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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소프트, 민심 돌리기 총력…김택진 ‘재점검’ 통할까

왕진화
-김택진 대표 “과거의 성공 방정식은 이미 지난 이야기”
-기존 타이틀부터 ‘리니지W’까지…과도한 과금 유도 시스템 바뀔까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엔씨소프트가 최근 신작 흥행 부진으로 인한 주가 하락과 과도한 과금 체계에서 불거진 여론 악화로 위기를 맞은 가운데, 이에 침묵해오던 김택진 대표가 드디어 말문을 열었다.

엔씨소프트에 대한 여론의 관심과 비판이 임직원들에게 부담을 주고 있는 만큼,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해 직접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김택진 대표는 지난 17일 임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과거의 성공 방정식은 이미 지난 이야기라며 그동안 당연하게 여겨왔던 방식과 과정에 의문을 품고 냉정한 재점검을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간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시리즈에서 적용해왔던 과금 모델(BM)을 자사의 다양한 모바일 게임에서도 차용해왔다. 일명 ‘페이투윈(Pay to Win)’ 구조로, 다른 플레이어 혹은 인공지능(AI) 캐릭터를 이기거나 게임의 특정 목표를 달성하는 데에 필요한 혜택을 현금으로 구매하는 행위, 혹은 그런 행위를 유도하는 게임구조를 뜻한다.

이 BM에는 ‘확률형 아이템’도 주로 포진돼 있다. 확률형 아이템은 마치 랜덤박스를 구매하는 일과 같다. 랜덤박스 안에는 랜덤박스 구매 비용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이 있길 바라는 게 사람 마음이다. 그러나 최상위 아이템들은 대개 1% 이하의 확률로 등장한다. 운이 좋지 않으면 아무리 랜덤박스를 사도 매우 높은 확률로 갖고 싶은 아이템을 가질 수 없다.

여기서 1% 확률은 시도 횟수와 비례해 누적되는 게 아니다. 랜덤박스를 100번 구매하면 원하는 아이템 1개를 가질 수 있다는 평균치는 적용되지 않는다. 매 시도마다 개별적인 성공 확률이 적용되기 때문에, 총 시도 횟수와 성공 확률은 무관한 것이다. 결국 수많은 비용을 들였다고 해도 운이 없다면 게임에 돈을 쓰지 않은 ‘무과금’이 되는 셈이다.

엔씨(NC)의 ‘트릭스터M’은 출시 직전까지 상반기 최고 흥행작이 될 것으로 시장의 기대감을 한몸에 받았었다. 그러나 올해 5월 출시 이후 리니지식 BM이 적용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용자들은 실망감을 드러냈고, 트릭스터M은 매출 상위권에서 빠르게 추락했다.

이후 ‘블레이드 & 소울 2’(이하 블소2)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기 시작했다. 엔씨의 대표 3대 IP(지식재산권) 중 하나로 꼽히는 PC 무협 게임 원작 ‘블레이드 앤 소울’을 계승해 제작된 블소2는 원작 팬들과 예비 게이머들의 시선을 사로잡으며 사전 예약자 746만명을 모은 바 있다.

그러나 이용자들은 블소2 또한 트릭스터M처럼 리니지식 BM이 설정된 게 아니냐는 우려를 출시 전부터 내비쳤다. 이에 엔씨소프트 측은 리니지와 같은 과금 체계가 블소2에 없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블소2 출시 후 이름만 바뀐 리니지식 BM이 적용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이용자들의 혹평이 쏟아졌다.

엔씨는 이달 들어 6일, 14일을 제외하고 모두 하락장에 갇혔다. 블소2의 부진과 함께 그간 선보여왔던 과도한 과금 체계가 주가 하락의 빌미가 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엔씨소프트의 시가총액은 12조8800억원으로, 전일 대비 1000억원 가까이 줄어들었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선 3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이러한 가운데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지난 17일 임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회사의 변화를 예고하며, 회사의 문제를 정확히 짚고 대안을 강구하겠다고 약속했다. 낯설고 불편해도, 바꿀 건 바꾸겠다고도 피력했다.

김 대표가 언급한 ‘재점검’이 그간 대부분의 게임에 적용해왔던 과금 모델인지, 회사 전반적인 문제인지는 콕 집어 언급되진 않았다. 다만 엔씨의 위기가 여느 때보다 더 심각한 만큼 김택진 대표의 변화 의지는 확고해 보인다.

엔씨가 재점검을 통해 기존 타이틀 이용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일으켜 돌아선 민심을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또, 오는 30일 MMORPG ‘리니지W’ 2차 쇼케이스를 통해 BM에 대한 예비 게임 이용자들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을지, 증권가와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김 대표는 “게임은 물론 NC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고, NC가 위기에 빠졌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며 “고객이 기대하는 모습으로 변화하도록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왕진화
wjh9080@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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