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버전스

“제2의 오징어게임 찾아라”…애플·디즈니·넷플 ‘해외OTT 공습’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생태계가 또 다시 격변을 맞을 전망이다. 넷플릭스가 독주하던 한국 시장에 디즈니플러스가 출격을 준비하고, 이어 애플TV플러스까지 가세한다. 해외 OTT 공습에 토종 OTT들의 시름도 깊어진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SK브로드밴드와 협력해 다음달 4일 국내에서 ‘애플TV플러스(+)’를 출시한다. SK브로드밴드는 스트리밍 기기인 애플TV 4K에 ‘B TV’를 탑재해 서비스를 제공한다. 국내에서 IPTV가 애플TV 4K를 통해 제공되는 건 최초다.

애플 역시 한국 시장에 진출하면서 자체 투자한 한국산 오리지널을 들고 왔다. 한국 웹툰 원작의 ‘닥터 브레인’을 전 세계에 공개한다. 최근 ‘오징어게임’ 등으로 한국 콘텐츠 위상이 커지며 애플 역시 K-콘텐츠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애플의 진출로 국내 미디어 시장은 글로벌 OTT 공룡들의 치열한 각축장이 될 전망이다. 현재 국내 OTT 시장은 넷플릭스가 압도적인 점유율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웨이브와 티빙 등 국산 OTT가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격차는 쉽게 좁혀지지 않는 상황.

하지만 애플TV플러스나 디즈니플러스가 참전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막대한 자본력으로 거대 오리지널 지식재산권(IP)을 갖춘 만큼 쉽지 않은 경쟁 상대다. 디즈니플러스의 오리지널은 말할 것도 없고, 애플TV플러스 역시 오리지널만 생산하는 플랫폼이다.

디즈니플러스 출시일(11월12일)보다 약 일주일 앞서 국내에 상륙하는 애플TV플러스는 충성도가 높은 자사 하드웨어 생태계를 기반으로 본격적인 락인(Lock in) 전략을 짜고 있다. 지난해 애플뮤직·애플TV플러스·애플 아케이드 등 주요 콘텐츠를 하나의 요금제로 이용할 수 있는 통합 구독 서비스 ‘애플원’을 출시한 이유기도 하다.

국내 진출을 계기로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처럼 애플 역시 콘텐츠 제작 시장에 직접 진출할 것이란 예상도 있다.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는 국내에 수천억원 규모로 공격적인 콘텐츠 투자를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맞서 애플 또한 ‘닥터브레인’을 비롯해 시즌별 제작비 1000억원이 넘는 ‘파친코’도 준비하고 있다.

디즈니플러스의 경우 지난해 11월 북미 지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해 이미 1억2000만명의 유료 구독자를 확보, 후발주자임에도 이미 OTT 강자로 꼽히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넷플릭스 구독자 수(2억1360만명)를 빠르게 따라잡고 있는 만큼, 국내 시장에서도 마찬가지 양상이 예상된다.

주목할 것은 넷플릭스를 중심으로 웨이브와 티빙이 쫓는 국내 1강2중 체제가 어떻게 변화할지다. 디즈니플러스와 애플TV플러스 진출에 따라 3강2중 혹은 2강3중 구도가 잡힐 수 있다. 애플TV플러스의 경우 대체로 애플 생태계 구독자에 한정돼 있어 초반 구독자 몰이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애플뮤직이 그 예다.

OTT업계 한 관계자는 “OTT 이용자는 보통 한 번에 여러 개의 OTT 서비스를 구독하는 경향이 큰데, 결과적으로 비슷한 성격의 OTT끼리 경쟁이 일어나지 않을까 싶다”면서 “대작 오리지널 위주의 해외 OTT와, 국내 방송 위주의 토종 OTT끼리 구독자 확보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고 해석했다.

국내 OTT 역시 치열해지는 경쟁에 대비해 각자의 콘텐츠 활성화 방안을 꾀하고 있다. 앞서 CJ ENM은 향후 5년간 5조원을 티빙 및 콘텐츠에, 콘텐츠웨이브는 2025년까지 1조원을 웨이브에, KT는 2023년까지 4000억원을 시즌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토종 OTT인 티빙은 최근 출범 1주년을 맞아 한국을 넘어 해외에도 진출하겠다는 포부를 선언하기도 했다. 일본과 대만 등 아시아 시장에 우선 진출한 뒤 미국·유럽 등 10개국으로 서비스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권하영
kwonhy@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