정확히 파악하는 인물로 평가할 정도다. 이번 기업 인적분할에서 유 대표가 SK텔레콤 대표로 취임하게 된 데도 이러한 박 대표의 신임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 대표는 SK텔레콤에서 박 대표와 다수의 M&A건 실무를 직접 이끌며 그에 버금가는 사내 전략가로 떠올랐다. ADT캡스·도시바 인수 등 SK텔레콤의 ICT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에 함께했으며, 2019년 MNO사업부장을 맡으면서는 세계 최초 5G 가입자 100만 달성 및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합병 등 성과를 끌어냈다. 때문에 유 대표는 박 대표와 유사하게 업무 방식에 있어 과감한 추진력을 갖췄단 평이 많다.

동시에 내부적으로는 권위를 싫어하는 수평적 리더십을 갖췄다는 시각이 많다. 회사에서도 연차와 직급을 가리지 않고 격식 없는 소통을 하는 편이라는 전언이다. 유 대표는 공식 취임 전까지 SK텔레콤 대표 승진과 관련해 함구했지만, 회사 안팎에선 일찌감치 유 대표를 차기 수장으로 인정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는 후문이다.

유영상 대표는 지난 1일 오후 SK텔레콤 신임 CEO로서 전체 임직원을 대상으로 타운홀 미팅을 열고, 3대 핵심 사업 영역인 ▲유무선 통신 ▲인공지능(AI) 서비스 ▲디지털 인프라 경쟁력을 더욱 높여 2025년 매출 22조원을 달성하겠단 청사진을 밝혔다.

5G 기반의 유무선 통신사업 부문에선 1등 기간통신 사업자로서 안정적인 통신 인프라 구축에 앞장서며, SK브로드밴드와 IPTV 상품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부문에서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와 글로벌 제휴도 확대해 나간다. AI 서비스 영역에선 지난 9월 처음 선보인 SKT 구독 서비스 ‘T우주’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지난 7월 출시한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 등 신규 사업도 확대한다.


◆ M&A 승부사 박정호 대표, SK스퀘어-아마존 만남 성사시킬까

박정호 대표는 일찌감치 SK그룹에서 M&A에 앞장섰고 성과를 거둬 최태원 SK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는 최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2012년 당시 성장성을 확신할 수 없었던 하이닉스 인수를 주도적으로 이끌면서 과감한 추진력을 인정받았다. 이후에도 보안회사 ADT캡스(현 SK쉴더스) 인수 및 OTT 웨이브 출범 등 적재적소에 신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 전략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박 대표가 새롭게 수장을 맡을 SK스퀘어는 반도체와 ICT 영역의 투자전문회사로서 SK하이닉스, SK쉴더스, 11번가, 티맵모빌리티, 원스토어, 콘텐츠웨이브, 드림어스컴퍼니, SK플래닛 등 16개 회사를 편제한다. 현재 26조원인 순자산 가치를 오는 2025년 75조원으로 키우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번 기업 분할을 계기로 SK스퀘어는 박 대표의 지휘 아래 반도체 및 ICT 시장에서 국경을 뛰어넘는 공격적인 투자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부문의 경우 그간 SK하이닉스는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의 손자회사로서 M&A에 제약이 있었지만, 이번 신설법인 출범으로 투자 확대가 수월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ICT 부문에서는 원스토어, SK쉴더스, 11번가 등의 기업공개(IPO)가 추진될 예정이다.

가장 주목되는 것은 글로벌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의 SK스퀘어 투자 가능성이다. 박 대표는 지난달 임시 주총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아마존이 SK스퀘어의 주주로 참여하는 안을 논의 중”이라며 “기대 이상으로 잘 되고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전략적투자자(SI) 모집을 위해 해외에서 직접 발로 뛰는 중인 박 대표가 아마존과의 혈맹을 이끌어낼 경우 SK스퀘어의 새출발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권하영
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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