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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아이템위너’ 약관 시정…그래도 변한 건 없다?

이안나

- 공정위, 상품평 몰아주기 및 최혜국 대우 조항 심사 중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쿠팡이 승자독식 체제로 지적되던 ‘아이템위너’ 관련 불공정한 약관을 시정했다. 그러나 국내 판매자들 사이에선 이번 시정만으로는 큰 변화가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아이템위너가 소비자는 물론 판매자들까지 만족할 수 있는 제도로 개선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 21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쿠팡이 오픈마켓 입점업체와 소비자 간 맺는 약관을 심사해 불공정 약관 조항을 시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약관 시정은 ‘아이템위너’ 관련 불공정거래 관행 제도를 해결하는데 무게를 뒀다. 아이템위너는 쿠팡에서 상품을 검색했을 때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한 판매자를 단독 노출하는 제도다.

아이템위너가 되면 대표 이미지를 사용할 때 다른 판매자들이 자체 제작한 것까지 자유롭게 쓸 수 있었다. 이를 위해 쿠팡은 약관에 판매 시기 및 여부와 무관하게 ‘쿠팡이 판매자 상호나 상품 이미지 등 콘텐츠를 자유롭게 사용하는 조항’을 뒀다. 그러면서 해당 콘텐츠에 관련된 피해 발생 시 이에 대한 책임은 쿠팡이 아닌 당사자들이 모두 지도록 규정해왔다.

공정위는 ▲사업자(쿠팡)의 법률상 책임을 부당하게 면제하는 조항 ▲납품업자 콘텐츠를 사업자가 제한 없이 사용하는 조항 등을 문제로 삼았다. 쿠팡은 시정된 약관에 따른 시스템 개선을 완료되는 대로 관련 내용을 판매자 등에게 공지하고 9월1일부터 적용한다. 쿠팡 측은 “판매자 콘텐츠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공정위와 협의해 아이템위너 등 이용약관 일부를 자진 시정했다“며 “앞으로도 아이템위너를 통해 판매자와 고객 모두 더 큰 만족을 드리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러한 시정 후에도 판매자들의 아이템위너에 대한 불만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회원 수 60여만 명인 한 온라인 판매업자 카페에선 상품평 분리가 추가되거나 아이템위너 제도 자체가 변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공감을 얻고 있다. 아이템위너에서 대표 이미지를 도용하지 못하는 것 빼곤 실상 큰 차이가 없다는 의견이다.

김은정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간사는 “대표 이미지 사용도 판매촉진 등 상황에선 사용할 수 있다고 여지를 열어놓아서 실상 명확한 저작권 침해 문제가 되는 사안에 대해서만 조치를 취한 것”이라며 “공정위 약관심사 목적 자체가 아이템위너라는 불공정 제도를 어떻게 개선할지보다 일부 개선으로 제도를 계속 유지하는 데 있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쿠팡은 아이템위너가 "광고비 경쟁 중심 오픈마켓과 달리 소비자 경험 중심으로 의사결정 할 수 있는 서비스"라고 말한다. 실제 아이템위너가 판매자들에게 부정적인 영향만 주는 것은 아니다. 특히 이제 막 판매를 시작한 초보자들에게 도움이 된다. 쿠팡은 국내서 손꼽히는 대형 e커머스인만큼 판매자들도 쿠팡을 주요 판매처로 삼는 경우가 많다. 쿠팡에선 광고 아닌 다른 조건들을 개선 시켜 우선 노출 기회를 얻는다. 다른 오픈마켓에서와 달리 마케팅 비용이 부족한 신규 판매자도 이미 몸집을 키운 판매자와의 경쟁에서 우위에 점할 수 있다.

무엇보다 아이템위너는 소비자 입장에선 편의성이 극대화돼있다. 같은 상품을 어떤 판매자가 더 좋은 조건으로 판매하는지 여러 페이지를 찾아다닐 필요 없이 ‘검색→구매’로 단순화한다. 여러 판매자가 같은 상품을 판매하고 있을 때도 한 곳에 상품평을 모아놨기 때문에 구매결정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쿠팡이 동일 상품에 관한 상품평을 모든 판매자들과 공유할 수 있게 만든 이유다.

다만 소비자들은 상품평에 오롯이 상품에 대한 평가만이 아닌 구매과정 전반에 대한 후기를 남기게 되면서 상품평 ‘몰아주기’로 인한 판매자 피해가 발생하게 된다. 포장·배송·고객응대 방식으로 차별점을 내세우려던 판매자들 노력이 상품평 공유 앞에선 무의미해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수 판매 상품들에 매칭을 걸고 의도적으로 가격을 낮춰 출혈경쟁을 유도하는 악성 판매자들도 늘고 있다.

공정위 역할은 이번 시정조치에서 마무리되지 않았다. 아이템위너 정책 관련 전자상거래법·표시광고법 위반, 공정거래법 위반에 대한 심사는 아직 진행 중이다. 지난 5월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불공정 약관 외에도 상품평 몰아주기가 소비자들 오인 가능성을 높이고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자상거래·표시광고법 위반을 신고했다.

또한 쿠팡에 제공하는 거래조건이 다른 판매채널보다 유리한 조건이어야 한다고 정한 ‘최혜국대우(MFN)’ 조항을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신고했다. e커머스 시장 내 쿠팡 영향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이 조항은 판매자와 계약을 맺는 다른 판매채널 권리를 침해한다는 주장이다.

김은정 간사는 “아이템위너는 쿠팡의 근간이기 때문에 그 자체를 바꾸는게 쉽지 않은 일인 것은 알지만 이를 악용하는 판매자들도 급증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제도 점검을 한 번 해봤으면 한다”며 “다만 쿠팡은 문제 없는 혁신적 시스템이라고만 주장하는데서 아쉬움을 느낀다”고 전했다.
이안나
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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