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논문수가 과학기술 혁신을 망친다
- 노정혜 한국연구재단이사장, 3년 임기 마치고 이달 퇴임
- "혁신·파괴적 성과 내려면 논문 수가 평가지표 돼선 안돼"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숫자로만 성과를 판단하다보니 과감하고 파격적인 도전이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재단은 더 이상 논문 양이 아니라 대표성과, 질적 평가로 바꾸어 단타성 연구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달로 3년간의 임기를 마치는 노정혜 한국연구재단 이사장은 26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말했다.
노 이사장이 취임한 2018년 연구지원 예산은 5.1조원이었지만 이듬해 5.8조원, 2020년에는 7.1조원을 찍고 올해도 7.6조원으로 증액됐다.
과학기술, 연구개발(R&D)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고 파격적이다. 기초연구부터, 국책연구, 인력양성 등 대부분 분야에서 예산과 지원과제수가 늘고 있다.
SCI 논문실적도 2016년 2만4542건에서 2019년에는 3만1106건으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JCR 상위 10% 논문 역시 3591건에서 5279건으로 확대됐다.
하지만 논문 수의 증가와는 별개로 여전히 혁신적인 과제, 파괴적이고 도전적인 연구환경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늘어나는 논문 수는 역설적으로 단기적, 성과창출이 용이한 분야에 연구가 집중된 결과라는 것이다.
이에 노 이사장은 "왜 우리나라에서는 과감하고 파격적인 도전이 어려운가 하면 평가지표로서 논문의 양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승진이나, 연구비를 받기 위해 결과가 금방나오는 연구나 성과를 쪼개다 보니 큰 성과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한국연구재단은 연구 평가를 할때 더 이상 논문 수는 보지 않고 있다.
노 이사장은 "학교, 기관에서도 임용이나 승진시 실제 연구분야의 중요성이나 성과의 질을 보는 평가제도로 바뀐다면 단기성 연구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며 "과감한 도전, 파괴적 혁신을 연구하는 연구자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는 평가제도가 정착돼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노 이사장은 연구윤리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3년전 노 이사장이 취임할 당시 연구자들의 부실학회 참가가 사회적 문제로 비화될 만큼 크게 논란이 됐었다. 최근에도 학술지 논문 부실 심사 등이 발견되는 등 연구계의 고질적 병폐로 지적되는 부분이다.
이에 노 이사장은 "그래도 3년간 연구윤리에 대한 사고, 인식이 많이 개선됐다고 생각하지만 그만큼, 연구윤리에 대한 국민들 시선과 요구수준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문제제기는 계속 나올 것"이라며 "연구윤리 수준은 실제로 향상됐고 일련의 사고들이 연구자들이 자정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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