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원티드랩이 코스닥 상장 첫날 ‘따상’에 성공했다. 11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 4280억원을 기록했다.
따상은 상장 기업의 시초가로 공모가의 2배(따)를 형성한 뒤 상한가(상)를 기록하는 것을 뜻한다. 11일 코스닥에 상장한 원티드랩의 공모가는 3만5000원인데, 시초가는 그 2배인 7만원으로 형성, 종가 기준 상한가인 9만1000원을 기록했다. 상장 첫날 기업가치가 160% 증가한 것.
원티드랩은 인공지능(AI) 기반 채용 플랫폼 ‘원티드(Wanted)’와 기업 연봉 정보를 제공하는 ‘크레딧잡’을 운영하는 기업이다. 채용 시장을 주요 사업 영역으로 삼고 있다.
비즈니스 모델은 ‘채용당 과금’이다. 원티드랩의 서비스를 통해 채용이 진행될 경우 3개월간의 수습기간을 통과한 후보자 연봉의 7%를 기업에게 수수료로 청구한다. 기업 채용 정보를 중계해주는 기존 채용 포털과는 다소 접근법이 다르다.
원티드랩은 기업과 구직자를 효과적으로 연결하기 위해 AI를 활용한다. 축적한 실시간 매칭 결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합격률을 예측하는 방식이다. 직무 커리어 성장을 지원하거나 프리랜서 매칭을 지원하는 등, 라이프 커리어 플랫폼으로 확대 중이다.
원티드랩 측은 코로나19 이후 기업의 공개채용이 줄고 수시채용 비중이 늘어남에 따라 많은 사업 기회가 있으리라 전망하고 있다. 원티드랩이 추정하는 국내 채용시장은 약 7조원 규모다.
청사진에 비해 당장의 실적은 미미하다. 작년 원티드랩의 매출액, 영업이익은 146억9000만원, –52억원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적자 기업의 경우 일반적인 방식으로는 상장이 어려운데, 원티드랩은 주관사가 회사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상장하는 상장주선인 추천제를 이용했다. 상장 6개월 이내 주가가 공모가의 90% 이하로 하락하면 주관사가 원티드랩에 주식을 되사달라고 요구하는 권한이 생기는 구조다.
원티드랩의 주가가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160% 상승하면서 주관사의 위험은 옅어졌다. 하지만 폭발적인 상승으로 인해 상장 첫날부터 기업가치가 지나치게 고평가됐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재의 원티드랩은 적자 기업인 만큼 주가수익비율(PER)을 산정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미래 가능성을 두고, 원티드랩이 상장에 앞서 제출한 투자설명서에서 제출한 2023년 목표 매출액, 당기순이익인 668억원, 112억원을 달성하는 데다 현재의 주가를 유지한다는 가정으로 PER를 계산한다면, 원티드랩의 2023년 PER는 약 38.38배다. (주가÷(순이익÷상장주식수))
이는 동종업계에 비해서도 다소 높은 수치다. 원티드랩의과 경쟁 상대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인에이치알의 11일 종가 기준 주가는 5만3100원이다. 현재 주가를 작년 당기순이익 216억원에 대입했을 때의 PER는 28.63배다.
이마저도 목표로 한 성장을 달성했을 때의 경우다. 원티드랩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흑자 전환은 물론이고 3년 동안 매해 2배에 가까운 매출 증가를 이뤄내야 한다. 현재 기업가치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반면 기대감을 나타내는 투자자도 있다. 원티드랩은 2019년 매출액 84억원에서 2020년 146억원으로 74.3%가량 성장했다. 상장으로 투자 여력을 확보한 만큼 성장이 가속화한다면 목표 이상의 실적 달성도 가능하리라는 기대다.
코로나19 이후 채용 시장의 트렌드가 변하고 있다는 것도 기대요소다. 시장 체인저가 될 기술기업의 성격을 띄고 있는 만큼 30~40배의 PER는 크게 부담스러운 수준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카카오의 경우 PER가 200배에 달한다.
한편 12일, 13일에는 정보기술(IT) 기업의 상장이 잇따른다. 디지털플랫폼 기업 플래티어와 공급망관리(SCM) 소프트웨어(SW) 기업 엠로다. 원티드랩이 따상에 성공하며 주목받은 가운데, 막 증시에 상장하는 중소 IT 기업들의 주가 향방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