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 인프리아 인수로 유기물 이어 무기물 EUV용 PR 확보 - QD컬러필터용 소재 삼성디스플레이에 납품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일본 JSR이 차세대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소재를 선점했다.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가 고객사다. 양사는 관련 제품 내재화를 위해 국내 협력사와 협업 중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JSR은 삼성디스플레이에 레드·그린 퀀텀닷(QD) 잉크를 납품한다.
QD 잉크는 QD 물질을 잉크 형태로 만든 제품이다. 잉크젯 공정에서 관련 장비로 잉크를 분사할 때 쓰인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양산을 앞둔 QD-유기발광다이오드(OLED)의 빛을 내는 발광층은 QD컬러필터와 청색 유기물질로 이뤄진다. 필터를 만드는 과정에서 잉크젯 기술이 적용된다. 적색·녹색·청색(RGB)에서 블루는 이미 있기 때문에 필터에는 레드와 그린 잉크가 새겨진다. 이를 JSR이 공급하는 것이다.
해당 소재는 ‘잉크화’하는 작업이 고난도다. JSR이 경쟁사 대비 먼저 성공하면서 초도물량을 사실상 독점하게 됐다.
앞서 JSR은 반도체 분야에서 시장을 뒤흔들 만한 소식을 전했다. 미국 포토레지스트(PR) 스타트업 인프리아를 인수했다.
PR은 반도체 노광공정에서 사용되는 핵심 소재다. 반도체 웨이퍼에 PR을 바르고 그 위에 회로가 그려진 포토마스크를 얹어 빛을 쬐면 패턴이 새겨진다. 최근 노광 기술이 불화아르곤(ArF)에서 극자외선(EUV)으로 넘어가면서 EUV용 PR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진 상태다.
JSR은 이미 일본 도쿄오카공업(TOK) 신에츠화학 등과 EUV PR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JSR의 경우 벨기에 IMEC과 합작법인을 세워 국내 업체에 노광별 PR을 제공 중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EUV PR 공급망에서 JSR 비중이 가장 큰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국내 기업이 투자한 곳이 인프리아다. 인프리아는 기존 업체와 달리 무기물(금속 산화물) 기반 EUV PR을 개발했다. 유기물 PR 대비 빛 흡수율이 4배 이상 높아 미세공정에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JSR이 인프리아를 품으면서 무기물 제품까지 일본에 넘어간 셈이다.
JSR은 연이은 행보로 삼성 그룹과의 거래량을 늘리게 됐다. 삼성전자는 일부 생산라인에 인프리아 소재를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디스플레이도 향후 QD-OLED 생산능력 확대 과정에서 QD 잉크 주문량을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삼성은 삼성SDI를 통해 두 소재의 내재화를 추진 중이다. 삼성SDI는 QD 잉크를 1년 내 상용화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PR은 최근에서야 연구개발(R&D)이 본격화한 만큼 더 많은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이지만 삼성전자와 협업이 용이한 부분은 긍정적이다.
국내 소재 업체도 대응 중이다. 솔루스첨단소재는 그린 QD 잉크 개발을 완료했고 레드 제품도 연구 중이다. 동진쎄미켐은 ArF PR을 삼성전자에 제공했고 EUV용도 개발 속도를 높이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소재 분야에서 일본 영향력은 여전하다. 국내 기업이 발 빠르게 나서고 있으나 품질 측면에서 따라가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